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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고는 < PD 수첩 >을 영혼 없는 사람들로 채워넣으려는 의도”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9초

< PD 수첩 > 작가 전원 축출 규탄 기자회견

“이번 해고는 < PD 수첩 >을 영혼 없는 사람들로 채워넣으려는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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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이 MBC < PD 수첩 > 무력화의 결정판이라고 확신한다.” 지난 25일, MBC 측은 < PD 수첩 >의 메인 작가 여섯 명 전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작가들은 물론 함께 일하던 PD들조차 모르게 진행된 일이었다. 26일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소영 작가는 “MBC가 < PD 수첩 >의 메인 작가를 새로 구하고 있고, 기존의 작가들은 모두 퇴출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타 방송사 작가로부터 지난 23일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작가들은 배연규 < PD 수첩 > 팀장에게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고, 배 팀장은 “파업 전 < PD 수첩 >에서 일했던 작가들을 모두 배제할 것이다. 이것은 국장의 뜻이다”라는 답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25일, 김현종 시사제작국장은 퇴출에 대한 재고를 요청하는 작가들에게 “시사제작국의 분위기 쇄신을 위한 조치다. 이는 국장의 권한이며 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말만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해고는 통상적인 작가 교체 절차와도 거리가 멀다. 정재홍 작가는 “방송사와 전속 계약을 맺으면 1월부터 12월까지 별다른 이유가 없는 한 고용이 유지된다. 사측에서도 계약 기간 중 해고는 부당한 것으로 간주하며, 업무과정에서 큰 무리가 없는 한 지속해서 일을 시키는 게 관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속 계약을 하지 않은 작가들이라 하더라도 원래는 해고 사유를 밝히고 정식으로 통보해야 한다”며 “정치적인 이유로 작가 전원이 부당하게 해고됐기 때문에 법적인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등에 참여한 정재홍 작가를 비롯, 이들은 민간인 사찰과 한강 르네상스 등 민감한 사안들을 주로 다뤄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승호 PD가 “이번 사태는 작가들마저 쫓아냄으로써 < PD 수첩 >의 구성원들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영혼 없는 사람들로 채워넣으려는 사측의 의도”라고 주장한 것 또한 그 때문이다.


‘재미없다’는 핑계로 가로막힌 시사 아이템


“이번 해고는 < PD 수첩 >을 영혼 없는 사람들로 채워넣으려는 의도” 수많은 제작진을 해고한 < PD 수첩 >이 과연 ‘정직한 목격자’로서 성역없는 취재를 할 수 있을까.

최 PD의 말처럼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 PD 수첩 >은 유난히 잦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 6월 20일, MBC는 최승호 PD를 해고하고 이중각 PD에게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또한 지난 17일에는 기습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김환균 PD를 교양제작국으로, ‘광우병’ 편을 맡았던 조능희 PD를 사회공헌실로, 송일준 PD를 미래전략실로 발령 보냈다. 아이템 통제와 방송 불가 등의 문제도 심심찮게 불거졌다. 지난해 3월 방송 예정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조찬 기도회 논란 아이템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MBC 구성작가협의회 역시 성명서에서 “한진 중공업 사태, 4대강, 제주 미군기지 문제, 한미 FTA, 대북경협 중단 등의 아이템들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PD와 작가에 대해 국장과 팀장은 ‘시기적으로 예민하다, 시청률이 안 나온다, 재미가 없다’ 등의 핑계를 대며 번번이 가로막았다”고 밝혔다. 오래전부터 MBC가 탐사보도프로그램으로써 < PD 수첩 >의 정체성을 흔들어왔던 셈이다.


앞으로 여섯 명의 작가들은 인터넷과 언론, 피케팅을 통해 전원 해고 사태의 부당함을 알릴 계획이다. 더불어 MBC 구성작가협의회 회원들과 타 방송사의 작가들은 ‘< PD 수첩 >의 빈자리를 대신 메우지 않겠다’는 보이콧 선언으로 이들의 행동을 지지할 예정이다. 과연 작가들은 제자리로 돌아가 ‘우리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 < PD 수첩 >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MBC 노조의 파업은 잠정 중단됐지만, 중요한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 문제가 단순히 여기서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에 많은 분이 공감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최미혜 방송 4사(MBC, KBS, SBS, EBS) 구성다큐연구회장의 말을 깊게 새겨들어야 할 시점이다.


사진 출처. MBC 노동조합 트위터(@saveour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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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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