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수급·대외요건 모두 '삐걱'..2분기 실적도 "장담 못해"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곧 정기보고서 작성일인데, 난감합니다."
LG화학이 이틀째 52주 신저가 행진을 이어가는 등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애널리스트들의 표정도 점점 굳어지고 있다. 업황·수급·대외요인 세 가지가 모두 삐거덕거리면서 올해 2·4분기 실적도 말 그대로 '장담 못하는 상황'이라는 사실이 난감할 뿐이다.
지난해 5월 말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모멘텀으로 54만2000원까지 올랐던 LG화학은 1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15일 LG화학은 장 중 26만3500원까지 내리며 직전일에 이어 52주 신저가 기록을 새로 썼다. 16일 장 초반에도 1.3% 내림세를 나타내며 26만5000원 선에 머물고 있다.
주가 조정의 가장 큰 빌미는 실적 우려다. 지난달 19일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전날까지 한 달이 안 되는 기간 동안 LG화학은 22.59% 급락했다. 1분기 영업이익이 459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5.0% 감소하는 등 '어닝쇼크'가 발생한 데다 김반석 부회장이 기업설명회(IR)를 통해 공개적으로 "2분기 실적도 장담 못한다"고 밝혔을 정도로 향후 실적 상황 역시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1분기에는 아크릴·가소제, 고무·특수수지 등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감소해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이익이 3690억원으로 전년동기(7356억원)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이 됐다. 전지부문 역시 소형전지 비수기 및 GM 재고조정에 따른 중대형 전지 판매량 부진으로 전분기대비 부진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2분기 부문별 실적은 1분기보다 개선될 것이라며 매출액 6조1260억원, 영업이익 6008억원 수준의 실적 추정치(컨센서스)를 형성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하향조정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박건태 유화증권 애널리스트는 "다음달 초께 이번달 영업이익도 지난달과 다르지 않은 흐름이라는 것이 확인되면 예상실적 조정에 따른 실적 컨센서스 하향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심스러운 긍정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주가가 바닥권에 이른 상황에서 2분기 석유화학 시황의 반등, 신사업 기대 등은 주가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지난 2010년 이후 LG화학의 주가순자산비율(PBR) 밴드 하단은 2.0배 수준이었다"며 "1분기 어닝쇼크로 주가가 밴드 하단 아래로 하락한 지금은 석유화학 시황 개선 가능성, 신사업 성장성 등을 보고 다시 베팅해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다만 이 애널리스트 역시 주가 반등 속도는 중국의 경기회복 속도와 맞물려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급 면에서도 먹구름은 여전하다. 외국인은 지난달 20일부터 17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가며 지분율을 36.68%에서 33.59%로 3%포인트 이상 줄였다. 기관 역시 지난 9일부터 매도 행진에 동참하고 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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