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상승동력을 찾지 못한 코스피가 3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6거래일째 이어진 외국인의 '팔자'세에 지수는 보합권 공방을 거듭하다 1970선에서 '턱걸이' 마감했다.
24일 시장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 리스크 확산 우려에 정치적 불안 심리가 더해지면서 투자심리 위축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회복 속도에 대해 여전히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상황인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망기조 극복이 절실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추세하락 보다는 제한된 하락 후 반등에 무게가 실렸다.
◆곽중보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전일 유럽의 4월 PMI 부진과, 프랑스 대선에서 사회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 부각으로 유럽 재정우려 안정 대책을 추진해 온 독일과 프랑스의 동맹관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맞물리며 유럽 증시가 급락했다. 따라서 해외증시의 하락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국내 증시에도 이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IMF의 추가 재원 마련, 미국의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효과, 한국의 실적개선 기대, 단기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까지 맞물려 제한된 하락 후 반등을 재개할 전망이다. 따라서 추세적 하락보다는 제한된 하락 후 반등에 초점을 두고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주 주요기업들의 실적발표가 다수 예정돼 있는 만큼 전체 시장보다 종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업종 및 종목군은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자동차, 5월 출시되는 갤럭시S3 관련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배성영 현대증권 애널리스트= 1분기 어닝시즌에서 미국기업들은 깜짝실적(약 80%)을 발표하면서 이익수정비율이 개선되고 있는데 국내기업의 이익수정비율은 저점수준에서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4월 이후 외국인의 일부 주식비중 축소 흐름으로 지수도 조정국면이다. 외국인은 4월 이후 8500억원을 순매도 중이다. 전날 거래대금도 3조5000억원대로 급감, 시장 참여자의 관망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20일 평균 거래량은 4조8000억원 수준이다.
실적과 수급모멘텀 부재에 따른 경기선(120일선, 1937선) 부근까지 기술적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2분기 이후의 미국·중국 매크로 방향성과 그에 따른 기업이익의 방향성을 고려할 때 추가조정 압력은 제한적이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 6거래일째 이어진 외국인의 매도공세 속에 코스피가 1970선으로 내려앉았다. 주변을 돌아보면 마치 지뢰밭처럼 부담스러운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6%선을 넘나들고 있는 가운데 독일의 4월 제조업지수가 3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위축된 것으로 나타나며 우려감을 자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프랑스의 대선 등 정치일정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가세하며 불안감을 더욱 자극하는 모습이다. 국내적으로도 부진한 1분기 실적발표가 업종 및 종목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주를 고비로 시장분위기의 반전 가능성도 꾸준히 타진해나갈 필요가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선진국들의 경기부양책 발표가 주류를 이뤘으나, 올해 2월 이후에는 중국, 인도, 브라질 등 브릭스(BRICs)와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 이머징 국가들의 경기부양책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가 회복세를 보여왔지만, 앞으로는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국가들의 글로벌 성장 기여도가 높아질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이미 시장에서는 '버냉키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라는 인식이 컨센서스가 됐다. 그렇다면 부양책은 향후 어떤 식으로 전개될까? 큰 손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전세계 최대 채권 펀드인 핌코(Pimco)사의 토탈리턴(Total Return) 펀드는 매월 채권 편입 비중을 발표하는데 올해 들어 적극적인 양적완화는 힘들다는 쪽으로 베팅하고 있다.
오는 24~25일 FOMC 회의가 열리지만 전체적으로 시장은 아직 혼돈에 쌓여있는 분위기다. 과거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나왔던 수준은 기대 인플레이션(미국채 10년물과 TIPS 10년물 스프레드)이 1.6~1.7%P 수준에서였다. 그러나 현재 기대 인플레이션은 2.2%P 수준이다.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기대하기에는 힘든 레벨이다.
물론 좋게 해석하자면 미국의 펀더멘털이 그 정도로 나쁜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3년간 FRB가 뒷받침해 온 유동성 장이 어떤 방식으로 종결될 것인지 불안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미국의 펀더멘털이 FRB의 적극적인 개입을 야기하지 않을 정도로 탄탄하다는 것이 경제지표를 통해 증명되고 FRB는 최소한의 개입에 그치는 식의 자율 조정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를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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