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공식 취임 8일 만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란 조직이 갖고 있던 폐쇄성을 없애고 원전에 관한 모든 문제를 공개하겠다"면서 김균섭 신임 사장이 3가지 포부를 들고 '소통'에 나섰다. 지난 19일 과천의 한 식당에서 지식경제부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다.
김 사장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사과부터 했다. 그는 "심려를 끼쳤고 솔직히 (한수원이) 자만한 부분이 있었다"며 "취임하자마자 '거안사위(居安思危·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늘 생각해야 한다는 뜻의 사자성어)'하자고 독려했다"고 전했다.
12년 6개월 만에 '정부밥'을 먹게 됐다. 지난 1999년 산업자원부 기획관리실 실장을 끝으로 관가를 떠났던 그다. 직전 직장인 신성그룹에서 은퇴를 준비 중이던 그가 갑작스레 한수원 사장으로 컴백하게 된 것은 '원전과의 오래 전 인연' 덕분이다.
김 사장은 "1978~1982년 상공부에서 원전 발전 설비 국산화 추진 사업에 참여했다"며 "당시 통행금지가 있어 애들 돌반지를 팔아 여관비를 대가며 국산화에 매진했던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전하고 인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공모 지원서) 마감 직전에 내게 됐다"고 덧붙였다.
취임 후 8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한수원의 고질적인 문제는 대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다만 여론의 뭇매로 과도하게 위축된 조직에 기를 불어넣으면서 서서히 변화시키겠다는 게 김 사장의 생각이다.
김 사장은 "사장이 바뀌더라도 한수원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3가지를 반드시 바꾸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전 문화와 소통, 인사가 그것이다.
김 사장은 "전력이 부족하더라도 안전을 담보 못하면 원전을 돌릴 수 없다"며 "안전 문화 확립을 위해 인식 수준을 계량화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전과 관련한 법규 등 복잡한 매뉴얼을 중요도를 따져 추린 뒤 국제 기준에 맞춰 운영할 방침이다.
그는 이어 "보고 체계에 있어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면서 "인사 문제는 직원들이 외골수로 자라지 않도록 나선형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돌리겠다고 덧붙였다. 중간 간부는 원자력 건설과 설계, 해외 파트 등 다양한 분야로 순환 근무를 시키겠다는 뜻이다.
지역사회의 폐쇄 압력에도 사실상 재가동 가능성이 높은 고리 원전 1호기에 대해선 "20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최종 종합 점검 이후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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