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최운식 부장검사)은 8일 제주도에 소재한 미래저축은행 본점 및 관계자 주거지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합수단은 전날 영업정지된 솔로몬·미래·한국·한주 등 4개 저축은행의 본점 및 주요 지점과 대주주·경영진의 주거지 등 30곳을 압수수색해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 및 내사단계부터 계좌추적으로 쫓아온 각 은행의 자금흐름을 검토해 조만간 해당 은행 대주주·경영진을 비롯 여신업무 담당자 등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앞서 이들 저축은행의 대주주·경영진 등 핵심 관계자를 출국금지했다.
가장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곳은 회사돈 203억원을 빼돌려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다 해경에 검거돼 이날 구속될 예정인 김찬경 회장의 미래저축은행이다. 김 회장은 영업정지를 코앞에 둔 3일 우리은행에 예치된 미래저축은행 명의 예금 203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이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를 김 회장이 포기함에 따라 기록 검토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할 예정이다. 검찰은 전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김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회장의 변호인은 빼돌려진 200억원의 용처에 대해 “지난해 가을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돌려줬다”며 횡령 등 혐의 전반을 부인하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재입금된 70억원 외에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130억원이 은닉 내지 정관계 로비에 사용됐을 가능성에 주목해 자금흐름을 쫓고 있다.
검찰은 김 회장이 1500억원대 차명대출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불법대출로 조성된 자금이 김 회장이 차명 보유한 충남지역 골프장에 흘러든 것으로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김 회장의 횡령·배임을 도운 혐의로 문모 미래저축은행 경영기획본부장을, 김 회장의 밀항 준비를 거든 혐의로 운전기사 최모씨를 전날 구속했다.
김 회장은 그 밖에 필리핀 카지노 호텔 건설 명목 200억원대 투자금 및 시가 270억원 상당의 미래저축은행 명의 예치 주식 20만주를 빼돌린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김 회장이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과 상호저축은행법이 금지한 수백억원대 교차대출에 나선 정황 등 관련 의혹들을 모두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 회장 측이 주장한 56억원 도난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2월 부산저축은행그룹, 지난해 9월 제일·에이스 등 저축은행 7곳을 영업정지한 데 이어 6일 업계 1위 솔로몬저축은행을 비롯 미래·한국·한주 등 4개 저축은행을 3차로 영업정지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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