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전날 코스피는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며 1960선으로 내려앉았다. 외국인 선물매도가 6300계약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차익성 프로그램 매물이 3200억원 이상 나오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네덜란드와 프랑스의 정치적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유럽 재정위기 악화 우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계기가 됐다. 오는 10월 중국의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각 계파간 갈등에 따른 불안 역시 악재로 작용했다.
25일 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가 뚜렷한 모멘텀 없이 동반 조정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증시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흐름을 나타내고는 있으나 아직은 지켜봐야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1930선 후반대에서 지지력이 검증되는지 확인한 후에 업종별 대응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간밤 뉴욕증시는 혼조 마감했다. 미국 기업 실적 개선에 다우지수와 S&P500은 각각 0.58%, 0.37% 올랐으나 나스닥은 애플의 실적둔화 우려에 0.30% 하락했다. 그러나 애플은 장 마감 직후 2분기 주당순이익이 12.30달러라고 발표했다. 예상치 10.02달러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수준이다.
◆임수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글로벌 증시가 연일 약세를 보이고 있다. 스페인 재정 건전성 우려에 더해 프랑스·네덜란드의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부각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까닭이다. 추세 반전의 모멘텀 없이 장기간 부진을 지속하고 있는 국내 증시의 흐름은 답답하기만 하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 경제지표들까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 경기 회복 기대감도 점차 줄어드는 양상이다.
우려가 지속되고 있으나 유럽 증시에 비해 미국과 한국의 증시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금번 조정 과정의 가장 큰 특징으로도 볼 수 있는데, 특히 4월부터는 유로존과 비(非) 유로존 증시의 디커플링이 한층 더 심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련의 흐름은 유로존 위기의 파급 효과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유로존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펀더멘털 상의 악재라기 보기는 힘들다. 이는 오히려 긴 횡보장 이후에 조정의 핑계로 작용한 측면이 강하다는 판단이다. 경기와 실적에서 극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국내 증시가 추세적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최근에 부각된 일련의 이슈들은 새로운 악재의 부각이 아니라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노이즈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커다란 위기가 한 두 번의 이벤트로 끝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다소 순진한 접근이다. 미시적 우려보다는 큰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시기다. 신용경색과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 하기 위한 장치들이 충분히 마련된만큼 유로존 재정위기와 관련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아직은 추세적 하락이 아닌 제한적 약세를 염두에 둔 대응이 바람직해 보인다.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자동차 업종, 실적 호조 기대감이 여전한 IT 업종에 대한 관심을 유지한다.
◆한범호·이정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유로존 이슈는 이렇게 판단한다. 재정 긴축안이 강제되는 환경에서 성장 속도의 둔화를 확인한 유럽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EU정상들의 의지와 부채 축소의 필요성은 접점을 찾기 어렵다. 유럽 중앙은행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방어벽과 IMF 재원 확충 등이 금융 시스템 붕괴를 차단하나, 향후 유럽 금융기관들의 증자도 예정된 수순이다.
확인이 필요한 문제들은 경제적인 범주를 뛰어넘는다. 5월6일에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와 그리스 총선이 예정되어 있다. 공통적으로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했던 신재정협약(유로존 회원국들의 긴축을 확약) 이행의 불투명성으로 연결될 수 있는 문제다.
불안한 외부 여건들과 고조되는 의구심은 투자심리 위축으로 직결된다. 지지력이 먼저 검증돼야 한다. 불확실성의 중심에 자리한 유럽 주요 증시가 지지력을 타진하는 120일 이동평균선(1938)구간을 염두에 둔다. 타이트한 수익률 목표를 적용하는 적극적인 투자자라면 IT 및 자동차 대형주를 중심으로 패션, 레저, 유통 대표주에 국한된 접근을 권한다. 단 자동차 대표주의 경우 주 후반 실적 발표를 전후한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감안해 짧은 투자 시계가 핵심이겠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 시장이 가장 얄밉고 답답할 때는 주가가 흘러 내릴 때다. 큰 폭의 조정이 있으면 저가매수라는 명분이라도 서지만 지금처럼 흐르듯이 조정을 받으면 저가 매수라는 전략을 행하는 것도 아주 어려워진다. 업종은 자동차로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그럭저럭 지수를 방어하기는 하지만 종목별 흐름은 체감적으로 아주 심난한 상황이다. 화학이 그러하고 건설도 그러하다. 시장에 전달하는 의미가 큰 두 업종이 힘을 내지 못하면 시장의 쏠림 현상은 유지될 수 밖에 없고 시장도 '탄력'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 같이 유럽의 재정위기를 대신해줄 호재가 기술적 반등 이외에는 찾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경제지표는 공백기에 들어섰고, 미국의 기업실적이 버팀목인데 경제지표에 실적이 밀리는 형국이라 여전히 시장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큰 틀에서 스페인의 역성장 우려가 재정위기와 함께 한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반등을 기술적 반등 이상으로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김유리 기자 yr6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