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벌고 뒤로 새나가는 편의점
정부규제 벗어나 골목상권 장악에도
대부분 외국브랜드로 해외자금 이탈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골목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편의점.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들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영향으로 심각한 규제를 받고 있지만 편의점은 정부의 규제에서 한발 벗어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이 자영업자가 '가맹점'의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상 이를 규제하면 영세한 사업자가 피해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또 편의점의 특성상 24시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특성 때문에 이를 규제하는 것이 사실상 이치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골목을 점령한 편의점 4개중 3개는 해외 브랜드로 해마다 적지 않은 돈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면 말이 달라진다. 국내업체들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와 SSM이 규제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골목 상권을 적수없이 장악하고 있는 편의점의 수익이 대기업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편의점 사업을 진행 중인 훼미리마트,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3개 브랜드는 모두 해외브랜드다. 훼미리마트와 미니스톱은 본사를 일본에 두고 있고, 이들이 한국 시장을 개척한 케이스다. 국내 4대 편의점 업체 가운데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가 유일한 토종브랜드다.
지난 1980년대말 1990년대초에 시작된 국내 편의점 사업은 당시만해도 운영 할 수 있는 유통 노하우가 없었던 탓에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이 기술제휴를 받아 국내에서 편의점 사업을 시작했다. 이 같은 상황이 20년이 지난 현재에도 계속해서 이어지며 외국 기업들의 배를 불려주는 모양새가 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 70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편의점 1위 업체 훼미리마트는 지난해 말 기준 일본훼미리마트 지분이 23.48%에 이른다. 지난 1994년 설립된 보광훼미리마트는 일본 훼미리마트와의 제휴를 통해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현재 훼미리마트가 발행한 주식수는 479만5146주. 지난해 훼미리마트의 배당금은 주당 2500원으로 일본 훼미리마트는 총 28억여원의 배당수익을 챙겼다.
또 로열티로 일본훼미리마트가 거둔 수익도 적지 않다. 보광훼미리마트 감사보고서에는 '사업상의 상징과 상호를 사용하고, 경영기법을 전수받는 대가로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일본훼미리마트에 지급하고 있다'고 명기하고 있다. 지급되는 로열티는 매출액의 0.05%~0.25%다. 지난해 보광훼미리마트의 매출액은 2조1296억원으로 로열티는 최저 10억원에서 최대 53억원에 이른다.
사정은 세븐일레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그룹의 ㈜코리아세븐이 운영중인 세븐일레븐은 지난 1988년 미국의 사우스랜드와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해 1989년에 국내 1호 편의점을 열었다. 사우스랜드는 현재 일본계 자본이 최대주주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1988년 미국 기업과 계약을 체결한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며 "로열티는 매출액의 0.5% 미만으로 지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거둔 매출은 1조9926억원으로 최대 99억원의 자금이 로열티로 해외로 빠져나간 것이다.
1997년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한 미니스톱도 최대주주가 일본의 미니스톱이다. 일본 미니스톱(MINISTOP)은 미니스톱 지분의 76.06%를 보유하고 있고, 대상이 지분의 20%를 갖고 있다. 2011년 12월31일 기준으로 작성된 미니스톱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미니스톱은 일본 미니스톱에 로열티로 매출의 0.4%를 지급한다. 지난해 지급한 금액은 총 30억8562만원이다.
골목마다 들어서있는 편의점들을 통해 한해 200억원 안팎의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이 국내에 처음 도입될 때만 해도 국내 기업들이 물류나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해외 기업들과 협력하는 방법을 찾았지만 지금은 이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어 국내 기업이 새롭게 진출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 편의점은 지난 2007년에 1만점을 돌파한 이후 4년만인 지난해에 2만점을 넘어섰고, 매출은 지난해 기준 9조6500억원 규모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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