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웃으며 소통하고 치유 받은 청년들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청년 일자리를 논의하는 자리치곤 웃음 코드가 많았다.
참가자들은 위트 있는 말솜씨로 청중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유쾌하게 한바탕 웃는 가운데 자리를 매운 청년들은 잠시나마 취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다.
동시에 서로의 애로사항을 공유하며 위안과 치유를 받는 시간이었다.
23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청년에게 굿잡(GOOD JOB)이란 무엇인가’ 청년 일 대토론회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청년 일자리라는 주제가 무색할 정도로 회의장 곳곳에선 함박웃음이 울려 퍼졌다.
첫 포문은 장항준 감독이 열었다. 영화 <불어라 봄바람>, <라이터를 켜라> 등을 연출한 장 감독은 2부 토크콘서트의 토론자로 참석했다.
장 감독의 첫 마디는 “단 한 번도 정규직으로 취업을 해본 적 없는 나 같은 사람이 이런 자리에 나와도 괜찮나”였다. 객석에선 폭소가 터져 나왔다.
그러면서 어린시절 일화를 소개했다. 초등학교 6년 간 숙제를 해 간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
장 감독은 “차라리 선생님께 몇 대 맞고 숙제를 안 하는 게 더 편했다”고 너스레를 떨며 “학교에 놀러 다녀서 본의 아니게 6년 개근상을 받기도 했다”고 반전을 선사했다.
취업으로 고민하는 청년들에겐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에 도전할 것을 권했다. 아울러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웃음 퍼레이드의 바통은 강성태 공신닷컴 대표가 이어 받았다.
명문대 출신의 ‘엄친아’로 유명한 강 대표는 자신의 대학 1학년 시절 학점을 얘기하는 것으로 토론을 시작했다.
“저를 ‘공부의 신’으로 알고들 계셔서 건방지다고 할 지 모르겠다”며 입은 뗀 그는 “제 대학교 1학년 학점이 1학기 2.3, 2학기 1.7로 모두 학사경고였다”고 말해 청중들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공신닷컴 설립 초창기를 떠올리기도 했다.
“(회사에) 수익이 없어 사무실만 8번을 옮겨 다녔다”며 “사무실 책상에 엎드려 잔 적도 수없이 많았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이와 함께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들었던 생각은 다음 날을 떠올리는 것이었다”며 “꿈을 가지고 다음 날을 생각하면 설레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마지막 웃음을 선사한 주인공은 뜻밖에도 박원순 서울시장이었다.
토론 총평을 위해 마이크를 잡은 박 시장은 “저는 학교에 놀러 다니고 학사경고 받던 그런 학생은 아니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변호사를 그만둔 계기도 소개했다.
그는 “변호사 일 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구나 싶어 변호사를 그만뒀다”며 “지금까지 변호사를 했으면 이런(시청) 건물 하나 정도는 지었을 것이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청년 일자리에 대한 정책을 제시하면서는 청년들에게 멘토를 찾아주는 정책과 주거 공간을 마련해 줄 것을 약속했다.
‘멘토링 데이’ 지정으로 청년들이 멘토를 만나는 장을 만들고 숙식을 해결하는 공간을 조성해 청년들의 짐을 덜어주기로 했다. 박 시장은 숙식 장소의 이름을 즉석해서 ‘무중력공간 희망캠프’라고 지어 소개하기도 했다.
자리에 함께한 대학생 이서인(24, 여) 씨는 “취업이 어렵다 보니 휴학을 하고 졸업유예까지 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시장님이 직접 나와 청년들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소통까지 하려는 모습에서 조금의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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