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필> MBC every1 화 밤 11시
어필걸이라는 이름의 여성 10명이 남성 100인의 판정단과 1인의 어필남에 ‘어필’하는 주제는 이런 식이다. 이들 중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싶지 않은 여성은 누구인가. 고단한 남자친구에게 피로회복제가 되어주는 이벤트는 어떤 것인가. 어필걸들이 어필남을 놓고 벌이는 일종의 상황극에 판정단과 어필남은 점수를 매기고, 최저점을 기록한 어필걸은 벌칙을 받는다. 3회의 벌칙은 얼굴 반쪽만 민낯을 공개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어필>에서 여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얼굴이나 몸매, 애교나 분위기로 평가받는다. 민낯 공개가 벌칙일 수 있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치장하지 않은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부끄러운 것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어필>은 한껏 꾸민 모습으로 이성이 좋아할 행동을 찾아 하는 것이 이성에게 어필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물론 어필걸들도 어필남의 복근 공개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외모에 환호를 보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성들이 남성에게 평가받는 상황이 역전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것과 그 욕망의 대상이 되는 일은 전혀 다른 일이다. <어필>은 둘을 착각하고 있거나 그게 아니라면 후자가 얼마나 위험한 시선인지를 전혀 모르고 있다. 매력 어필이라는 목적 아래 섹시댄스를 추거나 애교를 부리고 통장을 내미는 식의 상황극은 지금까지 많은 프로그램에 있었다. 하지만 <어필>은 오직 그것만이 목적이고 전부이며, 연애나 관계의 기술인양 포장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런 내용으로 남녀 심리 버라이어티라고 스스로의 장르를 규정한 것은 아이러니하다. 특정 상황에서 이런 행동을 하면 심장이 뛴다거나 이성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은 심리의 영역이 아니다. 말초적이고 즉각적인 반응들을 점수로 환산하는 것이 심리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보기와는 다르게” 남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점수와 칭찬을 받아 될 수 있는 게 어필퀸이라면, 차라리 꼴찌를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다음 회에는 출연하지 않아도 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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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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