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수출 맏형' 건설이 오늘의 반도체·車 이끌었다

시계아이콘02분 35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1965년 태국 고속도로공사로 첫삽.. 10조원짜리 이라크 신도시로 5천억불 돌파


-"1조달러 목표 달성 위해서는 기술력 제고, 정부지원 등 남은 과제 많아"

'수출 맏형' 건설이 오늘의 반도체·車 이끌었다 해외건설 수주의 효시로 기록된 태국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현장. 건설업계는 이후 47년만인 2012년 상반기 해외건설 누적수주 5000억달러란 대기록을 달성했다.
AD


[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1.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1965년 5월 태국 수도 방콕에 지점을 설치하고 넷째동생인 고 정세영 현대차그룹 회장을 초대 지점장으로 임명했다. 그러면서 정 명예회장은 "무엇이든 무조건 공사를 따내라"는 특명을 동생에게 내렸다. 정세영 지점장은 악전고투 끝에 고속도로 공사를 따냈다. 해외건설 역사상 첫 해외수주로 기록된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가 주인공이다. 공사비는 522만달러. 당시 환율로 14억8000만원 규모다. 이는 그해 국내 건설업체 총 계약액의 60%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2. 2010년 2월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도착했다. 민관경제협력사절단 60여명과 함께 이라크 행 비행기를 탄 김 부회장은 "대규모 전후 복구사업이 진행될 테니 잘 살펴보고 오라"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특명을 받은 터였다. 이라크 정부가 투자위원회를 구성해 한국 뿐 아니라 일본, 터키 등 각국에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던 때다. 이후 한화는 100여명 규모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그로부터 2년3개월 뒤 한화건설은 78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신도시 건설 사업을 따냈다.



'수출 맏형' 건설이 오늘의 반도체·車 이끌었다


해외건설 수주액이 누계 기준으로 5000억달러를 돌파했다. 한화그룹이 이라크 신도시 건설사업을 따내면서 해외건설 수주액은 5014억달러로 훌쩍 뛰어올랐다. 첫 해외수주를 한 지 47년만에 이룬 쾌거다. 그동안 849개 업체들은 138개국에 진출해 총 8663건의 공사를 수행했다.


다양한 업체가 크고작은 건설공사를 수행해 온만큼 해외건설 역사에는 수많은 애환과 기록들이 숨겨져 있다. 해외수주의 절반 이상이 집중돼 있는 중동 지역 진출 1호 기록은 삼환기업이 세웠다. 삼환은 1973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공항 도로 확장공사를 수주했다. 숨막히는 열사의 땅을 개척한 셈이다.


현대건설은 1976년 '20세기 최대의 역사(役事)'로 불린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수주했다. 공사비는 9억4000만달러로 그해 우리 국가예산의 25%에 달하는 엄청난 거금이었다. 워낙 초대형 공사여서 현지 근로자 수가 한때 20만명에 달했을 정도였다.


동아건설이 1983년 시공권을 확보한 리비아 대수로공사는 105억6000만달러 규모였다. 단일공종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사라는 기록을 세웠다. 1984년 6월 시작된 공사는 2003년 12월 마무리돼 19년간의 대역사가 마무리됐다. 덕분에 불모지에 생명수가 쏟아지는 기적같은 현실이 가능해졌다.


세계 최고 높이의 마천루 역시 한국기업이 쌓았다. 삼성물산이 2005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수주해 2009년 완공한 '부르즈 칼리파'는 828m(160층)로 전 세계 최고층 빌딩이다. 더 높은 빌딩건축계획이 경기침체 속에 미뤄지면 한동안 이 기록은 깨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47년을 지나는 동안 해외건설 구조도 크게 달라졌다. 주력시장은 1970~1980년대 중동에서 1990년대 아시아로 바뀐 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다시 중동으로 복귀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시장 다변화 노력도 결실을 맺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 수주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공종도 다변화 추세다. 1980년대까지는 건축이 전체 해외건설 수주의 45% 이상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토목은 35% 내외로 두 공종이 전체 해외건설의 80%를 점유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중동지역 수주가 늘어나며 플랜트 위주로 재편됐다. 대신 건축은 30% 초반으로 감소하고 토목은 30%를 밑돌았다. 또 2000년대 들어서는 플랜트 수주가 전체 해외건설 수주의 65%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져 있다.


최근엔 대규모 플랜트나 신도시 건설 발주가 늘어나며 해외건설 수주가 초대형화하고 있다. 한 건에 10억 달러를 넘는 프로젝트가 심심찮게 나온다. 5000억달러의 수주액 중 절반이 넘는 2670억 달러를 최근 4년 동안 수주한 것도 이런 이유가 작용했다. 2009년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수주한 UAE 원전은 공사비가 186억달러에 달했다.


해외건설 공사 금액이 커지면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상품 수출 1위는 2006년 반도체(332억달러), 2007년 자동차(345억달러), 2011년 조선(566억달러)이 차지했다. 이에 비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2007년 398억달러로 단일품목 1위에 올라선 뒤 4년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해외건설이 짧은 기간동안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지만 '1조달러' 수주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우선은 경쟁력 강화다. 부가가치가 큰 고수익 공사를 수행할 기술력이 밑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국내업체들의 수주는 가스처리시설, 폴리에틸렌 처리시설 등 대부분 중간 정도의 기술을 요하는 플랜트에 집중돼 있다. 앞으로는 LNG플랜트 등 기술수준이 높은 사업영역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발전시설과 성장가능성이 가장 높은 환경 플랜트 분야 역시 중시해야 할 분야다.


핵심 인력을 육성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업체들의 기획능력은 선진국대비 59% 수준, 설계는 63% 수준에 불과하다. 플랜트 부문의 지속성장을 위한 전략적 제휴와 인수합병 등을 통한 경쟁력 확보도 요구된다.


자금조달 능력을 키우는 것 역시 관건이다.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해 발주처들이 단순 시공 대신 자금 조달계획을 함께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우건설과 STX건설 컨소시엄,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베네수엘라에서 각각 88억달러, 30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공사를 수주한 것도 그 배경엔 파이낸싱 주선이 자리잡고 있다. 한 건설사 고위 임원은 "해외 네트워크를 통한 대규모 파이낸싱 없이는 대규모 수주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수요건으로 지적된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정보기획실장은 "미국은 연간 8만달러, 일본의 경우 해외근무수당 전액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부여된다"며 "해외 근로자에 대한 비과세 확대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창익 기자 window@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510:17
    ⑤자동화·위생·자원화…도축장이 달라졌다
    ⑤자동화·위생·자원화…도축장이 달라졌다

    정부가 추진해 온 FTA(자유무역협정) 국내보완대책이 도축·가공 현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경남권의 핵심 거점인 부경양돈협동조합 통합부경축산물공판장과 대전·충남권의 대전충남양돈농협 산하 포크빌축산물공판장은 시설 현대화를 통해 생산성과 위생, 환경 성과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국내 축산물 경쟁력 강화의 실증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판장의 역할이 단순

  • 25.12.1209:58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제주 축산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제주 한라산바이오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가축분뇨를 재생에너지와 비료로 전환하며 지역 축산업의 환경 기반을 바꾼 시설로 꼽힌다. 제주에서는 약 55만~60만마리의 돼지가 사육되며 하루 2500t 가까운 분뇨가 발생하는데, 한라산바이오는 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자원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분뇨가

  • 25.12.1108:51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자유무역협정(FTA) 국내 보완대책을 통해 설립된 '충주 거점 산지유통센터(APC)'는 단양과 제천, 음성, 괴산 등 충북 북부권에 위치한 농가 650곳에서 생산한 사과를 세척·선별·포장·출하하는 과실 전문 APC입니다. 생산단계부터 관리하고 사과 브랜드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저온저장고와 선별기 등을 통해 비용을 줄여 농가엔 더 큰 수익을, 소비자들에겐 품질 좋은 사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 25.12.1010:18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59개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축산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국내보완대책 가운데 하나가 '조사료생산기반확충 사업'이다. 조사료는 볏짚이나 목초 등 거친 섬유질 위주의 사료로, 이 사업을 통해 국산 조사료의 생산·유통·가공 기반을 갖춘 지역 단위 가공·유통센터가 확충되면서 국산 조사료 품질과 시장 신뢰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북 김제에 위치한 전주김제

  • 25.12.0909:11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올해 3분기 기준 한국은 22개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통해 59개 국가와 FTA를 활용한 무역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첫 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4월 이후 약 21년 5개월 만의 성과다. 정부는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85% 수준인 FTA 네트워크를 글로벌 1위인 90%까지 더 넓고 촘촘하게 확충할 방침이다. FTA 네트워크 확대에 따라 한국의 수출 시장이 넓어진 만큼 수출액도 2004년 2538억달러에서 2024년 6836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