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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의 변신]"카페야? 시장이야?" 전주 남부시장의 무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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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의 변신]"카페야? 시장이야?" 전주 남부시장의 무한 변신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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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너그 자식이면 거기 두겄냐"
폐허처럼 텅텅 비었던 전북 전주 남부시장 건물 2층에 20~30대 청년 장사꾼들을 유치한다고 했을 때만해도 시장 상인들은 "낡고 허름한 쓰레기장 같은 곳에 요즘 젊은 애들이 여기서 장사 하려고 하겠냐"며 반발했다.

그러나 지난달 5일 문을 연 전주 남부시장에 '청년몰'이 생기면서부터 예전의 칙칙하고 어두운 시골 전통시장의 느낌은 찾을 수 없었다. 세련되고 풋풋한 이미지만 남았고, 덩달아 상인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재개장 한달을 맞은 지난 5일, 전주 남부시장은 굳은 날씨 탓인지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의 한 상인은 “비가 오는 평일이었기 때문에 방문객은 평소보다 적다”고 아쉬운 듯 표정을 지었지만 시장에는 적지 않은 고객들이 시장 골목을 오가고 있었다. 20대등 젊은 소비자들도 상당 수 눈에 들어왔다.

전주 남부시장에 있는 청년몰은 폐허로 남아있던 시장 건물의 2층 6개동을 청년장사꾼들이 직접 페인트 칠을 하고, 망치질해서 새롭게 만든 곳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전주시가 침체된 전통시장을 살리고 청년창업을 지원하기 시작하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청년 장사꾼들에게는 330여㎡의 시장 옥상 장소와 창업지원금 1000만원씩이 지원됐다.


[재래시장의 변신]"카페야? 시장이야?" 전주 남부시장의 무한 변신 ▲청년 몰 중 하나인 핸드드립전문점 카페 나비


젊은 가게 주인들이 가게를 열면서 시장도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전통시장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칵테일바, 한방차, 보드게임방 등을 청년들이 운영 중이다. 아마추어의 솜씨가 묻어나서인지 전통시장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대학교 주변의 카페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도 많았다.


하현수 전주남부시장 상인 회장은 "청년들 스스로가 시장을 정비하기 시작하면서 시장 전체 매출액도 올랐고, 젊은 장사꾼과 함께 일하면서 상생의 가치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 회장은 "청년몰이 열리기 전에는 50대 이상 방문자가 90%를 차지했었지만 지금은 20대들의 모습도 자주 보인다"고 언급했다.


마냥 시장이 잘 되는 데 변화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1980년대 전주 도심 외곽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대형마트가 잇따라 입점했고, 이후 시장을 찾는 발길은 뜸해졌다. 이에 전주 한옥마을과 가까운 지리점 이점을 살려 지난해부터 젊은이들을 유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청년 사업가를 유치하는 일은 사회적기업인 ‘이음’이 맡았다. 전주남부시장 상인회와 함께 청년장사꾼 프로젝트를 시행한 김병수 이음대표는 “보통 국립공원도 200 명밖에 안 오는데 여기 한옥마을엔 매년 300만 명 정도의 관광객이 온다”며 "그 정도의 유동인구라면 남부시장의 청년몰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칵테일바 '차가운 새벽'을 운영하는 강나위(28·여)씨는 "시장에서 칵테일바라고 하면 새롭기 때문에 더 재밌을 것 같아 시작했다"고 했다. 또 1년간 무료로 임대해주는 조건도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청년몰에서 사용하는 의자와 테이블 등은 청년장사꾼들이 페인트칠하고, 재활용해 만들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에는 1500명의 관광객이 몰리기도 했다.


[재래시장의 변신]"카페야? 시장이야?" 전주 남부시장의 무한 변신 ▲보드게임방을 운영 중인 백승열씨


남부시장에서 보드게임방을 운영하는 백승열(31·남)씨는 대학교를 중퇴하고 남부시장 청년몰에서 장사하기 위해 서울에서 전주로 내려왔다. 남부시장 상인들의 인심이 좋아 전주에 장사하면서 살기로 결심했다. 그는 “청년몰을 꾸미는 동안 밤늦게까지 집에 가지 않고 있으면 아래층에서 보리밥을 운영하시는 아주머니께서 밥 먹고 가라고 말씀하셨다”며 기존 시장 상인들로부터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비 오는 평일 오전에도 불구하고 남부시장을 찾은 대학생 박지인(23·여)씨는 “청년들이 운영하는 곳이라 그런지 패기가 느껴졌다”며 “사장님과 소통을 직접 하면서 물건을 사니 재밌었고, 작품 하나하나마다 스토리가 있었다”며 다음 번엔 야시장에 꼭 오겠다고 했다.


김병수 이음대표는 “자본이 부족한 20대가 일상적 생활공간 안에서 자기 공간을 확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청년장사꾼이란 개념이 반복적이고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계약제도에 도전하는 실험이지만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남부시장의 오랜 역사와 청년장사꾼들의 변화가 남부시장 청년몰을 통해서 조화를 이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주(전북)=이현주 기자 ecol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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