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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추사 김정희 글씨 '오무종죽'

시계아이콘읽는 시간30초

다섯 이랑은 대나무를 심고/다섯 이랑은 채소를 심고/반 나절은 책을 읽고/반 나절은 가만히 앉았다//五畝種竹/五畝藝蔬/半日讀書/半日靜坐

[아, 저詩]추사 김정희 글씨 '오무종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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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 글씨 '오무종죽'


■ 다섯 이랑은 최소한의 노동이며, 반 나절은 가장 넉넉한 시간이다. 일을 하라면 무슨 일을 하겠는가. 딱 두 가지 일을 한다. 하나는 대나무를 심어 기르는 것이다. 곧고 푸르고 단단한 그 뜻을 키우는 것이다. 정신을 먹여살리는 일이다. 또 하나는 채소 다섯 이랑을 기른다. 이건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인데, 스님처럼 그저 풋것으로 요기만 풀면 되는 그런 끼니이다. 몸을 건사하는 최소한의 방편이다. 그리고 하루를 어떻게 쓰는가. 부질없이 일하는 시간을 줄여, 반 나절은 책을 읽는다. 추사 또한 책벌레였다. 세상의 모든 즐거움 중에서 책읽기만큼 즐거운 게 없다 하였다. 그러니 가장 넉넉히 독서에 시간을 할애한 것이다. 그 다음엔 뭘 하는가. 그냥 책을 읽는 것으로 즐거움을 취한다면, 그건 공부하는 사람의 모양새가 아니다. 그 읽은 것들을 음미하고 곱씹으며 가만히 깨달음을 넓혀가는 묵상이 꼭 필요하다. 여기엔 기운을 돋우는 호흡정진도 필수다. 은자(隱者) 추사가 뭐하고 있는지 고개를 들어 엿보는 자여, 십중팔구 책을 읽고 있거나, 정좌한 채 단전호흡을 하고 있는 그를 만나리라.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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