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앉고 싶어지는, 이 의자의 비밀

시계아이콘02분 48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이정재·정우성·한지혜·엄정화가 이것을 보러 달려왔다


앉고 싶어지는, 이 의자의 비밀 핀 율(Finn Juhl)
AD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의자'를 보러 사람들이 몰렸다. 하루에 많게는 1500명이 넘는다. 이 중에는 이정재, 정우성, 한지혜, 엄정화 등 유명 연예인들도 합세했다. 바로 우리가 늘상 앉아서 사용하는 '의자'다.

하지만 그냥 의자가 아니다. 단순한 소비품이 아닌 일상 공간을 채워주는 예술품으로서의 '의자'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은 지난 4월부터 '핀 율(Finn Juhl) 탄생 100주년展-북유럽 가구 이야기'를 전시중이다. 북유럽은 추운 날씨에 대부분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 가구 제작과 디자인이 뛰어난 지역이다. 몇 년 전부터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홍대 앞에서 북유럽 스타일의 인테리어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북유럽 디자인은 확실한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핀 율은 북유럽 가구 스타일을 확립하고 전파시킨 장본인이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전시로는 첫 소개되는 디자이너 겸 건축가다.


앉고 싶어지는, 이 의자의 비밀 '치프테인(Chieftain)' 의자

◆북유럽 가구 디자인의 거장 '핀 율'은 누구 ? = 핀 율(1912~1989년)은 덴마크 출신으로 1940~1960년대 가구 디자인과 건축물 인테리어 등 왕성한 활동을 했다. 1950년대에는 가구 전시회 밀라노 트리엔날레에서 5개의 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었고, 미국에서는 '데니시 모던(Danish Modern)'을 소개한 인물이다. 유엔 미국본부 신탁통치 이사회장실의 디자인을 맡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더불어 전세계 30곳에 배치된 SAS(스칸디나비아 에어라인 시스템)이란 항공사의 티켓오피스의 인테리어를 담당했다.


미술관 2층에는 핀 율이 디자인한 의자들이 11점 비치돼 있다. 지금의 디자인과 비교해봐도 손색없을 정도로 세련된 멋을 풍기고 있다. 특히 디자인의 기본 요소 중 하나인 '실용성'에 심혈을 기울인 모습이 뚜렷하다. 1940년대 제작된 그의 '펠린컨 체어'(Pelican Chair)는 몸을 감싸는 등받이의 모습이 꼭 펠리컨의 날개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당시 핀 율은 영국현대조각의 개척자 헨리 무어(Henry Moore) 등의 조각 예술작품에 큰 영감을 받았고 그것을 디자인에 적용했다.


앉고 싶어지는, 이 의자의 비밀 펠리칸 체어


또다른 작품인 Easychair No.45(이지체어)는 '근대 의자의 어머니'라고 불릴 만큼 의자 디자인 역사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팔걸이 라인이 페이퍼 나이프를 연상케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팔걸이'로 칭송받는 이 의자는 핀 율 작품의 특징인 유기적인 곡선의 맛이 잘 살아있다.


2층 특별 부스에는 덴마크 국왕 프레데릭 9세가 앉았던 의자로 유명한 '치프테인(Chieftain)'이란 의자도 전시돼 있다. 원래는 핀 율이 자신의 집 벽난로 옆에 배치하기 위해 디자인 한 것인데 덴마크에서 1년에 한번 열리는 '코펜하겐 가구장인 길드' 전시회에 출품했을 때 기자들이 '누구를 위해 만들었나'란 질문에 즉흥적으로 "프레드릭 9세의 의자"라고 말했던 것이 왕의 의자가 된 계기다. 팔걸이에 다리를 걸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전시장의 의자는 최초에 만들어진 치프테인으로, 이는 총 78개가 제작돼 덴마크의 전 세계 대사관에 공급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싯가로는 1억원이 넘는다.


당시 북유럽에서는 가구제작 장인들이 디자인까지 맡는 게 일반적이었다. 디자이너가 되려면 제작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자격증이 필요할 정도였다. 하지만 핀 율은 관례를 깨고 디자인만 하고, 제작은 따로 장인에게 맡겼다. 핀 율과 협업한 장인은 바로 '닐스 보더'란 사람이다. 아무도 핀 율의 가구를 제작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기존 방식을 깬 핀 율의 새로운 시도를 지지했던 이다. 닐스 보더는 핀 율이 디자인한 작품의 70% 이상을 만들었다. 그의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핀 율도 존재한 것이다.


2층 전시실이 환하다면 3층으로 올라가면 갑자기 어두워진다. 이는 북극에 인접해 겨울에는 흑야, 여름에는 백야가 지속되는 북유럽을 테마로 한 컨셉이었다. 3층에는 핀 율과 동시대에 활동한 디자이너들의 의자 작품들이 연대순으로 비치돼 있다.


관람객 김여주(여 26)씨는 "가구나 의자에 대한 인식이 완벽하게 바뀌게 된 전시였다"면서 "특히 북유럽의 백야, 흑야로 구분된 전시실에서 도슨트 설명을 들으며 의자 작품들을 관람하니 마치 스칸디나비아 지역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앉고 싶어지는, 이 의자의 비밀 핀 율이 디자인한 의자들



앉고 싶어지는, 이 의자의 비밀 핀 율 가구 전시의 90% 이상이 모두 일본인 '오다 노리츠구'(1946년~)의 소장품들이다.

◆이 많은 의자를 모은 사람, '오다 노리츠구' = 사실 이번 전시의 작품 중 90% 이상이 모두 일본인 '오다 노리츠구'(1946년~)의 소장품들이다. 규모 있는 컬렉션을 하는 이들 중에는 흔히 자산가나 기업 CEO들이 많다. 하지만 오다 씨는 오사카 예술대학 졸업 후 백화점의 광고부서에서 일하다가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다. 현재는 일본 토카이 대학 예술공학부 일상생활디자인학과 전임교수로 일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의자를 수집한 후 그는 1200여점의 의자와 테이블, 조명, 식기류, 도자기 등을 소장하고 있다. 오다 씨가 세계적인 수준의 가구 컬렉터가 된 것은 오롯이 가구 수집에 대한 열정이 컸다. 가족들의 염려와 불만에도 그의 고집은 꺾지 못했다. 단순한 수집가로서가 아니라 직접 일러스트를 그려 디자인의 계보를 만들고 자비를 들여 포토 아카이브를 구축하며 전문적인 서적과 전시도록도 여럿 출간해 낸 바 있다. 그는 핀 율의 가구 디자인에 꽂혀 핀 율 부부를 만나러 직접 덴마크를 찾아가 친분을 쌓고 그들에게 의자 작품들을 기증받기도 했다.



◆미술관 표방가치 '일상생활속으로' = 대림미술관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예술전시를 개최하면서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보기 드문 미술관이다. 지난 20일 이번 전시와 연계한 썸머파티에는 2000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이곳을 찾았다. 파티에 참여하러 온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룬 모습이 진풍경이었다.


1993년 대전에서 문을 열었던 대림미술관은 지난 2002년 통의동으로 옮겨왔다. 한국 최초 사진전문 미술관으로 출발한 이 미술관은 2006년 개념을 확대해 'in everyday life(일산생활 속으로)'라는 기치를 내걸면서 사진, 패션,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등 전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오는 2014년 하반기께 서울 한남동에 디자인미술관이 새롭게 개관한다. 통의동은 사진 전문 미술전시를 위주로 하게 된다. 더불어 오는 10월께 젊은 작가를 양성하기 위한 대안공간인 프로젝트스페이스 설립도 추진 중이다.

앉고 싶어지는, 이 의자의 비밀 지난 20일 핀 율의 가구 전시와 연계한 썸머파티에는 2000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이곳을 찾았다.




오진희 기자 valer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