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FS와 3.4억 달러 벌금 물기로 합의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이란 돈세탁혐의로 미국 규제당국의 조사를 받아온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뉴욕주 금융감독청(DFS)에 3억4000만 달러의 벌금을 물기로 합의하는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SC는 같은 혐의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법무부 등 다른 미국 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어 별도의 합의금을 물 경우 벌금 규모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합의는 미국내 달러 영업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되지만 윤리성과 건전성의 대명사로 자임해온 SC은행은 명예실추라는 회복하기가 쉽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영국의 로이터통신과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14일(현지시간) SC 은행이 이란 돈세탁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 벌금 3억4000만 달러를 미국 금융당국에 물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합의는 뉴욕 DFS 벤저민 로스키 국장이 지난 6일 SC은행이 지난 10년간 최소 2500억 달러가 연루된 6만 건의 자금세탁을 하는 등 이란과 불법거래를 해왔다고 밝힌 지 8일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이다.
청천벽력같은 미국 당국의 발표에 대해 SC은행은 당초 미국 법을 준수해 99.9%는 합법거래였다며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1400만달러 300건만 규칙을 어겼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DFS가 뉴욕 은행업 면허 자격을 박탈할 수도 있다고 밝힘에 따라 꼬리를 완전히 내렸다. 자칫 은행허가를 박탈당하면 미국내에서 벌이는 달러 기반 사업이 치명타를 받을 수 있어 피터 샌즈 최고경영자(CEO)가 13일 몸소 뉴욕으로 날아가 협상을 벌였고 이란과의 불법 금융거래에 대한 15일 청문회를 앞두고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면허박탈에 따른 사업손실에 비하면 이번 합의금은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로이터와 FT 등이 DFS가 5억 달러에 합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SC은행은 500만 달러를 제안했다고 보도한 것에 비하면 많은 금액이긴 하지만 면허박탈시 예상되는 손실에 비하면 결코 큰 금액은 아니며 과거 다른 은행들이 문 벌금에 비해서도 많은 것도 아니다.
이번 합의에 따라 SC은행은 자금세탁방지와 관련해 뉴욕지점에 대해 미국 당국으로부터 2년간 현장 및 외부 감시를 받고, 은행 경영진이 아니라 당국에 보고해야 하도록 하는 한편, 회계감사관을 둬 은행 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법규 준수 여부를 조사하도록 했다.
한마디로 미국 금융당국에 두손을 다 들었다.
이번 합의에도 SC은행은 미국 규제당국이 이란 자금세탁혐의와 관련해 벌이고 있는 수사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미국 재무부와 법무부,FRB,FBI(연방수사국)도 같은 혐의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FT는 이번 조사에 대해 정통한 사람의 말을 인용해 DFS 합의와 별개의 합의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이번 합의는 미국 제재법 위반행위와 관련해 미국 당국과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합의에 이른 가장 최근의 사례로 기록됐다.
네덜란드 은행인 ING는 올해초 제재행위 위반으로 6억1900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됐고, 영국 은행인 HSBC는 자금세탁위반과 제재불이행에 대해 받고 있는 조사결과 예상되는 벌금비용으로 7억 달러를 책정해 뒀다.
또 2009년 이후 스위스 크레디스위스그룹과 영국의 로이즈금융그룹, 바클레이스은행도 미국의 제재법 위반혐의로 각각 5억3600만 달러, 3억5000만달러, 2억9800만 달러의 벌금을 지불했고 웰스파고가 인수한 와코비아은행은 2010년 마약 카르텔 자금 세탁 혐의에 대해 미 법무부와 기소유예에 합의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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