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패션. 영화 <어벤져스>의 주인공 중 하나인 스티브 로저스는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 유니폼을 준비했다는 말에 이렇게 대꾸합니다. 그렇습니다. 성조기를 모티브로 삼은 코스튬은 너무 직설적이라 촌스럽습니다. 모두들 덜 심각해지고 더 쿨해지자고 말하는 이 시대에 애국심을 글자 그대로 온몸으로 표현하는 영웅이라니요. 하지만 영화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로키에게 굴욕적인 말을 듣는, 더는 쿨해질 수 없는 순간에 등장한 건 결국 쿨하지 못해도 미안할 건 없는 캡틴 아메리카였지요. 가끔은 그런 영웅 혹은 바보들이 있습니다. 순진할 정도로 어떤 가치를 믿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가까이는 최근 종영한 MBC <더킹 투하츠>의 은시경 같은 인물이 그렇겠죠. 왕실근위대 정복을 입고 그렇게 책임감에 불탈 수 없던 그런 구닥다리들이 가끔은 있습니다.
올드 패션. 최근 정규 앨범 < Apocalyptic Love >를 발표한 기타 히어로 슬래시를 보며 다시 이 단어가 떠오릅니다. 싱글로 나온 ‘You're A Lie’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그는 가죽 재킷에 역시 타이트한 가죽 바지, 그리고 선글라스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마술사 모자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올드 패션 기타 히어로입니다. 청바지에 카디건을 입고 커트 코베인이 등장했던 게 20여 년 전이라는 걸 떠올리면 이건 정말 시대착오적일 정도지요. 기타 플레이는 어떤가요. 오히려 건즈 앤 로지스 시절보다 더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지글지글한 하드록 사운드에 솔로는 우직할 정도로 블루지합니다. 그는 많은 소년들이 기타 한 대로 록신을 평정하러 필드에 올랐던 시대를 상징하는 마지막 기타 히어로처럼 보입니다. 뮤직 비즈니스고 나발이고 열정과 기타 테크닉이 있다면 섹시한 로커가 될 수 있다 믿었던 시대 말이지요. ‘You're A Lie’가 간만에 듣는 반가운 정통 하드록이라는 것과는 별개로 그런 믿음이 과연 지금도 유효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건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쿨한 세상이란 적어도 남의 촌스러운 신념을 비웃는 세상은 아니란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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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위당숙 기자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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