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나의 캐디편지] "굿 샷의 반대말은?"

"굿 샷의 반대말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햇살에 반짝입니다. 하나라도 더 알고 싶고, 또 배우려는 마음이 영종도에 있는 백운산 정상까지 닿을 만큼 높이 솟아 있습니다. 최근 동반한 신입 캐디의 모습입니다. "신입 언니, 이 바람 부는데 왜 힘들게 캐디 하려고 해. 하지마. 힘들어." 짓궂은 고객께서 농담을 던집니다.

신입 캐디는 무슨 뜻이지도 모르고 마냥 웃으며 "고객님은 그럼 왜 이 바람에 골프치세요?"라고 되묻습니다. 아직 된장이 되려면 많은 성숙이 필요한 때입니다. 티잉그라운드에서는 고객께서 티 샷한 공을 보지도 못했지만 연신 "굿 샷"만 크게 외쳐댑니다. 아주 귀엽고, 어린 캐디입니다.

사실 캐디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게 바로 "굿 샷"입니다. 잘 맞지 않은 샷도, 아이언 샷이 그린을 벗어나도 무조건 "굿 샷'입니다. 고객들께는 약간의 위로도 됩니다. 그렇지만 한 고객께서는 신입 캐디를 놀려주고 싶었나 봅니다."신입 언니, 굿 샷만 하지 말고 다른 것도 좀 해봐."

신입 캐디가 알아들을 리가 없죠. "신입 언니, 다음 홀부터는 굿 샷의 반대말로 이야기해 봐. 알았지?" 그때부터 신입 캐디의 고민이 시작됩니다."뭐라고 해야 하나. "얼굴 표정에서 한가득 걱정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한참을 고민하더니 다음 홀이 되자 씨익 웃으며 뭔가 알았다는 눈치입니다. 저도 내심 기대를 했습니다.

고객의 티샷과 동시에 신입 캐디의 입에서 외친 말은 바로 "샷 굿"이었습니다. 동반고객들까지 모두 크게 웃자 "고객님, 아무리 생각해봐도 굿 샷의 반대말이 샷 굿 밖에는 생각나지 않아요."라며 계면쩍어 합니다. 고객께서는 "생각해보니까 샷 굿이나 굿 샷이나 뜻은 똑같네."라며 "하나 가르쳐 주려다가 오히려 배워 갖고 가네"라고 좋아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