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보험개발원과 손해보험협회가 보험상품 가입자의 정보를 모으고 공유하는 시스템 운영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개발원은 시스템 중복투자를 차단할 수 있다는 걸 강점을 내세우는 반면 손보협회는 생보업계와 형평성이 어긋나는데다 자신들이 운영하면 회원사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14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몇몇 손보사 사장을 소집해 보험계약자 정보 집적 시스템 운영과 관련, 보험개발원이 주도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보험개발원에 계약자 정보 관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만큼 손보협회에서 별도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없다는 것.
이에 대해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보험업법 상 보험료율 산출과 관련해 개발원에서 정보를 관리하도록 돼 있다"며 "손보협회에서 느닷없이 자신들이 관리하겠다고 나오면서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개발원 손을 들어준 것은 개인정보 누출 리스크와도 관련이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협회가 자료를 집계하다가 정보가 유출되면 피해가 클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손보협회는 어불성설이란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생보협회에서 해당 업권 보험계약자 정보를 관리하고 있는데 큰 문제가 없다"며 "금융당국과 개발원이 손보와 생보에 대해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맞받아쳤다.
한편 손보 회원사들은 협회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대형손보사 한 관계자는 "손보협회에서 개인정보를 집적 관리할 경우 운영비가 10억원 수준이지만 개발원이 주도하면 몇 배 더 들어갈 것"이라며 "생보업계도 협회가 정보를 관리하고 있는 만큼 손보협회가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손보협회는 정액형 장기보험, 자동차보험, 화재보험 등에 가입한 고객의 보험 기간과 담보 금액 등 계약정보는 물론 보험금 지급 현황을 손보사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정보공유 플랫폼을 오는 4월 오픈할 예정이다. 나아가 생보협회와 업무 협약을 맺고 생ㆍ손보 상품 고객 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도 상반기 중에 완성할 방침이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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