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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넥센 강윤구 “아프니까 청춘이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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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넥센 강윤구 “아프니까 청춘이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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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지난 3년은 먹구름으로 가득했다. 데뷔 첫 해 평균자책점은 5.51. 최근 2년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로 등판 기회를 잃었다. 어느새 넥센의 핵심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는 강윤구의 과거다. 올 시즌은 고대하던 재기의 무대다. 이미 청신호는 밝혔다. 지난 시즌 막바지 6경기에 투입돼 3승 1패 평균자책점 2.14를 기록했다. 일찌감치 김시진 감독으로부터 선발진의 한 축으로 낙점을 받았다. 기대치는 상당하다. 김 감독은 “재발을 염려하지 않아도 될 만큼 팔꿈치가 깨끗이 나았다”며 “4번 타자를 맡게 될 박병호 등과 함께 올 시즌 팀의 희망요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잇따른 주위의 기대. 강윤구는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혀 바로잡는다. “더 이상 통증은 없다. 올 시즌을 야구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만들겠다.” 올 시즌 목표는 10승. 이닝이터로의 변신을 함께 노린다. 준비는 순조로운 편이다. 강윤구는 세 차례 시범경기에서 2패를 떠안았다. 하지만 홈런 두 방을 얻어맞은 점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무난한 투구를 선보였다. 10이닝 동안 허용한 볼넷은 한 개. 위력적인 직구를 앞세워 삼진 9개도 잡아냈다. 김시진 감독은 “류현진급으로 성장할만한 자질을 갖췄다. 선발 마운드에서 어려움이 있겠지만 시즌을 잘 소화한다면 팀의 에이스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강윤구는 과연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로 우뚝 설 수 있을까. 장시간 대화를 통해 그 가능성을 엿봤다.

다음은 강윤구와의 일문일답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현재 몸 상태는 어떠한가.

강윤구(이하 강) 괜찮다. 마무리훈련부터 많은 볼을 던졌는데 아프지 않다. 지난해 9월만 해도 통증이 있었다. 팔 근육을 푸는데 다소 애를 먹었다. 좋은 성적을 남겼지만 몸 상태가 100%는 아니었던 셈이다. 지금은 다르다. 웨이트 트레이닝 등의 보강운동을 통해 몸에 힘이 붙었다. 12월 한 달 동안 공을 멀리한 덕에 어깨도 싱싱하다. 1월 6일부터 다시 투구를 시작했는데 충분히 컨디션을 끌어올렸다고 생각한다.


[피플+]넥센 강윤구 “아프니까 청춘이다”(인터뷰)


스투 몸 상태를 끌어올리며 아쉬운 점은 없었나.


아무리 먹어도 살이 붙지 않는다. 최근 생긴 가장 큰 고민이다.


스투 체중이 잘 붙지 않는 체질인가.


아니다. 남들처럼 먹으면 찐다. 수술을 받은 뒤부터 채식으로 식습관을 바꿔 살이 붙지 않을 뿐이다. 어쩔 수 없다. 아프면 안 되니까. 원래 식탐이 강한 편이다. 과식을 즐겼는데 호투를 위해 꾹 참고 있다.


스투 왜 식습관을 조절하게 됐나.


류현진(한화), 김광현(SK)과 같은 투수들은 매년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 그간 나는 그렇지 못했다. 제대로 던지는가 싶으면 통증이 찾아왔다. 해결책 모색을 위해 책을 읽다 자연 치유법을 접하게 됐다. 그리고 이내 내 식습관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전까지 육식 위주로 끼니를 해결했는데 바로 밥상을 채식으로 바꿨다.


스투 효과를 보고 있나.


물론이다. 그런데 빠진 체중이 돌아올 줄을 모른다. 외형도 변했다. 특히 얼굴이 그러하다. 5kg 가량 감량했는데 남들은 10kg 이상 빠진 줄 안다. 얼굴을 못 알아보는 팬이 생겼을 정도다. 몇몇 선배들은 농담으로 얼굴에 칼을 댔냐고 묻는다. 가장 큰 불만은 허벅지다. 이전에는 무척 굵직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고민된다.


스투 최근 직구 최고 구속이 많이 줄어든 것 같은데.


이전에는 150km까지 찍었는데 지금은 145km다. 신인 때는 초반 평균 구속이 147km였다. 지금은 130km대 후반에서 140km대 초반을 던진다. 이 때문에 정민태 투수코치가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걱정을 많이 했다.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전지훈련을 통해 보완이 잘 됐다고 생각한다. 시즌에 돌입하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내다본다.


스투 떨어진 구속은 체중보다 2010년 9월 받은 왼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탓이 더 크지 않나.


그렇다. 사실 수술대에 오르기 전만 해도 큰 걱정이 없었다. 투수라면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여겼다. 그런데 전신마취를 깨니 너무 아프더라. 팔꿈치 안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팔꿈치를 펼 수도 굽힐 수도 없었고. 몸에서 3일 동안 열이 났다. 이틀 동안 얼음으로 팔꿈치의 열을 식히는데 이틀 밤을 꼴딱 샜다.


[피플+]넥센 강윤구 “아프니까 청춘이다”(인터뷰)


스투 어느 때가 가장 아팠나.


세포조직의 재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아픔을 참고 팔을 움직였는데 정말 뼈가 으깨지는 것 같았다. 펼 때는 그나마 나았다. 담당의사가 90도로 팔꿈치를 굽히는데 얼마나 아프던지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정말 뼈가 살을 뚫고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뼈를 깎는 고통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뼈저리게 실감한 것 같다.


스투 부상을 당한 원인이 무엇이었나.


담당의사로부터 전완근(아래팔에 있는 근육)이 약해 끊어졌다고 들었다. 믿어지지 않았다. 매일 가장 강도 높은 튜빙 밴드를 소화했기 때문이다. 걱정은 수술을 받은 직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팔의 두께가 얇아져 가장 약한 강도의 튜빙 밴드를 당기기도 쉽지 않았다. 야구선수로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스투 수술을 받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텐데.


어렸을 때부터 잔부상이 많았다. 그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는데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전력 이탈로 힘든 시간을 겪어야 했던 점도 마음이 아팠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2010년 4월부터 7월까지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했다. 1군 마운드에 서고 싶은데 좀처럼 몸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수술을 할 정도인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스투 만약 그해 4월 수술을 받았다면.


지난 시즌 초반 출전이 가능했을 거다. 5개월여를 고민한 뒤에야 수술을 받은 건 시즌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술 없이도 1군 복귀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부상은 더욱 악화됐고 급기야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을 땐 이미 몸과 마음 모두 멍이 든 상태였다. 이미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는데 1년을 더 쉬어야 한다는 생각에 미칠 것만 같았다.


스투 전라남도 강진에서의 재활훈련은 어떠했나.


많이 힘들었다. 수술을 받기 전에도 그랬다. 2010년 4월 중순 강진에 처음 내려갔는데 당시를 정확하게 기억한다. 서울 고속터미널에서 오후 5시 40분 막차에 몸을 실었는데 유일한 승객이었다.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강진으로 향하는데 순간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서러움이 복받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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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이제는 서울에서 강진까지 가는 버스 경로를 꿰뚫고 있겠다.


물론이다.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을 왕복했는데 차비를 모았으면 명품 백 하나는 샀을 거다. 강진터미널에서도 10km 이상을 더 이동해야 하는데 그렇게 한 번 왕복을 하고나면 주머니에서 8만 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적도 있다. 대략 한 달에 80만 원 이상을 쓴 것 같다. 차비로만 300만 원 이상을 날린 셈이다.


스투 적잖은 교통비보다 뛰지 못하는 현실에 더 마음이 아팠을 것 같다.


하루하루를 절망과 함께 했다. 2010시즌 목표가 국가대표 급으로의 성장이었다.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 꼭 출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개막과 동시에 부상을 당해 좌절감이 밀려들었다. 경기장을 빠져나오는데 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남자가 된 것 같았다.


스투 강진에서의 생활은 어떻게 적응했나.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덤덤해졌다. 암울한 현실을 요양하러 온 것이라고 여기며 지냈다. 하루 일과가 항상 비슷했다. 낮에는 운동하고 저녁에는 책을 읽었다. 속세를 벗어난 데다 채식 위주의 식사까지 시작해 절에 온 기분이 들었다. 마음이 다급해질 때면 독서를 통해 자기 계발에 몰입했다. 그렇게 며칠을 지내고나니 점점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됐다. 나중에는 즐겼던 것 같다. 태양빛 아래서 태닝을 하다 시원한 바람을 맞고 싶으면 바로 상의를 벗고 뛰어다녔다. 그 상태로 자전거를 타고 아무도 없는 숲속을 거닐면 겨우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침대에 몸을 눕히면 그대로 잠이 들었다. 2층 침대를 1인용으로 개조해 사용했는데 무척 만족스러웠다. 한 번도 잠을 청하며 뒤척인 적이 없었다.


스투 재활훈련을 하며 코칭스태프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을 텐데.


지금은 두산 유니폼을 입고 계신 정명원 투수코치에게 늘 고마웠다. 많은 걸 가르쳐주신 분이다. 경기장 안에서는 독사처럼 엄하지만 밖에서는 항상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주셨다. 그 속에서 훈련을 한 덕에 재기를 향한 마음가짐을 단단하게 다질 수 있었다. 공자의 말씀을 자주 꺼내놓으시는데 정신적으로 크게 도움이 됐다.


[피플+]넥센 강윤구 “아프니까 청춘이다”(인터뷰) 강진에서 강윤구의 재활을 도운 정명원 투수코치는 지난 시즌 뒤 두산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사진=두산 베어스)


스투 공자의 어떤 말을 주로 내놓았나.


“제자에게 엄하지 않은 스승은 스승의 도리를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장 자주 들은 말은 ‘코봉이’였지만(웃음).


스투 ‘코봉이?’


‘윤구’라는 이름 대신 ‘코봉이’라고 불렀다. 코가 크다는 이유로. 남자로서 무척 건강해 보인다고 했다(웃음). 매스를 대지 않았다. 자연산이다.


스투 지난 시즌 막바지 6경기에 투입돼 3승 1패 평균자책점 2.14를 기록했다. 쾌투를 이어나간 비결을 무엇이었나.


제구력이 향상됐다. 자신감도 붙어있었고. 강진에서 재활만 한 게 아니었다. 정신적인 부분을 많이 뜯어고쳤다.


스투 강한 정신력의 원천이 궁금하다.


화려한 현역시절을 보낸 코치들에게 물어봤다. 당시 어떤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라갔느냐고. 원래 궁금할 걸 잘 물어보는 편이다. 상대가 귀찮아할 만큼 집요한 면이 있다. 의견을 모아놓고 생각해보니 교집합이 보였다. 바로 자신감이다. 마운드에서의 긍정적인 생각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한 번이라도 투수를 해본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재활을 하면서도 마인드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는데 적잖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시즌 거둔 3승은 그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스투 독한 재활을 견뎌낸 부분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수술을 받은 뒤 이전처럼 구속이 나오지 않았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에 이내 재활에 집중했는데 9개월 만에 라이브 피칭을 소화하게 됐다. 한 달 뒤엔 2군 마운드에 오르게 됐고.


스투 일반적으로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은 회복까지 최소 1년이 걸린다.


독하게 마음을 먹고 재활에 임해 3개월을 앞당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솔직히 현재 구속에 대한 미련은 그리 크지 않다. 바로 150km를 던진다면 불공평하지 않은가. 신은 완벽한 사람을 빚어내지 않는 법이다. 한 가지 정도는 늦게 얻을 줄도 알아야 땀과 피의 진가를 얻을 수 있다.


[피플+]넥센 강윤구 “아프니까 청춘이다”(인터뷰)


스투 평소 자신을 성실하다고 생각하나.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부상을 당한 것도 게을렀기 때문이다. 농땡이를 부렸다는 말이 아니다. 만족할 만큼 노력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프로무대를 밟은 뒤 매 훈련을 열심히 소화했다. 장충고 시절 최고 구속이 142~3km였는데 1년 만에 7~8km 가량이 빨라졌다. 그런데 단번에 스피드를 올리다보니 이내 몸에 과부하가 찾아왔다. 투수에게 팔은 소모품 아닌가. 신인이라 잘해야 한다는 압박과 긴장이 겹치다보니 늘어난 구속 속에서 조금씩 팔이 망가져버렸다. 휴식과 보강운동이 필요했는데 그렇게 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공을 더 힘껏 던지려고 했다.


스투 왜 그랬나.


단순하다.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실패로 끝난 페이스 조절이 결국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로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스투 이번 스프링캠프는 달랐을 것 같다.


세게 던지려고 했지만 이전보다 휴식과 보강운동에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솔직히 스피드를 빨리 회복하고 싶다. 그래야 변화구도 위력을 갖출 수 있으니까.


스투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구속이 얼마인가.


150km다. 왼손투수이다 보니 그 정도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스투 아픔을 참고 최고 구속 150km 이상을 뽐낸 2009시즌 따낸 승수가 3승(2패)에 머물렀다. 평균자책점도 5.51로 다소 높은 편이었다.


볼넷(70개)이 너무 많았다. 그 사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매번 코치진으로부터 컨트롤에 신경을 기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욕심이 앞서 잘 해내지 못한 것 같다.


[피플+]넥센 강윤구 “아프니까 청춘이다”(인터뷰)


스투 당시 목표는 무엇이었나.


10승이었다. 그런데 볼넷이 너무 많았다. 감각을 익히려고 많은 공을 던진 것도 과부하로 이어지고 말았고.


스투 지난 시즌 나선 6경기에서 투구 내용은 180도 바뀌었다. 3승 1패 평균자책점 2.14를 기록했는데.


제구력이 향상돼 얻을 수 있던 결과였다. 주위에서 칭찬을 많이 해 준 덕에 자신감도 생겼다. 많은 선배들이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넣는 게 신기하다며 칭찬했다. 역시 어떤 분야든 경험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스투 어떤 경험이 가장 주효한 것 같나.


정신력이 달라졌다. 처음 프로에 와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건 정신적인 이유가 컸다. 생각이 너무 많았다. 포수의 사인대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면 그만인데 마운드에만 서면 많은 생각에 사로잡혀 집중을 하지 못했다. 나 혼자만 아는 문제가 아니었다. 많은 선배들이 경기 뒤마다 정신력을 기르라고 충고해줬다. 강진에서 틈이 나는 대로 책을 읽은 건 이 때문이었다.


스투 주로 어떤 책을 접했나.


스무 살 대학생들의 필독도서로 불리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자기계발 관련 서적들을 많이 읽었다(웃음). 심리학과 관련한 책도 많이 접했고.


스투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면.


소년등과 일불행(小年登科 一不幸)이다. 어린 나이에 성공하는 것은 불행 가운데 하나라는 뜻인데 수술 이후 절망을 시간을 보내던 내게 큰 힘을 줬다. 책을 접하기 전만 해도 출세가 불행의 근원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더구나 야구선수는 빨리 성공해야 하는 직업이 아닌가. 조급한 마음에 매번 마운드에서 무리수를 두었던 것 같다. 이제는 다르다. 급할수록 여유를 가지며 목표한 바를 이루고 싶다. 당장의 성공에 급급해하기보단 지혜롭게 현실을 극복할 생각이다. 그 마음가짐만 변하지 않는다면 이상적인 성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믿는다.


[피플+]넥센 강윤구 “아프니까 청춘이다”(인터뷰)


스투 기억력이 무척 좋아 보인다.


책의 내용을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 중요한 문구를 따로 적어둔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독후감을 쓰기도 한다(웃음).


스투 서적 구입에 꽤 많은 돈을 지출한 것 같다.


아니다. 외모에 관심이 많아 의류 쇼핑에 지출이 더 많은 편이다. 과소비를 하는 건 아니다. 남들이 하는 술, 담배를 하지 않고 아낀 돈으로 나 자신에게 투자할 뿐이다.


스투 평소 어떤 옷을 즐겨 입나.


편한 캐주얼 스타일을 좋아한다. 정장과 같이 불편한 옷은 딱 질색이다.


스투 포털사이트 인물 소개에 배치된 사진을 직접 바꿨다고 하던데.


사실이다. 구단에서 찍은 프로필 사진이 등록돼 있었는데 얼굴을 볼 때마다 웃음이 나왔다. 마음에 들지 않아서(웃음). 그래서 직접 사진을 바꿔놓았다. 포토샵으로 조금만 손질해도 인상이 달라지는 세상 아닌가(웃음). 구단에서 프로필 사진에 조금 더 신경을 기울여줬으면 좋겠다.


스투 다시 야구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스프링캠프에서 따로 장착한 무기가 있나.


슬라이더를 많이 연마했다. 이전에도 던졌던 구질이다.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해 다시 한 번 노력을 기울였다. 사실 그 과정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윤석민(KIA) 선배가 슬라이더 그립을 직접 가르쳐준다고 치자. 그걸 따라할 수는 있겠지만 단번에 터득하는 선수는 거의 없을 것이다. 정말이지, 뼈를 깎는 고통이 동반되어야만 한다.


[피플+]넥센 강윤구 “아프니까 청춘이다”(인터뷰)


스투 날카로운 슬라이더 장착으로 노리는 효과는 무엇인가.


솔직히 그간 승부구가 없었다. 직구에 거의 의존하는 편이었다. 나를 상대해 본 타자들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걸 인식하면서도 마운드에서 직구를 던졌다. 그래서 투구에 적잖게 어려움을 겪었다. 슬라이더를 장착한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투구를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성적도 훨씬 좋아질 테고. 야구팬들이 ‘강윤구’ 하면 ‘슬라이더’를 떠올릴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


스투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10승 투수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그 이상의 성적도 솔직히 욕심이 난다.


스투 더 높은 목표치를 예상했는데.


그렇게 말해서 낭패를 본 선수를 그간 여럿 목격했다. 어느 선수는 목표에 근접조차 못해 선배들로부터 자주 놀림을 받았다. 그런 후폭풍을 이겨낼 자신이 없다. 선수인생을 멀리 내다보고 싶기도 하고. 팀이나 내 자신에게 더 유익한 건 허황된 목표보다 겸손이 아닐까.


스투 그래도 부모님이 야구장을 찾는 횟수가 눈에 띄게 늘 것 같은데.


아버지, 어머니 모두 경기장을 거의 방문하지 않으신다. 아들이 마운드에서 행여 긴장을 할까봐 멀리 하시는 편이다. 장충고 시절만 해도 자주 오셨는데 프로 데뷔 뒤로는 딱 한 번 찾으신 걸로 기억한다. 아버지는 “야구는 해설과 함께 봐야 제 맛”이라며 TV를 통해 응원을 해주신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어깨에 힘이 생긴다.


스투 넥센을 제외한 다른 구단에서 가장 친한 동료를 꼽는다면.


아무래도 한솥밥을 먹었던 넥센 출신 선수들이 아닐까. 막 프로에 입문했을 때 장원삼(삼성) 선배가 무척 잘해줬다. 함께 숙소생활을 했는데 배가 고프다는 말만 하면 치킨을 사줬다. 무척 수수한 형이다. 와이파이 시대가 된지 오래인데도 아직까지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다. 바로 그런 점이 원삼 선배의 매력이다.


[피플+]넥센 강윤구 “아프니까 청춘이다”(인터뷰)


스투 적잖은 동료들을 떠나보내며 많이 아쉬웠겠다.


항상 붙어 다녔던 (고)원준이가 롯데 유니폼을 입었을 때 기분이 무척 씁쓸했다. 이적 소식을 접하고 바로 문자 한 통을 보냈다. ‘부산 가서 행복해라’라고. 나중에 선발 대결을 벌이면 웃음이 터질 것 같다. 물론 승리는 내가 챙기겠지만(웃음).


스투 올 시즌 목표를 다시 묻겠다. 여전히 10승 투수인가.


그렇다. 한 가지 목표가 더 있긴 하다. 바로 200이닝 이상 소화다. 매 경기에서 7이닝 이상을 던져야만 가능한 목표인데 많은 경험을 통해 꼭 더 나은 투수로 발전하고 싶다.


스투 앞으로 어떤 투수가 되고 싶은가.


매일매일 바뀐다. 굳이 한 명을 꼽자면 놀란 라이언이다. 45세에도 마운드에 올라 강속구를 던졌다는 점이 경이롭다. 그만큼 몸 관리를 잘 했을 것이다. 나는 50살까지 야구를 하고 싶다. 나이를 먹어서도 젊은 투수들 못지않은 위력의 소유자가 되고 싶다. 잠깐 떠올랐다 사라지고 싶진 않다. 오랫동안 꾸준히 성적을 내는 게 야구인생 최대의 목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강속구보다 오래 마운드에 서길 더 바라는 것 같다. 그 꿈을 위해 주어진 길을 차근차근 밟아나가겠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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