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10개 대회 중 대부분 컷 오프, 주요 기록 '최하위권'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골프천재 맞아?"
재미교포 미셸 위(23ㆍ한국명 위성미)가 깊은 벙커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양새다. 최근 US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6언더파를 몰아치며 오랜만에 선두권에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이어진 3라운드에서 6오버파로 곧바로 무너져 다시 잊혀진 선수가 됐다.
어려서부터 300야드에 육박하는 장타로 주목받았던 선수다. 하와이 지역 대회를 휩쓸다가 13세에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최하는 US여자아마추어퍼블릭링크스챔피언십를 제패하면서 '천재소녀'라는 애칭까지 붙었다. 현지 미디어들은 그러자 미셸 위를 타이거 우즈(미국)와 비교하는 성급한 분석까지 곁들였다.
실제 장타력을 앞세워 남자대회에서 '성(性)대결'을 반복하면서 스폰서들에게는 '뉴스메이커'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미셸 위 역시 수백만 달러의 스폰서를 유치하는 등 수입 면에서는 '월드스타' 못지않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미셸 위는 그러나 정작 프로 데뷔와 동시에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5년 데뷔전인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실격되는 등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기권과 실격이 반복되자 급기야 성적이 안 좋으면 기권한다는 '양심불량' 문제까지 불거지며 논란의 대상이 됐다. 한동안 부상에 시달리던 미셸 위는 2009년 로레나오초아인비테이셔널에서 가까스로 첫 우승을 일궈낸 뒤 2010년에는 캐다나여자오픈에서 2승째를 수확해 제자리를 잡는 듯 보였다.
하지만 미국 본토대회에서는 아직 무관인데다가 기복이 심한 플레이가 기대치를 깎아내렸다. 올해는 특히 최악이다. 10개의 대회에서 무려 여섯 차례나 '컷 오프'됐다. 그나마 태국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두 경기는 예선 탈락이 없는 무대였다. 매치플레이 방식의 사이베이스매치플레이에서도 1회전에서 무너졌다. 자력으로 상금을 받은 대회는 고작 2개라는 이야기다. 현재 상금랭킹은 90위(3만7000달러)다.
드라이브 샷 비거리는 8위(268야드)로 여전히 장타력을 과시했지만 페어웨이안착률이 최하위권인 146위(54%)로 정확도가 형편없다는 게 발목을 잡고 있다. 아이언 샷의 그린적중률과 평균 퍼팅 수 등 대부분 경기력을 검증하는 지표도 100위권 밖이다. 지난해까지는 학업이 걸림돌이었다. 사실 이름만 걸어 놓는 국내 대학과 달리 미국은 학점을 이수하기가 만만치 않다.
문제는 이제 대학을 졸업했다는 점이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기가 어렵다"라는 이유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의 한 언론 역시 "미셸 위가 올해부터는 기량이 좋아질 걸로 기대됐으나 오히려 악몽같은 시즌(nightmare of a season)을 보내고 있다"며 "패션잡지 화보와 광고 촬영 등 경기 외적인 활동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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