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BOOK]시장에 가서 물었다...'도덕'은 얼마죠?

시계아이콘02분 20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의 또다른 의문..."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을까?"

[BOOK]시장에 가서 물었다...'도덕'은 얼마죠?
AD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을까?" 인도에서는 6250달러만 있으면 합법적으로 대리모를 구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탄소배출시장을 운영해 기업들이 1톤에 13유로의 탄소배출권을 사고 팔 수 있게 한다. 언뜻 생각해보면 요즘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모든 것이 거래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구가 지금보다 더 많기를 바란다고 해서 친구를 돈을 주고 살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친구가 하는 일을 해달라고 사람을 고용할 수는 있지만, 고용된 친구는 진짜 친구와 같을 수 없다. 노벨상도 마찬가지다. 노벨상 위원회에서 매년 노벨상 하나를 경매로 판다고 할지라도 돈을 주고 산 상은 진짜 노벨상과 같지 않다. 노벨상을 가치 있게 만드는 선(善)이 시장교환을 통해 변질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좀 바꿔보자. "돈으로 살 수는 있지만 사면 안 되는 대상이 있을까?" 사람의 신장처럼 살 수는 있지만, 거래하면 도덕적으로 논란거리가 될 만한 재화들이 쉽게 떠오른다. 돈을 주고 산 신장이라도 신체에 거부반응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신장은 제대로 기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신장을 사고팔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2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신장거래시장이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노린다는 주장이다. 사람들이 경제적 필요에 따라 불평등한 상태에서 거래가 이뤄진다는 얘기다. 어떤 농부가 굶주리는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자신의 신장이나 각막을 팔겠다고 동의할지 모르나 정말 자발적으로 동의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둘째는 신장거래시장이 인간을 여러 부속이 합쳐진 존재로 보는 변질된 인간관을 부추긴다는 주장이다. 신장을 사고파는 행위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바로 이러한 '불평등'과 '부패'가 모든 것을 사고파는 시장사회의 이면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한국사회에 '정의'라는 화두를 던진 샌델 교수가 <왜 도덕인가>를 거쳐 이번에는 시장에서의 도덕성에 대해 면밀히 파헤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로 돌아온 것이다.


샌델 교수는 이 책에서 "가난한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거래 대상인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더욱 힘들다"며 시장사회의 '불평등'에 주목한다. 만약 요트나 스포츠카를 사고 환상적인 휴가를 즐기는 것이 부유함의 유일한 장점이라면 수입과 부의 불평등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영향력, 좋은 의학치료, 안전한 주거, 엘리트학교 입학 등 돈으로 살 수 있는 대상이 점차 많아지면서 수입과 부의 분배가 점차 커다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좋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사고파는 세상에서는 돈이 모든 차별의 근원, 불평등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년이 빈곤가정과 중산층 가정에 특히 가혹했던 것도 불평등과 빈부격차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부패의 문제는 불평등보다 복잡하다. 아이들에게 돈을 주어 책을 읽게 하는 행위는 아이들을 독서에 힘쓰게 만들지 모르나 독서를 즐거움의 원천이 아니라 일종의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도록 만든다. 대학의 입학 허가를 경매에 부쳐 최고의 입찰자에게 파는 행위는 대학 재정에 보탬이 될지는 모르나 대학의 품위와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


상품화하면 가치가 변질되거나 저평가되는 분명한 사례도 있다. 입양할 아동을 시장에서 거래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아동은 사랑과 보살핌을 받을 존재이지, 소비재화로 사고팔 수 있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또 간절하게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시민이 선거권을 파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 시민의 의무는 개인 재산이 아니라 공공 책임으로 보기 때문이다.


샌델 교수는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것들', 그리고 '돈을 주고 살 수는 있지만 그래선 안되는 것들'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과정이 경제학의 틀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시장의 영역이 무엇인지, 시장과 거리를 두어야 할 영역이 무엇인지 판단하려면 사례별로 재화가 가지는 도덕적 의미와 가치의 적절한 평가방법에 관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이 문제를 경제의 영역에 내맡기는 게 아니라 도덕과 정치의 영역으로 끄집어내야 한다.


문제는 수 십 년간 시장지상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이런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샌델 교수는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시장경제에서 시장사회로 휩쓸려왔다"고 진단한다. 시장경제에서 시장은 재화를 생산하고 부를 창출하는 효과적인 '도구'인 반면, 시장사회는 시장가치가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으로 스며들어간 일종의 '생활방식'이다.


우리는 시장경제를 원하는가. 아니면 시장사회를 원하는가. 어떤 재화를 사고팔아야 할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돈의 논리가 작용되지 말아야 하는 영역은 무엇일까. 저자가 책을 통해 던지는 이러한 물음들은 '시장의 역할과 그 영향력의 범위'에 대한 논의를 잃어버린 오늘날 우리 사회에 꽤 묵직하게 와 닿는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와이즈베리/ 가격 1만6000원




이상미 기자 ysm125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