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이민우 기자]새누리당의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룰의 전쟁이 3라운드를 맞았다. 1,2,3 라운드 모두 비박(비박근혜)주자들이 박근혜 전 위원장과 당 지도부 및 선관위에 룰의 변경을 요구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1라운드는 완전국민경선제 도입과 관련된 갈등으로 정몽준-이재오 의원의 경선 불참으로 이어졌고 2라운드와 3라운드는 경선기간의 토론회및 연설회 횟수와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다.
당 선관위는 총 10차례 치러지는 합동연설회를 1부 지정 주제발표와 2부 후보별 정견발표로 나눠 진행키로 했다. 대신 1부에서는 찬조연설 및 동영상을 통해 주제발표를 하도록 각 후보측에 통보했다.
오는 26일 첫 연설회인 광주 합동연설회에서는 후보별 정견발표에 앞서 1부에서 '대선후보가 다른 대선후보에게'라는 주제로 한 후보가 찬조연설을 통해 사실상 경쟁 후보를 칭찬하도록 했다. 또한 내달 1일 제주 연설회에서는 '내 인생의 책'을, 내달 18일 경기 연설회에서는 '2018년 2월 대통령 퇴임하는 내가 2012년 경선후보인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각각 주제로 동영상을 제작해 발표토록 했다.
이에 대해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김태호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김문수 경기지사(기호순) 등 4명의 비박주자 측은 전날 대리인 회동을 한데 이어 이날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은 합동연설회 방식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임 전 대통령실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박 후보 4인을 대표해 기자회견을 열고 "(1부 진행방법은) 주제를 정하지 않고 각 후보자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현역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은 찬조연설자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후보들이 마음껏 국민과 당원들에게 말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김태호 의원은 "현재 경선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며 "경선은 각 후보의 장점을 최대화하는 공간으로 자율적 방향으로 정해져야 하지만, 미리 주제를 정해 놓으면 후보 개개인의 자율성과 강점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도 "현재 방식은 후보자의 창의성과 차별성을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박 전 위원장을 제외한 4명의 후보가 이에 부당성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철이 안 된다면 4명의 후보는 5분간 밖에서 다른 이벤트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 선관위는 "경선 후보자 4인이 전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선관위의 결정에 대해 일방적으로 호도하는 행태를 보인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합동연설회 진행에 대한 결정은 당 선관위의 고유권한에 속한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한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아울러 일부 후보측에서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를 전제로 불참 운운하는 것은 도를 넘어선 행위"라며 "이런 행위를 자제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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