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 수첩 > MBC 화 밤 11시 15분
지난 28일,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이국철 SLS 회장으로부터 워크아웃을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이 기자로 일하던 시절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자리매김한 최근까지 매달 수백만 원의 현금 등을 지급하며 10억 원이 넘는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다. 뒤이어 공개된 ‘이국철 비망록’에는 전 현직 검사장급 인사만 열 한 명이 등장한다. 이 회장의 주장에 의하면 ‘기획수사’였다는 SLS 그룹 해체에도, 회생을 위한 로비에도 검찰은 주연이었다. 과거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논두렁 시계’라는 선정적 멘트를 언론에 흘린 것은 검찰이었지만, 이 회장으로부터 고가의 명품 시계와 수십억 원대의 돈을 전달받은 의혹이 있는 검찰 고위 인사들은 지난 해 9월 < PD 수첩 > ‘검사와 스폰서’ 편으로부터 교훈을 얻은 듯 제작진의 전화를 피했다.
부당거래의 사슬은 끝나지 않는다. 이 회장은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국회의원의 보좌관에게 고가의 선물과 현금을 건네며 ‘실세’의 힘을 빌리려 했다는 것을 명백히 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보좌관의 금품 수수 사실도, 자신의 연루 의혹도 일축하며 “어쨌든 이런 일이 있었던 것에 대해선 내가 조금 미안하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 ‘어쨌든’이 무슨 의미인지, 그가 ‘미안하게 생각’하는 대상이 누구인지는 늘 그렇듯 모호하다. 문제는 이러한 사건들의 ‘실체적 진실’을 추적해야 할 의무가 있는 이들이 그것을 저버리고, 대부분의 언론 역시 눈을 감으며 견고한 카르텔을 만든다는 점이다. ‘스폰서 검사’ 의혹 사건으로 기소됐던 한승철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은 최근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진실에 한 발 더 다가서는 것과 정의가 구현되는 것이 꼭 함께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뼈 아픈 교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PD 수첩 >은 여전히 달린다. 외롭고 집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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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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