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지난해 '푸르른 날에'로 주요 연극상을 휩쓸었다. 재공연을 하는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이렇게 좋은 성과를 거두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생각하는 이 작품의 매력은 5.18이라는 소재의 특수성이 아닌, 암울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에 대한 가치다.
'5.18의 희화화'와 '새로운 시도와 연출' 이라는 혹평과 호평을 함께 받았다. 각색을 하면서 제일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작가의 의도가 변화할 만큼 대본을 수정하지는 않았다. '텍스트의 무대화'라는 관점에서 연출 효과를 더하기 위한 대본 수정만 있었다. 이 작품이 가진 본질의 진정성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계속 했고, '사랑'이라는 가치를 나만의 방법으로 풀어내 보여주려 했다.
사랑 이야기와 5.18이라는 무거운 역사가 서로 충돌할 것이라는 걱정은 없었나.
두렵긴 했다. 그러나 이 슬픈 이야기를 '슬프게' 연출할 수 없었다. '명랑한 신파'와 '통속극'이라는 연출 컨셉트는 5.18과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오히려 이런 시도가 관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확신한다.
이번 재공연에서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면.
'신파'는 더 디테일 해지고 내러티브는 더욱 '통속적'으로 연출될 거다. 아무도 성공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던 이 작품이 이렇게 재공연을 할 수 있는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푸르른 날에' 연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작품이 있는가.
영화보다는 책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황석영 작가가 1985년 5월에 출간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해 비밀 리에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진 필독서(必讀書)다.
제일 좋아하는 장면을 꼽는다면.
극의 맨 마지막, 여신과 나이 든 정혜가 서로 마주 서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이 장면을 볼 때마다 가슴 한 켠이 아련해진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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