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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다드차타드가 아프리카에 꽃힌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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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의 글로벌 성공전략 들어보니..국내은행 해외진출은 '걸음마' 단계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1월 3억8000만달러 규모의 케냐 올카리아 지열발전소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당초 현대엔지니어링은 촉박한 일정 때문에 입찰보증서를 발행받지 못해 입찰을 포기할 뻔 했으나 현지의 케냐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한국SC은행의 협조로 통상 2주가 소요되는 입찰보증서를 11시간 만에 발행받고 성공적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다.


#2009년 말 한국은 400억 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레이트(UAE) 원자력발전소 건설 공사를 따내면서 원전 강국 대열에 합류했다. 원전 강대국들과 경쟁 끝에 이뤄난 쾌거로 UAE 원전 수주는 우리에겐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원전 수주는 SC와 연관이 있다. SC가 UAE 원전 건설과 관련해 한국의 자문은행으로 선정돼 파이낸싱 역할을 맡게 된 것. UAE 자문은행은 HSBC, 크레디트스위스은행이다. 불과 6~7년 전 국내 대형은행 정도의 규모이던 SC가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명실 공히 '글로벌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는 아프리카와 남다른 인연을 자랑한다. 현재 전 세계 70개 국가에서 1700개의 지점, 130개 국적을 가진 8만700여명의 직원을 보유한 SC가 처음 지점을 연 곳은 1863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포트 엘리자베스다. SC는 남부 아프리카에 첫 지점을 낸 이후 중부와 동부, 서부 아프리카 대륙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해나갔고 자연스럽게 중동과 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했다. 현재 SC는 아프리카의 16개 국가 170개 지점에서 영업하고 있으며 7000여명의 현지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글로벌 재정위기에도 순익 수직상승= 유럽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지만 SC는 지난해 52억달러의 순익을 기록하면서 9년 연속 순익 성장을 달성했다. SC가 선진국이 중심이 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던 이유는 전체 지점의 80%가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에 집중돼 있고 이익의 90% 이상이 이 지역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탄탄한 성장 동력이 뒷받침 되면서 SC는 지난해 금융전문지인 영국의 '더 뱅커(The Banker)'가 꼽은 세계 1000대 은행에서 36위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여섯 계단 상승한 결과다. 국내 은행에서 가장 큰 우리금융그룹, KB금융그룹의 순위는 70위권에 불과하다.


SC의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5990억달러(683조원)로 8년 새 덩치가 4배나 불었다. 한국의 제일은행을 인수하기 직전인 2004년 SC의 총자산 규모는 1471억달러(167조원)였다. 당시 국내 최대 은행이던 국민은행(1928억달러, 219조원)의 80% 수준에도 못 미쳤다. 그러나 불과 8년이 지난 지금 그 격차는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벌어졌다.


◇"아프리카와 아시아가 우리의 고향"= SC가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강점을 갖게 된 것을 설명하려면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를 이야기해야 한다.


당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던 영국은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식민 지배를 확대해 갔다. 식민지배에 있던 국가들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차례로 독립했지만 영국은 과거 식민지 국가에서 채집한 방대한 정보와 네트워크 등 현지화 노하우를 버리지 않았다. 본사가 있는 영국에는 지점이 없지만 북한을 뺀 모든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에 지점을 둘 정도로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교두보를 쌓은 것이다.


피터 샌즈 SC그룹 회장은 이 같은 정서를 "아프리카와 아시아가 우리의 고향이기 때문에 우리는 돌아갈 '본국'이 없다"고 말했다.


◇M&A는 피흘리지 않고 이기는 싸움= SC는 1969년 스탠다드은행과 차타드은행의 합병으로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그 만큼 인수·합병(M&A)의 역사나 노하우가 깊다. 그런 점에서 SC 성장의 견인차는 철저한 분석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M&A라고 할 수 있다.


SC는 최근 10여년 동안 20여건의 크고 작은 M&A를 성사시켰다. 2000년에는 인도 ANZ그랜들래이뱅크를 13억4000만달러에 사들여 인도와 남부아시아의 중심은행으로 성장했고 중동에서 입지를 넓혔다. 2005년에는 제일은행 인수를 성사시켰고 이듬해에는 대만 신추은행과 파키스탄 유니온뱅크를, 2007년에는 미국 아메리카익스프레스뱅크를 차례로 집어 삼켰다.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SC의 성공적인 M&A는 이어졌다. 2006년 퍼스트 아프리카그룹 홀딩스의 지분 25%를 인수한데 이어 2009년에는 그룹 전체를 인수했다. 2010년에는 바클레이스은행으로부터 아프리카 수탁비즈니스를 인수했고 이후 코트디부아르와 우간다,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의 아프리카 국가에서 새로운 수탁비즈니스를 시작했다.


◇국내 은행 해외진출 '걸음마 단계'= 이에 비해 국내은행들의 해외 진출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특히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 대한 투자는 전무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하나·우리·외환은행이 두바이와 바레인에 지점과 사무소를 가지고 있는 것이 전부다.


국내은행의 해외 진출은 1980년대부터 시작돼 한때 257개의 지점이 해외에 기설되는 등 활발해지기도 했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리먼사태' 등으로 대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해외점포가 문을 닫는 등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그나마 최근 몇년새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이 확대되고 있는 곳은 중국과 베트남 등 일부 지역에 치중돼 있다.




조목인 기자 cmi0724@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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