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한국 태권도의 기세가 예전 같지 않다. 출발부터 자신했던 금메달을 놓쳤다. 변함없는 주변의 견제에 가시밭길 행보마저 우려된다.
이대훈은 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엑셀 경기장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전에서 세계 랭킹 1위 호엡 곤잘레스 보니야(스페인)에 8-17로 무릎을 꿇었다. 첫 주자였던 이대훈이 은메달에 그치며 ‘태권도 금 사냥’ 계획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당초 한국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출전 네 종목 석권을 노렸다.
세계랭킹 1위의 노련함에 당한 완패였다. 이대훈은 20세의 어린 선수여서 경기 운영이 다소 떨어졌다. 부상까지 겹쳤다. 토너먼트 내내 고전했다. 올림픽 직전 체급을 변경한 탓도 있었지만, 한국 태권도가 더 이상 올림픽 금메달을 보증할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하는 대목이었다.
태권도는 명실상부 한국의 ‘메달밭’이었다. 2000 시드니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이후 따낸 메달만도 금 9, 은 1, 동 2 등 총 12개. 한때 올림픽보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더 어렵다는 속설까지 있었다.
이제는 옛말이다. 경쟁국의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태권도가 전 세계에 널리 보급되다보니 곳곳에 우승후보가 수두룩하다. 반대로 ‘한국 흔들기’는 날로 극심해진다.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당시 8개 종목에서 출전 체급을 4개로 제한한 것이 대표적이다.
세계태권도연맹은 지난해 한국어를 공식 언어에서 보조로 격하시켰다. 채점방식, 전자호구, 비디오판독 도입 등 규정에도 변화를 가했다. 그간 ‘종주국’에 은근히 주어지던 유리한 판정을 원천 봉쇄한 셈. 설상가상 한국은 내부갈등으로 전자호구 도입이 다른 나라보다 늦었다. 그만큼 선수들에겐 적응의 문제가 있었다. 실제로 이날 결승전에서 이대훈의 공격은 전자호구의 특성을 놓치는 경향이 짙었다.
더 이상 한국은 금메달을 자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금메달을 당연하게 여기는 주변 분위기는 선수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된다. 남은 선수는 이제 3명. 올림픽을 3회 연속 밟는 황경선은 10일 여자 67㎏급에 출전한다. 차동민과 이인종은 11일 각각 남녀 최중량급에 나선다. 어려움에 빠진 한국 태권도가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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