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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도 시장에서.." 불경기, 시장엔 '먹거리'고객만 가득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6초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전에는 다들 광장시장에서 한복도 사고 이불도 샀어. 나도 1982년 여기서 결혼준비를 다 했거든. 그런데 지금 누가 그런 걸 사러 시장을 오나, 죄다 백화점이나 마트로 가지. 지금은 광장시장에 맛있는 음식 먹으러나 오지 뭐.."


"회식도 시장에서.." 불경기, 시장엔 '먹거리'고객만 가득 12일 오후 찾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북2문 먹거리골목에는 싸고 푸짐한 음식을 찾아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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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7시40분에 찾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만난 조성미(55·여·가명)씨는 광장시장과의 30년전 추억을 회고했다. 그는 “고향인 충북 청주에서 올라와 광장시장에 처음 왔을 땐 없는 게 없어 정말 신기했다”고 말했다. 안파는게 없던 그 시절과는 달리 지금 광장시장의 모습은 크게 변했다.

‘먹거리 장터’로 모습을 바꿨다. 시장의 대표 선수로 ‘음식’이 자리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날 해질무렵 광장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음식점에 달린 주황색 불빛들이 시장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빈대떡, 순대, 돼지껍데기, 잔치국수 등 다양한 음식들의 구수한 냄새도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


특히 저렴한 가격덕분에 시장에 먹을거리를 찾아 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시장의 한 빈대떡집에서 만난 이모(58·은평구)씨는 “둘이선 2만원이면 충분하다”며 “요즘 이런데가 어디있냐”고 되물었다. 빈대떡을 안주로 막걸리를 마시던 그는 “광장시장은 싸고 푸짐해서 수십년 째 단골”이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씨가 있던 이 빈대떡집은 방송과 인터넷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으로 10년째 빈대떡을 4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빈대떡집 한 점원은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손님들이 늘었다”며 “시중에 돈이 없으니 싼 가격에 막걸리 한 잔 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장시장에서 만난 먹을거리의 가격은 대부분 1만원 안쪽이었다. 빈대떡은 4000원, 고기완자 2000원. 순대 6000원, 막걸리 3000원 등 서민들이 찾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광장시장이 처음부터 이런 모습이었던 것은 아니다.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광장시장은 한복을 비롯한 의류, 직물, 원단 전문 시장으로 이름을 크게 알리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한복 등 의류관련 제품이 다른 시장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보다 먹을거리로 더 이름을 알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40여 년 동안 광장시장 입구에서 채소를 팔아온 김모(여)씨는 “광장시장의 대표선수가 바뀌고 있다”며 “관광객들이 많이 찾으면서 한복집 등은 점점 줄어들지만 음식점들은 많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회식도 시장에서.." 불경기, 시장엔 '먹거리'고객만 가득 12일 오후 찾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일찍 문을 닫은 점포도 눈에 띄었다.


조병옥 종로광장전통시장상인총연합회 사무국장도 “의류, 직물, 원단 등의 사업이 하향세를 걷고 청계천 탈바꿈 하면서 관광객이 늘어나 음식점이 주목받고 있다”며 “음식점으로 업종을 변경하는 점포들도 꽤 눈에 띈다”고 광장시장의 상황을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을 보이는 전통시장은 광장시장 뿐만이 아니다. 같은날 찾은 서울 공덕동 마포·공덕시장 족발골목에도 사람들이 넘쳐났다. 미로처럼 골목골목 들어선 족발집들은 손님을 끌기 위한 경쟁이 심해 사람이 지날 때마다 직원들은 “몇 분이시죠? 여기가 진짜에요. 드시고 가세요. 서비스 많이 드릴께요”라고 크게 외쳤다.


마포·공덕시장 족발골목의 장점도 역시 저렴한 가격이었다. 한 족발집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22)씨는 “세 명에서 와도 2만4000원짜리 작은 사이즈 하나 주문하면 순대와 순댓국까지 나오니 부족함이 없다”며 “순댓국은 계속 ‘서비스’로 계속 추가해줘 양에 놀라고 서비스에 놀란다”고 자신이 족발골목의 단골이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족발골목 뒤로 이어지는 시장 거리에는 오후 시간에도 사람을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시장 건물 안쪽에는 곳곳에 폐업한 점포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포시장에서 작은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조금자(63·여·가명)씨는 “공덕시장 쪽은 그래도 족발집들이 유명세를 타면서 분위기는 좋아졌지만 안쪽에 있는 마포시장은 죽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여기서 30년 가까이 장사하면서 아들 대학 공부까지 다 시켰는데 요즘처럼 장사가 안 된 적은 없었다”며 “오늘 하루 종일 5000원어치 팔았다”고 말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황규자 마포구상인회 총연합회 사무차장은 “지난 1월 2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이마트 공덕점이 문을 열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이 마포·공덕시장”이라며 “그래도 대형마트 의무휴무가 시작돼 조금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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