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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가 필요해>, 사랑은 참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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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가 필요해>, 사랑은 참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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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가 필요해 2012> 14회 tvN 수-목 밤 11시
애초부터 슬픔은 누군가와 나눠 절반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석현(이진욱)은 그것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유전병으로부터 자신도 예외일 수 없다는 두려움 앞에서 석현은 자신을 지키면서도 열매를 잃지 않기 위해 침묵을 택해 왔다. 동생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면서도 “일평생 나를 떠나지 않을 사람은 나 자신뿐”이라며 애써 자신의 아픔을 방어하고 살아 있는 자신의 슬픔이 죽은 동생의 그것보다 크겠냐며 마음껏 슬퍼하기를 묻어두는 사람, 그게 석현이다. 아픔을 자신과 나누길 바라던 열매(정유미)에게 그는 늘 자기만의 동그라미 안에 있는 사람이었고 마침내 그 이유를 알게 된 순간 그녀는 주저앉아 버렸다. 열매는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려준 지훈(김지석)을 떠나 석현과 다시 시작해 보기를 결심하지만 석현은 이 관계가 영원히 어긋날 것만 같아 또 다시 자기만의 방으로 들어가려 한다.


아픔에 대처하는 그들의 태도는 달랐고 그래서 둘의 연애는 끝없이 질척댔다. 강박적으로 아픔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석현 때문에 열매는 아팠고, 석현의 문을 두드리기에 바빴던 열매로 인해 석현은 지쳤다. 연애의 기쁨만큼의 아픔을 보지 못하거나 일부러 외면하는 사이 슬픔은 그들 각자의 것으로 커져간 것이다. 지훈이 달리 보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도 아프지만, 그는 상대를 헤아리며 자기 방의 빗장을 열어 둔다. 헤어지자는 열매에게 널 위한다는 이유로,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자신의 감정을 속이거나 자신만을 위해 상대에게 막무가내로 매달리는 대신 “지구 열 바퀴를 돌아도 다시 만날” 열매와 자신의 미래를 믿어 보려 한다.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는 운명을 보고자 하나 ‘내가 관계를 어떻게 해 볼 수 있을 거’라는 오만은 없다. 상대의 슬픔을 온전히 나눌 수는 없지만 슬픔이 마음의 가장자리로 밀려날 때까지 곁에 있고자 하는 것이다. 사랑의 아픔을 대하는 우리 각자의 방식을 되묻는 <로맨스가 필요해>는 그래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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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정지혜(TV평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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