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고급주택이 경매시장에 나오는 이유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리인이자 사돈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의 서울 성북동 자택이 경매에 나왔다.
5일 법원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은 신명수(71) 전 신동방그룹 회장의 성북동 자택이 이날 서울중앙지법 2계에서 경매에 부쳐진다고 밝혔다. 감정가는 33억1199만6760원으로 책정됐다.
법원 감정평가서에 따르면 신 전 회장의 자택은 건물과 토지 전부 경매 대상이며 입찰 보증금만 3억3200만원에 달하는 우량 물건이다. 경매 청구자는 예금보험공사로 청구액은 1억 원이다. 선순위 권리가 포함된 채권 총액은 256억1500만원으로 파악됐다. 말소기준권리는 푸른저축은행의 근저당권으로 후순위 권리는 모두 말소대상으로 서류 상 낙찰자가 인수할 권리는 없다.
감정가 내역은 토지(760㎡) 29억6400만원, 건물(728.47㎡) 7850만60원으로 각각 책정됐다. 고급 주택답게 저택 내 심어진 수목 가격만 약 2억3430만원으로 평가됐다. 이는 건물 감정가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액수다.
신 전 회장의 집은 성북동 내에서도 양호한 입지로 차량 접근성이 뛰어나고 수목이 뒤덮여 있어 사생활 보호가 잘 된가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강남 고가아파트에 이어 전통적인 부촌인 성북동ㆍ평창동 일대 고급주택들이 경매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장기간 불황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저축은행 부실이 겹치면서 고가 주택이 경매에 출현하는 일이 잦아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경매에 나온 물건이 주인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지난 4월 두산그룹 회장을 지낸 고(故) 박용오 전 성지건설 회장의 서울 성북동 자택이 경매에 나왔지만 유찰됐다. 이 물건은 대지 310㎡, 건물 240㎡의 복층주택으로 감정가는 15억원이었다. 이번 유찰로 다음 입찰은 최저가 12억원에서 시작한다.
지난 4일 경매가 진행된 개그맨 심형래의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도 두 차례나 유찰돼 감정가격의 64% 수준으로 떨어졌다. 심씨와 부인 김모씨가 공동으로 소유한 타워팰리스의 감정가는 53억원이었다. 하지만 지난 2월15일 실시된 첫 경매에서 응찰자가 없어 최저 응찰가격이 42억4000만원으로 낮아졌다. 다음달 8일 세 번째 입찰에는 최저가 33억9200만원(감정가의 64%)에 실시된다.
박종보 부동산태인 연구원은 "성북동ㆍ평창동 소재 단독주택은 부의 상징이라는 의미가 있어 경매장에 나오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강남 고가아파트에 이어 전통적 부촌의 고급주택이 경매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현재 부동산 시장의 경기 침체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7월에만 성북동ㆍ평창동 일대 고급주택 4건이 추가로 법원경매에 나올 예정이다.
이민찬 기자 leemi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