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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고 싶어지는, 이 의자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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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정우성·한지혜·엄정화가 이것을 보러 달려왔다


앉고 싶어지는, 이 의자의 비밀 핀 율(Finn Juh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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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의자'를 보러 사람들이 몰렸다. 하루에 많게는 1500명이 넘는다. 이 중에는 이정재, 정우성, 한지혜, 엄정화 등 유명 연예인들도 합세했다. 바로 우리가 늘상 앉아서 사용하는 '의자'다.

하지만 그냥 의자가 아니다. 단순한 소비품이 아닌 일상 공간을 채워주는 예술품으로서의 '의자'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은 지난 4월부터 '핀 율(Finn Juhl) 탄생 100주년展-북유럽 가구 이야기'를 전시중이다. 북유럽은 추운 날씨에 대부분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 가구 제작과 디자인이 뛰어난 지역이다. 몇 년 전부터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홍대 앞에서 북유럽 스타일의 인테리어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북유럽 디자인은 확실한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핀 율은 북유럽 가구 스타일을 확립하고 전파시킨 장본인이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전시로는 첫 소개되는 디자이너 겸 건축가다.


앉고 싶어지는, 이 의자의 비밀 '치프테인(Chieftain)' 의자

◆북유럽 가구 디자인의 거장 '핀 율'은 누구 ? = 핀 율(1912~1989년)은 덴마크 출신으로 1940~1960년대 가구 디자인과 건축물 인테리어 등 왕성한 활동을 했다. 1950년대에는 가구 전시회 밀라노 트리엔날레에서 5개의 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었고, 미국에서는 '데니시 모던(Danish Modern)'을 소개한 인물이다. 유엔 미국본부 신탁통치 이사회장실의 디자인을 맡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더불어 전세계 30곳에 배치된 SAS(스칸디나비아 에어라인 시스템)이란 항공사의 티켓오피스의 인테리어를 담당했다.


미술관 2층에는 핀 율이 디자인한 의자들이 11점 비치돼 있다. 지금의 디자인과 비교해봐도 손색없을 정도로 세련된 멋을 풍기고 있다. 특히 디자인의 기본 요소 중 하나인 '실용성'에 심혈을 기울인 모습이 뚜렷하다. 1940년대 제작된 그의 '펠린컨 체어'(Pelican Chair)는 몸을 감싸는 등받이의 모습이 꼭 펠리컨의 날개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당시 핀 율은 영국현대조각의 개척자 헨리 무어(Henry Moore) 등의 조각 예술작품에 큰 영감을 받았고 그것을 디자인에 적용했다.


앉고 싶어지는, 이 의자의 비밀 펠리칸 체어


또다른 작품인 Easychair No.45(이지체어)는 '근대 의자의 어머니'라고 불릴 만큼 의자 디자인 역사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팔걸이 라인이 페이퍼 나이프를 연상케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팔걸이'로 칭송받는 이 의자는 핀 율 작품의 특징인 유기적인 곡선의 맛이 잘 살아있다.


2층 특별 부스에는 덴마크 국왕 프레데릭 9세가 앉았던 의자로 유명한 '치프테인(Chieftain)'이란 의자도 전시돼 있다. 원래는 핀 율이 자신의 집 벽난로 옆에 배치하기 위해 디자인 한 것인데 덴마크에서 1년에 한번 열리는 '코펜하겐 가구장인 길드' 전시회에 출품했을 때 기자들이 '누구를 위해 만들었나'란 질문에 즉흥적으로 "프레드릭 9세의 의자"라고 말했던 것이 왕의 의자가 된 계기다. 팔걸이에 다리를 걸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전시장의 의자는 최초에 만들어진 치프테인으로, 이는 총 78개가 제작돼 덴마크의 전 세계 대사관에 공급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싯가로는 1억원이 넘는다.


당시 북유럽에서는 가구제작 장인들이 디자인까지 맡는 게 일반적이었다. 디자이너가 되려면 제작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자격증이 필요할 정도였다. 하지만 핀 율은 관례를 깨고 디자인만 하고, 제작은 따로 장인에게 맡겼다. 핀 율과 협업한 장인은 바로 '닐스 보더'란 사람이다. 아무도 핀 율의 가구를 제작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기존 방식을 깬 핀 율의 새로운 시도를 지지했던 이다. 닐스 보더는 핀 율이 디자인한 작품의 70% 이상을 만들었다. 그의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핀 율도 존재한 것이다.


2층 전시실이 환하다면 3층으로 올라가면 갑자기 어두워진다. 이는 북극에 인접해 겨울에는 흑야, 여름에는 백야가 지속되는 북유럽을 테마로 한 컨셉이었다. 3층에는 핀 율과 동시대에 활동한 디자이너들의 의자 작품들이 연대순으로 비치돼 있다.


관람객 김여주(여 26)씨는 "가구나 의자에 대한 인식이 완벽하게 바뀌게 된 전시였다"면서 "특히 북유럽의 백야, 흑야로 구분된 전시실에서 도슨트 설명을 들으며 의자 작품들을 관람하니 마치 스칸디나비아 지역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앉고 싶어지는, 이 의자의 비밀 핀 율이 디자인한 의자들



앉고 싶어지는, 이 의자의 비밀 핀 율 가구 전시의 90% 이상이 모두 일본인 '오다 노리츠구'(1946년~)의 소장품들이다.

◆이 많은 의자를 모은 사람, '오다 노리츠구' = 사실 이번 전시의 작품 중 90% 이상이 모두 일본인 '오다 노리츠구'(1946년~)의 소장품들이다. 규모 있는 컬렉션을 하는 이들 중에는 흔히 자산가나 기업 CEO들이 많다. 하지만 오다 씨는 오사카 예술대학 졸업 후 백화점의 광고부서에서 일하다가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다. 현재는 일본 토카이 대학 예술공학부 일상생활디자인학과 전임교수로 일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의자를 수집한 후 그는 1200여점의 의자와 테이블, 조명, 식기류, 도자기 등을 소장하고 있다. 오다 씨가 세계적인 수준의 가구 컬렉터가 된 것은 오롯이 가구 수집에 대한 열정이 컸다. 가족들의 염려와 불만에도 그의 고집은 꺾지 못했다. 단순한 수집가로서가 아니라 직접 일러스트를 그려 디자인의 계보를 만들고 자비를 들여 포토 아카이브를 구축하며 전문적인 서적과 전시도록도 여럿 출간해 낸 바 있다. 그는 핀 율의 가구 디자인에 꽂혀 핀 율 부부를 만나러 직접 덴마크를 찾아가 친분을 쌓고 그들에게 의자 작품들을 기증받기도 했다.



◆미술관 표방가치 '일상생활속으로' = 대림미술관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예술전시를 개최하면서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보기 드문 미술관이다. 지난 20일 이번 전시와 연계한 썸머파티에는 2000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이곳을 찾았다. 파티에 참여하러 온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룬 모습이 진풍경이었다.


1993년 대전에서 문을 열었던 대림미술관은 지난 2002년 통의동으로 옮겨왔다. 한국 최초 사진전문 미술관으로 출발한 이 미술관은 2006년 개념을 확대해 'in everyday life(일산생활 속으로)'라는 기치를 내걸면서 사진, 패션,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등 전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오는 2014년 하반기께 서울 한남동에 디자인미술관이 새롭게 개관한다. 통의동은 사진 전문 미술전시를 위주로 하게 된다. 더불어 오는 10월께 젊은 작가를 양성하기 위한 대안공간인 프로젝트스페이스 설립도 추진 중이다.

앉고 싶어지는, 이 의자의 비밀 지난 20일 핀 율의 가구 전시와 연계한 썸머파티에는 2000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이곳을 찾았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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