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데자뷰? 민주, '막말 파문' 김용민 어쩌나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민주통합당이 총선을 불과 5일 앞두고 대형 악재를 만나 코너에 몰렸다. 서울 노원갑에 출마한 김용민 후보가 과거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 한 막말·저질 발언이 4·11 총선 막판 최대 변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김 후보가 지난 4일 사과했지만 노인 폄하 발언을 한 사실이 추가 공개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달 '공천갈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임종석 전 사무총장의 사퇴 시기가 늦어 '고공상승'하던 지지율이 반토막 나고 큰 내홍을 겪었던 민주당이 다시 그 사태가 재현될까 속이 다시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 후보는 6일 현재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후보는 '나는 꼼수다' 멤버들과 대책회의를 열어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 측도 "자숙의 시간을 가진 뒤 6일부터 선거운동을 재개할 것"이라며 입장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앓이만 계속하고 있다. 사태가 불거진 3일부터 당 지도부는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김 후보의 '막말 파문'이 총선 막판 대형 악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지만 당이 '전략공천'을 한 후보를 강제로 끌어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후보는 '지역구 세습'이라는 비판에도 한명숙 대표가 직접 낙점한 후보라 김 후보가 사퇴하면 한 대표의 '공천혁명'을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 된다.
민주당의 후보들은 총선을 코앞에 두고 터진 '김용민 파문'이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지역에 악재로 작용할까 우려하고 있다. 서울 송파을에 출마한 천정배 후보는 "젊은 유권자들도 걱정하고 있다"며 "국민이 납득할만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당 선대위는 김 후보가 사퇴할 경우 '나꼼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이 돌아설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김 후보가 사퇴하지 않는다면 한 대표가 김 후보의 '공천 철회'를 빨리 결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천갈등과 야권연대 여론조사 조작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임종석 전 사무총장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각각 공천을 반납했지만 타이밍을 놓쳐 여론의 역풍을 받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김 후보가 이미 사과를 했지만 이 문제로 민간인 불법사찰이라는 메가톤급 대형 호재가 날라갔다"며 "김 후보든 한 대표든 누군가가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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