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경기도 이천의 고용지원센터. 한겨울 추위에도 줄을 선 사람의 행렬이 100m를 넘어섰다. 고용노동부가 외국인 근로자 신청을 선착순으로 접수하자 전국에서 농민이 몰려 온 것이다. 이틀 밤을 새운 농민도 있었다. 농촌의 일손 부족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생생하게 보여 준 현장이었다.
농어촌의 고령화와 일손 부족 현상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문제는 그 심각성이 갈수록 깊어지지만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여기에 유럽, 미국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농어촌은 또 한번 타격을 입게 됐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2011 농림어업조사 결과'는 해체 과정의 농어촌 현실을 증언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농가 인구는 296만명으로 전년보다 3.3% 감소해 300만명 아래로 내려왔다. 농가 인구는 2000년 403만명, 2005년에는 343만명이었다. 지난해 어가 인구는 15만9000명으로 6.9% 급감했다.
인구의 감소 못지않게 걱정스러운 것은 농어촌에서 젊은 인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농가 경영주의 경우 70세 이상이 33.7%로 가장 많다. 전체의 87.6%가 50대 이상이다. 농가 고령화율은 33.7%로 전체 인구의 고령화율(11.4%)보다 훨씬 높다. 또 농축산물 판매액이 연간 1000만원을 밑도는 농가가 65.4%로 영세농이 대부분이다.
농어촌의 내우외환은 농어민이나 농어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농축산물은 가계비와 직결되는 생활물가의 주역이자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먹거리다. 농촌의 젊은이가 도시로 빠져나가지만 반대로 귀농과 귀향을 꿈꾸는 많은 도시 직장인과 은퇴자가 있다. 단순한 FTA 대책이나 일손 차원을 넘어 새로운 시각으로 농어촌 정책에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농어촌을 '희망의 터전'으로 만들기 위해 할 일은 많다. 그동안 말만 요란했던 농축수산물의 유통 혁신은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다. 정부와 지자체, 농협의 책임이 무겁다. 정보기술(IT) 강국, 수출대국의 장점을 농어업 분야에도 접목해야 한다. 귀농ㆍ귀촌 정책 또한 단기적 지원책보다 정주여건과 농업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새롭고 획기적인 발상으로 농어촌 부흥의 청사진을 만들어야 할 때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