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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한류, 이곳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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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문화대학교 김봉건 총장 인터뷰

"문화유산 대학원 만든다"
내년에..석박사 인력, 유럽·아시아에 한류 전파


 "문화유산 한류, 이곳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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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문화유산 분야도 한류(韓流)를 시도해 볼 수 있는 때가 왔다. 드라마 ‘대장금’이 사우디에서 인기 절정에 이르면서 일본 자동차보다 한국 자동차 판매가 30% 앞질렀다. 프랑스 루브르대학이나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처럼 선진국과 활발한 연구교류와 함께 아시아 저개발 국가들에게 문화유산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전수하는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우뚝 설 것이다”


문화유산 특성화 대학인 한국전통문화대학교가 설립된 지 12년이 흘렀다. 내년부터는 대학원 과정도 도입된다. 최근 숭례문 복원에 쓰일 전통기와를 굽고 있는 가마터도 이곳에 자리해 있다. 이 대학 설립을 위한 마스터플랜(Maste Plan 종합계획)에 참여한 바 있는 김봉건 총장은 취임 후 1년 반이 됐다. 문화향유욕구가 커지고, 한류열풍이 불면서 전통문화대학교의 비전과 담당할 몫도 커져가고 있다.

지난 8일 백제 유적지 충남 부여 규암면 합정리 백제역사재현단지 인근에 자리한 전통문화대학교 김봉건 총장을 만났다. 낮은 건물 동 내부에서는 학생들이 도자기를 빚기도 하고, 외국어 수업을 듣거나 문화유산 워크숍들을 진행하고 있었다. 지난 2000년 개교한 4년제 국립대학으로 문화재관리학을 비롯해 전통조경·건축·미술공예 등 6개 학과가 설치돼 있다. 김 총장은 과거 10년이 ‘문화유산 한류’를 준비하는 단계였다면, 앞으로 10년은 우리나라 전통문화유산 인력들이 세계무대에 진출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총장은 “문화유산만을 특화해 종합대학으로 설립한 곳은 세계에서도 꼽을 정도”라면서 “내년 대학원이 설립되면 복원보수나 문화재 분야가 강한 유럽국가와 교류를 활발히 하고, 아시아 국가들에게도 프로그램을 전수하는 문화유산 허브가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그를 통해 전통문화 전문 종합대학인 이 학교의 계획과 방향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봉건 총장과의 일문일답


-지난 2010년 10월 19일 총장으로 부임하고 1년 반이 흘렀다. 그동안 가장 중요하게 추진했던 일들은 무엇인가.
▲ 이미 실무과장으로 이 학교 설립 마스터플랜에 참여해 애착이 컸는데, 이곳에 총장으로 돼 영광이었다. 학부과정이 10년 이상 정착돼가고 있었으며, 학생들에게 문화유산 이론과 실무를 전문적으로 가르쳐야하는 상황에서 대학원과정이 없는 것이 참 아쉬웠다. 외국과 자매결연 맺어도 석박사과정이 없어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전통문화대학교 설치법이 통과시켰고 대학원이 신설됐다. 이외에도 전임 총장이 추진한 전통문화연수원 장기과정을 심화 발전시켰다. 연수원은 전통공예, 건축 등 기능인들을 배출하는 곳으로, 기술을 연마하는 도제식 방식을 학교시스템에 끌어들여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작업을 할 수 있는 공방 건물도 마련했다.


-해마다 이 학교 입학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는데...어떤 학생들이 지원하고 있나.
▲ 올 신입생 144명 모집에 9.2: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학업성적이 좋은 학생들도 많이 이 학교에 지망한다. 특히 우리학교는 수능을 치르기 전에 먼저 선발한다. 수능성적보다는 문화유산에 정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받고 싶어서다. 면접을 하다보면 중고등학교때 답사를 다니며 찍은 사진들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보여주는 학생들도 있다. 또 부모가 인간문화재여서 그 대를 잇겠다는 친구들도 있다. 어린 학생뿐만 아니다. 이미 전통기능인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못 배운 것들을 체계적으로 공부해 보겠다고 오기도 한다. 1기 중에는 부산 디자인고등학교에서 도자기를 가르치던 교사가 다시 시험을 봐서 들어왔다. 미술공예학과 김창대 씨인데, 그 학생은 졸업 후 전남 장흥으로 내려가 숭례문 복원에 참여한 제와장 한형준 선생 밑에서 전통기와를 만드는 법을 전수받았다. 현재 그는 우리학교 가마터에서 기와를 굽고 있다.


최근엔 이번에 졸업한 학생 중 세 명이 영국의 대학으로 석사과정 입학이 결정됐다. 각각 런던대, 워릭(Warick)대, 뉴캐슬(New Castle)대에서 공부하게 된다. 나도 런던대에서 공부한 적이 있어서 반가웠다. 문화재 보존활용에서 역사 깊은 유럽에서 많이 공부하고 돌아와 국내외로 문화유산 전문가로 활동해 주기를 바란다.


-대학원이 설립되고 난 후 어떤 변화들을 기대하고 있는지.
▲우리학교는 전통문화관련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고급인력을 배출하려는 곳이다. 그동안 석박사 과정 부재로 유수 외국대학과의 실질적인 교류가 한·중·일에 그쳤는데, 이제는 선진국 대열의 프랑스, 영국 대학과의 교류도 본격적으로 시도할 계획이다. 인력양성, 연구개발, 해외 문화유산관련 사업 참여 등 활동의 폭을 넓힐 것이다.


특히 이론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에 응용해볼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대학원 졸업요건으로 정해진다. 예를 들어 국내외 박물관에서 1년간 인턴과정을 거쳐야 한다든지, 협정을 맺은 학교 등과 연구프로젝트를 함께 한다든지 이런 장치들을 둘 생각이다.


최근 중국 항주의 국립실크박물관을 다녀왔다. 우리나라 직물과 중국의 비단 등 직물을 함께 비교 연구해 보는 등 국제합동연구가 가능해 보였다. 이런 방식의 해외교류도 실무적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다. 중국 송대 도자기 고향인 경덕진에 있는 경덕진대학과는 서로 학점교류를 실시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우리학교에서 진행하는 문화재 분야 전문가들의 연수프로그램을 유네스코 국제문화재보존 복원센터(ICCROM)에서 인증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이미 동남아국가 내 문화재 전문가들에게 2주간 연수를 시키는 과정이 있다.


-전통문화유산 전문가를 목표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전통문화분야를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고 어려운 길인데,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 고맙고 기특하다. 당장 빛이 안 나는 분야라고 생각하지 말고, 묵묵히 걷다보면 진가를 알아봐줄 날이 올 것이다. 특히 우리학교는 다른 학교보다 문화재청 소속기관이나 연구소, 박물관, 문화재 복원보수현장 등에 접근성이 좋다. 문화재 위원들과 전문가들이 이곳에서 강의를 많이 맡고 있다. 세계화될수록 지역기반 전통문화가 각광을 받는 때다. 국격을 높인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공부하기를 바란다. 독자들도 이런 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고, 응원해주기를 부탁한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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