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스텐겔 '미래 기업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에서 '브랜드 이상'(Brand Ideal) 중요성 강조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사람들에게 가족관계와 친구관계를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자". 1958년 대학생이었던 프랭크 카니와 댄 카니 형제가 어머니에게 빌린 돈 600달러로 고향에 피자헛 1호점을 열면서 세운 브랜드 이상(Brand Ideal)이다. 그들은 맛좋은 피자가 관계구축에서 커다란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피자헛은 이런 브랜드 이상을 기반으로 37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피자산업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다.
그러나 미국에서 무려 7200개의 지점을 운영하며 승승장구하던 피자헛은 2000년대 후반, 몰락에 가까운 위기를 맞았다. 그들의 브랜드 이상은 자취를 감췄고, 소비자들은 진부한 메뉴와 비싼 가격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으며 '어디서든 피자헛보다 나은 피자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며 등을 돌렸다. 시장점유율 축소와 매출 부진, 고객감소 등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피자헛은 어떻게 했을까?
그들은 "피자헛이 맛있는 피자를 파는 것 이상으로 세상에 제공하는 고차원적인 혜택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함께 모여 영화나 스포츠경기를 보는 가족에게 피자를 배달할 때, 외식을 나온 가족이나 친구들끼리의 상호 관계에 도움을 준다는 생각을 할 때' 직원들이 일의 보람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그동안 잊혀진 카니 형제의 브랜드 이상과도 맞아떨어졌다. 바로 "사람들이 소중한 관계를 맺도록 돕는다면 피자헛은 더 나은 곳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지원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브랜드 이상 말이다. 피자헛이 다시금 '사회적 연결을 촉진하는 브랜드 이상'을 발굴해 공유하기 시작하자 고객수와 매출은 두자릿수로 성장했고 직원들의 이직률은 전례 없이 낮아졌다.
피자헛의 재기는 '브랜드 이상'의 가치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책의 저자 짐 스텐겔이 10년 동안 5만여개의 기업을 분석해 얻은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스텐겔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브랜드 이상을 핵심 가치로 삼은 기업은 엄청난 이윤을 거뒀고, 현재 분야 경쟁자들의 3~4배의 성장을 달성했다.
구글(google)은 '모든 호기심을 즉각 충족시키기 위해', 아이비엠(IBM)은 '더 똑똑한 세상을 구축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명확한 브랜드 이상을 가지고 있다. 또 패스트패션의 흐름을 주도하는 스페인 의류기업 자라(ZARA)는 '패션 트렌드를 민주화시키기 위해', 비자(VISA)는 '인류를 위한 세계통화 창조', 디스커버리 채널은 '세상과 우주에 관한 호기심을 채워주기 위해 존재한다'는 브랜드 이상을 구축해 성공을 거뒀다.
이 책은 여전히 최고의 성과와 이윤, 고객만족, 지속가능한 성장과 윤리적인 조직에 대해 떠들어대는 대다수의 리더에게 보내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다. 그들이 말하는 고객은 오직 기업이 바라보는 돈을 쓰는 소비자일 뿐이며, 그들의 비전은 너무 저차원의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최고의 비즈니스는 더 차원이 높은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의 모든 구성원이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공유하면 호황이든 불황이든 훌륭한 비즈니스를 끊임없이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삶에 커다란 차이를 만들고 싶을 만큼 야심차지 않다면 어느 기업이라도 손익계산서에 커다란 차이를 만들 수 없다. 운이 좋아 몇 해 동안 만족스러운 매출을 거둘 수도 있고, 한동안 결과를 쥐어짤 수도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사업을 키워줄 수 있는 좀 더 견고하고 강력한 도구, 즉 브랜드 이상 없이 더 멀리 나아가기란 힘들다. 브랜드 이상을 미래기업의 가장 강력한 성장동력이자 존재이유이며 동시에 기업이 세상에 가져다주는 고차원의 혜택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미래 기업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 짐 스텐겔 지음/ 리더스 북/1만8000원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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