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하고 싶어? 이말 한마디 하면 돼"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당신이 그렇지 뭐" 싸우려고 작정한 사람 같았다. 내가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저런 빈정거리는 말투인 것을 알면서도 내뱉는 걸 보니 오늘 한 판 하자는 거다. "이게 다 당신 탓이야" 결국 이쪽에서도 고운 말이 나가진 않았다. "당신은 원래 그래?""됐어, 말을 말자" "갈라서!이혼해" 결국 오늘도 끝을 봤다.

싸울 때 고운 말이 나가기는 물론 어렵다. 평소와 같이 차분한 음성으로 대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이러한 말투가 부부싸움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으로 조사돼 눈길을 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부부싸움과 갈등, 폭력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만연한 가운데 기혼자 10명 중 7명이 부부싸움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배우자의 말투’를 꼽았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부부상담 교육기관 ‘듀오라이프컨설팅’을 통해 지난 11일부터 23일까지 전국 기혼 남녀 252명(남 113명, 여 139명)을 대상으로 ‘부부싸움의 말버릇’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부부 10명 중 9명이 ‘부부싸움 시, 배우자의 말투에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특히 남성의 74.3%와 여성 73.4%는 ‘배우자의 말투가 부부싸움을 악화시킨다’고 답해 무심코 사용하는 부부 간 말버릇이 관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성을 잃을 만큼 화나게 하는 배우자의 말투’로는 남성의 경우 ▲신경질적인 말투 (23.1%) ▲무반응(14.2%) ▲무시하는 말투(13.2%) ▲빈정거리는 말투(11.8%) 등이 있었으며, 여성은 ▲단정적인 말투(24.6%) ▲신경질적인 말투(16.5%) ▲빈정거리는 말투(12.7%) ▲명령조의 말투(11.0%)등의 순으로 높았다.

‘부부싸움 시, 가장 듣기 싫은 말’은 남녀 모두 ▲‘됐어, 말을 말자’(남 36.3%, 여 32.4%)라는 대답이었으며, 그 뒤를 이어 남성의 경우 ▲‘이게 다 당신 탓이야’(18.6%), ▲‘갈라서! 이혼해!’(15.9%)가 나타났고, 여성의 경우 ▲‘결혼, 후회된다’(23.7%), ▲‘당신이 그렇지 뭐’(20.9%)라는 답변이 많았다.

‘배우자가 싫어하는 말투의 사용’에 대한 응답도 전체 중 77.8%는 악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싸움 중 상대가 싫어하는 말투를 일부러 사용한 경험이 남성 77.0%(87명), 여성 78.4%(109명)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우자의 말투로 다툰 경험’을 묻는 질문에 한 달 기준 ‘1회 이상~3회 미만’(남성 69.0%, 여성 57.6%)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으며, 월 평균 2.2회 이상은 말투가 직접적인 원인되어 싸우는 걸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