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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김승연 회장 실형 선고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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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어제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재벌 총수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법정구속된 것은 이례적이다. 재벌 총수의 비리 혐의에 대해 관대했던 사법부의 오랜 관행을 벗어난 것이다.


그동안 재판을 받은 재벌 총수는 실형을 받아도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사회적 기여를 감안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났다. 재벌 총수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정찰제 형량이란 말이 나돌 정도였다. 실제로 1990년 이후 10대 그룹 총수 가운데 7명이 총 22년 6개월의 징역형 판결을 받았지만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리고 1년 안에 사면ㆍ복권됐다.

이번 판결에는 양대 선거를 앞두고 지난해 말부터 화두로 등장한 경제민주화 요구 등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연말 대선을 의식한 여야 정치권은 재벌 총수 사면 금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 경제민주화 법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법원은 경제범죄에 대해 엄정한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을 반영해 2009년 만들어진 양형 기준을 엄격히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법부 기류는 지난 2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실형 선고 때부터 감지됐다.


아직 1심이지만 이번 판결이 재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더 이상 불법ㆍ탈법 경영은 안 된다. 준법ㆍ윤리 경영을 생활화해야 한다. 재계는 과거에 통했던 탈법 행위와 비리를 저질러놓고 경영공백 우려나 경제발전 기여 등을 이유로 관용을 요청하기 전에 달라진 국민의식 수준에 맞춘 경영관행 확립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법인 돈과 대주주 돈을 엄밀하게 구분해 회사 돈을 내 돈 처럼 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짧은 기간에 세계 10위권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데는 대기업의 기여가 컸지만 압축성장 과정에서의 최대 수혜자 또한 재벌이다. 달라진 사회는 재벌에 그 위상에 걸맞는 경영과 책임을 요구한다.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사법부도 국민정서나 사회 분위기에 좌우되지 않고 누구에게나 원칙있는 형량을 적용해야 한다. 이념이나 정치의 잣대가 아닌 공정하고 엄정한 사법의 잣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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