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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소득없는 '이전투구식 수주전'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31초

재건축 수주영업서 비방 위주에 그쳐.. "품질경쟁 지향해야"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마지막까지 너무 심하네요. 이렇게까지 서로를 비난할 수 있나요?”


[현장에서]소득없는 '이전투구식 수주전' 8일 오후 과천시민회관에서 진행된 과천주공6단지 시공사 선정 개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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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과천시민회관에서 진행된 과천주공6단지 시공사 선정 총회는 마지막까지 치열했다. 35표 간발의 차로 GS건설대우건설을 어렵게 따돌렸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투표가 진행되는 순간까지도 서로를 비방하는데 주력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상호비방전으로 이어지다보니 재건축 아파트의 품질 등 구체적인 발전계획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결국 혼란을 겪은 것은 조합원이다. 투표소에 들어가는 한 조합원이 기자에게 “저 내용이 사실이냐”고 물어본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각 사가 내놓은 20여분의 홍보영상은 경쟁사에 대한 비난으로 절반 이상 채워졌다. 먼저 나선 GS건설은 “대우건설은 외국계에 매각될 회사로 착공시점인 2년뒤가 매각시점과 일치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런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대우건설을 선택하겠는냐며 조합원들에게 물었다. 대우건설보다 우위에 있다는 자산 및 현금 보유량, 주식가치까지 설명했다.

무상지분율에서 뒤진 대우건설이 강조한 ‘이주비’는 “허위”라는 지적도 했다. 사업제안서를 통해 대우건설은 이주비 총액을 3912억원으로 기재했지만 가구별 합산으로는 4363억원으로 451억원이 누락됐다는 이야기다. 조합이 대우건설에 해명을 요구한 결과 “단순한 오기였다”는 답변을 받아낸 것까지도 자세히 공개했다. 자동차 소음이 예상되는 과천대로에 조합원분을 배치하는 대신 단지 안쪽에 일반분을 넣어 분양에서 이득을 취하려 한다는 설명에 조합원들은 술렁였다.


다음 차례로 나선 대우건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GS건설이 제시한 150%의 무상지분율이 확정이 아닌 변동이라는 주장으로 시작했다. GS건설이 지적한 ‘불안한 회사’라는 지적에는 대우건설과 GS건설이 공동으로 참여한 재건축 사업을 소개했다. “대우건설이 위험하다면 GS건설이 우리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했었겠는냐”며 “GS건설도 대우건설이 안정적인 회사라고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의 조현익 대우건설 부사장을 현 ‘산업은행 부행장’으로 소개한 대목도 조합원들의 판단을 흐리는데 충분했다.


개표 결과가 공개되기 10분전, 로비에서는 GS건설 임직원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개표에 참여한 관계자가 소식을 미리 전했던 모양이다. 대우건설 직원들은 개표 결과가 시작되기도 전에 자리를 떴다. 단 3표를 얻은 현대산업개발 담당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재건축 수주전이 비방전으로 흐르며 경쟁이 과열된 원인은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주택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신규로 토지를 매입해 진행하는 사업은 대형사로서도 리스크가 큰 반면 재건축 사업은 토지 매입 부담이 적고 조합원 물량이 70% 이상으로 어느정도 분양이 보장되기도 해서다. 중대형 건설사가 모두 재건축 수주전에 뛰어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성 없는 사업제안이나 과도한 상호비방은 결국 ‘제살 깎아먹는’ 출혈수주에 그치고 만다. 조합측 요구에 맞추기 위한 방안이라해도 재건축 수주시장의 질서를 깨뜨리는 것에 불과하다. 조합원을 유혹하는 제안들은 조합원 부담으로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조합들 역시 참여사들의 공정한 수주전을 유도해야 하는 이유다.


품질경쟁이 아닌 상호비방에 치중하는 것 역시 건설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부추길 우려가 크다. 다른 주택단지는 물론 공공부문 일감을 수주하기 위해 언제든 연합전선을 맺어야 하는 운명을 피해나갈 자신이 없다면 더욱 그렇다. 인근 1,2,7단지도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다시 맞붙게 될지 모르는 건설사들은 좀 더 개선된 모습으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한 조합원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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