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국내 중저가 브랜드 로드숍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샤, 더페이스샵, 네이처리퍼블릭 등에서 더 이상 3000원대 '저렴이' 화장품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 동안 3300원이라는 낮은 가격의 미끼상품들로 고객을 유치해온 이들 브랜드들이 최근 미끼상품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짐승젤'이라는 애칭이 붙은 네이처리처리퍼블릭의 '수딩 앤 모이스처 알로에베라 수딩젤' 제품은 지난 1일 3300원에서 4400원으로 33%가량 인상됐다. 이 제품은 중저가 로드숍 브랜드 중에서도 3300원짜리 저렴이 화장품의 대명사로 알려져, 국내 뿐 아니라 일본ㆍ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쇼핑목록 1위에 오르며 2009년 출시 이후 약 250만개 이상 판매됐다. 그러나 최근 두 차례 용기 디자인을 리뉴얼하고 제품 성분 함량을 높이면서 가격을 1100원 올렸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이 제품의 주성분인 유기농 알로에베라 추출물 함량을 지난해 90%에서 92%로 높이고 용기도 두 차례 리뉴얼했음에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었다"면서 "300ml의 대용량으로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고자 마진을 줄이고 3300원에 판매해 왔으며 가격이 인상됐지만 타 브랜드의 알로에 수딩젤 제품의 용량과 가격을 비교해보면 용량 대비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짐승젤마저 가격이 훌쩍 뛰었다"면서 "이제 더 이상 중저가 로드숍에서 3300원짜리 제품은 찾아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6일 명동 미샤 매장에서 판매되는 화장품 중 3300원인 제품은 4D마스크라, 컨실러, 리무버 등 일부 제품에 극소수에 불과했다. 스킨ㆍ로션 등 기초 제품 중에서는 3000원 대는 차치하더라도 1만원대 이하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소수 제품에 한해 7000원~8000원대 제품이 있었지만 이들은 매대 가장 낮은 하단에 비치해둬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3300원의 신화'라는 책까지 발간하며 화장품 가격파괴를 모토로 내세웠던 출범 당시 600여 품목 중 1/3 이상이 3000원대였던 것에 비하면 크게 달라진 셈이다. 한때 대표적인 미끼상품이었던 1000원짜리 매니큐어마저 현재는 2000원~3000원대 제품군으로 싹 바뀌었다.
매장 관계자는 "3300원짜리 제품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제품 리뉴얼 하고 기능성을 추가하면서 가격이 조금씩 올랐다"고 설명했다.
인근에 위치한 더페이스샵도 마찬가지. 3300원짜리 제품은 허브데이클렌징 폼과 클렌징크림 등에 그쳤다. 3000원대였던 헤어 왁스 제품들은 현재 가장 저렴한 게 4900원이었으며, 3300원이었던 립 제품들과 아이섀도 역시 하나같이 3900원으로 올랐다. 3300원인 제품은 가장 작은 튜브형태의 립글로즈 한 종류와 아이섀도 빈 케이스뿐이었다.
직장인 강미진(30)씨는 "중저가 로드숍 화장품들도 가격을 조금씩 야금야금 올리는 것 같다"면서 "새로 출시되는 제품들을 보면 1개당 4만~5만원인 고가 한방 라인이거나 유명 수입화장품 타깃을 한 미투 제품인데 이들이 전체적인 로드숍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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