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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현수막과 전쟁'..천안시 "직원 가위 들고 거리 나가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0분 51초

1712명 직원들에 856만원 들여 가위 지급, 성과는 미흡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전 직원 가위들고 불법 현수막과 전쟁 하라.”


천안시청공무원 1712명 모두가 가위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대형 주상복합건물들의 분양광고현수막 수 백개가 도시를 뒤덮자 공무원들이 단속과 철거를 위해 팔을 걷었다.

성무용 천안시장이 지난해 12월 직원 월례회에서 “모든 직원들이 단속반이란 신념으로 가위를 갖고 다니며 없애라”고 말한 뒤 벌어진 일이다.


천안엔 현수막게시판이 동남구청에 51곳 443면, 서북구청에 58곳 511면이 있다. 지난해 8곳이나 늘였다.

동남구청은 2009년부터 지난해 10월말까지 61만2706건, 서북구청이 59만4200건의 광고물 단속실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법현수막이 사라지지 않자 시청공무원들까지 단속에 나서게 됐다.


천안시는 지난 3월부터 직원들에게 856만원으로 가위를 사서 나눠주고 읍·면·동별로 1150만원을 들여 3단 절단기 115개를 돌렸다.


직원들은 주요 도로변과 뒷길 등에 걸린 불법현수막을 휴일과 출장업무 때, 클린 천안행사일과 출·퇴근에 수시로 없애고 있다.


1인당 하루 1개, 월 30개가 최대목표다. 부서별로 매달 추진실적을 확인하고 현수막 제거실적을 연말 과별평가 때 평가항목으로 삼는다.


실적에 따른 포상과 혜택을 줄 예정이지만 결과는 신통찮다. 업주들이 불법현수막 제거와 과태료부과에도 꾸준히 내걸어 효과가 적고 철거현장에서 관계자의 거센 반발과 폭력위협 등이 나오며 몸을 사리기 때문이다.


천안시청 한 공무원은 “현수막을 떼고 있는데 업자가 지나가며 ‘죽여 버리겠다’고 해 몸이 오싹했다”며 “할 일이 많은 데 이런 일까지 하라니 힘들다”고 말했다.


권태순 천안시 도시건축과 팀장은 “직원들이 금요일에 2~3 시간 돌며 불법현수막을 떼고 있다. 그 뒤에서 업자들이 다시 현수막을 거는 등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말했다.


권 팀장은 “실적은 많지 않다. 직원들 사이에 내 업무, 네 업무 따지기도 하고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며 “다시 한 번 공문을 보내 교육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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