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서양화가 우창훈 | 자유 갈망하는 인간과 우주 ‘존재의 이유’

시계아이콘01분 10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권동철의 그림살롱 104회 | 서양화가 우창훈 ‘다차원 세계’연작

서양화가 우창훈 | 자유 갈망하는 인간과 우주 ‘존재의 이유’ 얼굴, 162x130㎝ Oil on canvas, 2011
AD


탁 트인 광야를 가로지르는 느릿한 물결 위. 나뭇잎 하나 떨어진다. 무질서한 낙하(落下). 궤도를 따라 운동하는 천체. 아아, 서로를 접속하는 저 빛나는 띠의 순환성!

문이 열린다. 보이며 떠오르고 밀려왔다 사라지는 통섭(通涉)의 세계. 창(窓)은 곧 마음. 평온한 눈빛이 회상으로 젖었다. 물과 물이 부딪힌다. 명제인줄 알았는데 네발 짐승이 두발로 서서 달리듯 하얀 포말(泡沫)이 밀려올 때 물과 물이 뒤섞이는 것이었다. 이것이 물의 역사였다. 물이 지나간 자리에 돋은 모래알의 흠집. 몸과 마음이 함께 가지 않은 상처. 외롭고 쓸쓸하며 텅 비어 덧없이 드러나 있는 존재. 그런데 잔돌은 유난히 반짝이며 물결 리듬은 왜 자유로운가. “제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 자의 시선은/안으로 향해 있다. 제 안의 어둠이 유일한 경전이 되는 세계/제 얼굴을 제 손으로 파헤치는 자는 시간의 화상(火傷)으로 사는 자이다.”<이원 詩, 얼굴 속으로>


서양화가 우창훈 | 자유 갈망하는 인간과 우주 ‘존재의 이유’ 존재, 116.7x91㎝

불변의 원소(元素)처럼 대기로 쏟아지는 꽃의 행렬
해안선을 무덤덤하게 달리는 기차의 속도에 아카시아 향기가 회오리를 일으키며 날렵하게 따라 붙었다. 협곡을 지나며 꽃들의 향기는 어느새 둥그렇게 팽팽한 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그곳을 빠져나오자 명쾌하며 간결한 행렬(matrix)처럼, 무목적으로 도시를 찾은 이방인 같이 갑자기 무엇이 툭하고 터지는 듯 했다. 뜻밖이었다. 다른 것과 섞이지 않는 불변의 원소처럼 형형색색의 꽃들이 대기로 쏟아져 나왔다. 장미, 라일락, 감꽃, 연꽃….


의자에 고개를 젖힌 채 깊게 잠이 든 승객은 도시에서 불안했던 저녁노을의 기억을 애써 외면했다. 삶의 풍파가 노랗게 물든 동그란 노을처럼 견고했던 시절, 그는 이곳서 밀려났다. 노파는 청춘의 상념에 빠졌다. 불꽃같았던 열정, 가는 다리에 힘이 꿈틀거린다. 스스로의 믿음을 의아해 한 탓일까. 가늘게 한 눈만 두리번거린다. 그 순간, 도시를 바라보며 바다의 노래를 듣던 청춘이 차장에 잠깐 스친 눈동자 하나에 심하게 혼란스러워했다. ‘나의 얼굴이었나?’, ‘아니 그 눈빛이 본모습이란 말인가?’


서양화가 우창훈 | 자유 갈망하는 인간과 우주 ‘존재의 이유’ 거대정물, 162x130㎝


평행선의 절절한 희생없이 종점에 도착하는 기차가 없듯 역(驛)의 존재 이유도 본시 거기서 부터이다. “오오 나보다 더 그리운 것도 가지만 나는 남네 기차는 가네/내 몸속에 들어 온 너의 몸을 추억하거니/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리 몸이 먼저 닮아 있었구나”<허수경 詩, 기차는 간다> 그리고 연노랑 황혼이 드리운 어느 저녁, 남빛 물방울이 떨어지며 점점 당신의 입술이 매혹으로 물들 때 알게 되리라. 갈무리되는 인간의 존귀함, 그 매만질 수 없는 불멸의 혼(魂)을….


이코노믹 리뷰 권동철 기자 kdc@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