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저가항공사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실제 저가항공사 업체들은 대형국적사들의 견제와 반칙은 물론 자기들끼의 '출혈 경쟁'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올해 1월 발표된 국토해양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저가항공사들이 요즘 대형 항공사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성가를 올리고 있다. 지난한 해 기준으로 국내 최대 황금노선인 김포~제주 노선에선 이미 대형항공사를 제꼈다. 전체 저가항공 이용자도 1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저가항공 이용자는 1052만명으로 전년 대비 32.5% 증가했다. 2005년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이 처음 영업을 가한 후 6년 만이다. 그동안 국내ㆍ국제 노선 전체 시장에서 저가항공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13.2%에서 지난해 16.5%로 상승했다. 김포~제주의 경우 53.8%의 점유율로 대형항공사를 뛰어넘었다.
김해~제주와 군산~제주 노선의 점유율도 각각 61.4%, 52.5%로 대형 항공사보다 높다. 국제 노선에서도 저가항공사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2010년 8개 뿐이었던 저가항공사의 국제선은 지난해 25개로 늘었고, 2.3%였던 점유율은 4.3%로 올라갔다.
이같은 저가항공사의 인기는 저렴한 가격과 공격적 마케팅, 장기간 운행에 따른 신뢰도 향상 등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저가항공사의 요금은 성수기때는 대형사와 조금 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비수기엔 김포~제주노선의 요금이 1만9000원대 일 정도로 파격적이다.
이처럼 저가항공사들의 '전성기'가 시작된 듯 보이지만, 정작 내부에선 안팎의 경영 환경에 대해 우려가 크다. 실제 국내 최초의 저가항공인 티웨이항공이 매각을 추진 중인 등 저가항공사들은 아직까지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우선 대형 항공사들의 심각한 견제가 저가항공사들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일본의 한 유명 여행지에 취항했다가 올해 3월 취항을 중단한 A저가항공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A사는 취항을 시작하기도 전에 대형사들의 견제로 화물 하역을 담당할 회사를 찾지 못해 애를 먹다가 간신히 다른 지역의 회사를 수배해 일단 취항하는데 성공했다. 그러자 대형사들은 돌연 해당노선에 투입하는 비행기를 세 배로 늘리는 수법으로 견제를 하더니 나중엔 계열 저가항공사를 취항시키는 수법으로 맞불을 놨다. 여기에 일본 대지진 이후 관광객 감소 등이 겹쳐 결국 A사는 애써 따낸 노선의 취항을 중단하고 말았다.
대형항공사들이 여행사가 저가항공사와 협력해 여행상품을 개발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현실도 여전하다. 대형항공사들은 여행사가 저가항공사의 좌석을 많이 판매할 수록 불이익을 주는 수법으로 저가항공사들의 영업을 방해해 지난 2010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시정 명령을 받은 적이 있다. 대형사들은 여행사에 조건부로 뒷 돈을 지급하고 티켓 가격 할인을 제한하는 등 불법 행위를 하다 공정위에 적발됐었다.
하지만 대형사들은 아직까지도 암암리에 이같은 불법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는 게 저가항공사 측의 주장이다. 한 저가항공사 관계자는 "여전히 시중에 나와 있는 여행사들의 여행 상품을 보면 저가항공사와 연계된 상품들이 거의 없다"며 "여행사들에게 상품 개발을 주문해도 '우리도 먹고 살려니 어쩔 수 없다'며 응하질 않는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증거를 수집해 공정위에 제보하기도 했지만 '더 명확한 증거를 가져와라'며 조사에 나서지도 않더라"며 공정위의 소극적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저가항공사간의 출혈 경쟁도 문제다. 실제 최근 동남아 노선에 취항한 BㆍC항공사는 하루 번갈아 항공기를 운영하면서 서로 고객을 더 유치하기 위해 출혈 경쟁을 벌고 있다. 동일한 노선이지만 가격과 서비스가 전혀 다르다. 경영 환경이 좀 나은 B항공사가 항공권의 가격이 더 비싸고 기내식도 제공하지 않고 있지 않은 반면 경영 상태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C항공사는 오히려 더 싼 값에 기내식까지 제공하고 있다. '기선 제압'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B항공사 관계자는 "이 가격의 항공 노선에서 기내식을 제공하는 것은 정말 무리한 일"이라며 "저가항공이 이래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밖에 저가항공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인식이 아직까지는 깨어있지 않다는 것도 저가항공사들의 장애물이다. 세계 1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아일랜드 라이언항공사의 경우 당연하다는 듯 최저가의 좌석 외엔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고 있고 유럽 승객들도 이를 자연스러워 한다. 반면 우리나라 승객들은 아직까지도 저가항공임에도 불구하고 기내 음료ㆍ신문 등 서비스 제공을 바라는 이들이 많다.
또 최근들어 해외 저가항공사들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 지고 있는 반면, 국내 저가항공사들은 대형사 계열사들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해 업계의 단일한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는 등 분열돼 있어 정부에 저가항공 육성의 필요성을 제대로 호소하지도 못하고 있다.
저가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싼 값에 실용적인 항공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다양한 노선을 취항할 수 있는 등 저가항공의 필요성을 이제야 인정받기 시작했지만 아직 한계가 많다"며 "정부의 지원 정책은 물론 공정한 경쟁 질서 확립과 국민 의식 전환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