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37% 급증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펀드투자로 1000억원 이상의 돈을 벌어들였다. 이는 지난해 거래소 순익의 40%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증시 부진으로 분배금 수익이 전년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규모의 펀드환매로 짭짤한 재미를 본 덕분이다.
1일 한국거래소가 공개한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거래소는 지난해 총 1036억원의 펀드관련 수익을 챙겼다. 지난 2010년의 펀드관련 수익 753억원보다 37%(283억원)나 급증한 규모다.
거래소의 펀드관련 수익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펀드에서 발생하는 분배금 수입과 펀드를 팔아(환매) 생기는 이익 두 가지로 나뉜다. 펀드에서 발생한 분배금은 자동으로 기존 펀드에 재투자되거나 투자자에게 돌려주게 되는데, 거래소는 이를 매년 돈으로 받고 있다.
1036억원 중 분배금 수입은 2010년 749억원에서 지난해 349억원으로 50% 이상 급감했다. 유럽재정위기 등으로 지난해 증시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던 2008년에는 분배금 수입이 아예 없었다.
반면 펀드를 팔아 챙긴 수익은 688억원에 달했다. 2010년 펀드 환매를 통한 수익은 4억원에 불과했다. 펀드관련 수익과 펀드환매 규모 모두 2006년 이후 최대다.
펀드 환매로 벌어들인 688억원에는 과거 증권유관기관이 함께 투자했던 '증시안정펀드'를 환매한 자금도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초 증시안정펀드에서 몇 차례 환매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지난 2008년 9월 증시 급락에 대한 대책으로 총 5150억원 규모의 펀드투자를 감행했다. 거래소, 예탁원, 금투협이 각각 2500억원, 2100억원, 550억원씩 투자했다.
거래소는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없기 때문에 간접투자상품인 펀드에 투자한다. 작년 말 기준 거래소의 펀드 등 간접투자상품(매도가능증권) 보유 규모는 전년(8210억원)대비 8.8% 증가한 8932억원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가 보유하고 있는 펀드의 환매는 모두 지난해 초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었을 때 이뤄졌다"며 "증시가 급락했던 8월 이후에는 단 한 번의 펀드 환매도 없었고, 오히려 새롭게 혼합형펀드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초반의 펀드 환매 또한 이후 증시가 불안할 때 지원할 자금을 마련해두기 위해서 진행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거래소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4212억원으로 전년보다 253억원 늘었다. 1036억원의 펀드관련 수익이 포함된 영업외수익은 2268억원이었다.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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