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이 45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런던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건 64년 만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우리는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했다. 성적은 동메달 두 개, 32위였다.
장소는 같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크게 달라졌다. 1948년 우리 경제는 우방국의 원조에 의존해야 했다. 그러나 2012년의 대한민국은 '2050클럽(소득 2만달러ㆍ인구 5000만명 동시 충족 국가)'에 세계 일곱 번째로 진입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3회 연속 금메달 10개 이상, 세계 10위권 이내(10-10) 유지를 목표로 할 만큼 스포츠 강국 반열에도 올랐다.
우리에게 자신감과 국가적 자긍심을 안겨준 첫 국제 스포츠대회는 88 서울 올림픽이었다. 당시 우리의 가장 큰 목표는 금메달 수였다. 세계 4위, 우리는 환호했다. 이후에도 우리에게 국제 스포츠대회의 목표는 좋은 성적 거두기에 맞춰져 왔다.
그러나 이제 성적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트랙 밖에서도 대한민국의 국가적 위상에 걸맞은 역할과 책임을 찾을 때다. 이번 올림픽은 한국이 국제 스포츠 발전에 함께 노력하고 기여할 준비가 돼 있고, 그만큼 경험과 능력 그리고 국민적 의지도 있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세계경제와 문화는 아시아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 세계만큼은 아직도 유럽과 북미권 중심이다. 우리에겐 올림픽, 월드컵 개최 등을 통해 축적한 국제경기의 노하우와 경기력 향상, 스포츠를 사회적 통합과 국가발전의 구심점으로 승화시킨 경험, 그리고 스포츠에 대한 국민적 열정이 있다. 특히 전 세계가 함께할 수 있는 한류문화의 힘도 갖고 있다.
한국은 서구 중심의 스포츠 세계에서 개도국과 선진국을 잇는 가교나 허브 역할을 하는 데 이런 자산과 능력을 기여해야 한다. 우리보다 뒤진 아프리카나 다른 아시아 국가와 우리의 이런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지구촌의 꿈을 함께 키워나갈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설정한 'From London To London(1948~2012)'이란 개념은 바로 스포츠 수혜국에서 스포츠 원조국으로 바뀐 우리의 위상을 의미한다. 또 국제스포츠계와 '함께 꿈을 이루자(Dream Together)'는 비전은 스포츠를 통한 윈-윈 전략이다. 개도국과 함께할 수 있는 많은 경험을 우리는 갖고 있다. 스포츠 과학화, 국제대회 운영 노하우, 선수와 지도자 양성, 스포츠를 통한 국가 지역발전 경험 등이 그 예라 할 것이다. 런던 올림픽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공유할 수 있는 문화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대회기간 중 열릴 코리아하우스와 한국문화축제 '오색찬란'은 스포츠와 문화가 어우러지는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올림픽 기간 내 코리아하우스로 선정된 곳은 런던 로얄 템스 요트클럽(Royal Thames Yacht Club)이다. 다음 달 24일부터 8월12일까지 이곳에서 선수단과 스포츠 외교활동을 지원하고 한국문화를 홍보한다. 오색찬란은 이달부터 9월까지 런던에서 선보일 '100일간의 한국문화축제'다. K-POP을 넘어 한국영화와 문학, 패션, 클래식, 공연, 미술 등 다양한 장르가 소개된다.
이제 우리는 다시 런던으로 간다. 그러나 이번에는 선수만 가는 게 아니다. 런던행 비행기에는 대한민국이 스포츠를 통해 이뤄야 할 비전이 실려 있다. 우리도 국악 응원가를 부르며 국민적 열정을 다시 한번 모으자.
김용환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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