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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즐겁지 못한 삶이 언젠가 즐거울 수 있을까?"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19초

신간 '1인분 인생' 펴낸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를 만나다

"지금 즐겁지 못한 삶이 언젠가 즐거울 수 있을까?" 서울 성북구 돈암동 타이거픽처스에서 만난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 최근 타이거픽처스 자문을 맡은 그는 이준익 감독과 함께 영화 찍기를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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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삭발하고 첫 인터뷰예요. 머리가 추워 죽겠어요."


우석훈(44)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6일 삭발을 했다. 한미 FTA 발효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지난 24일 트위터에는 "즐겁게 삭발하겠다"고 썼다. "경제학자 한 명쯤은 삭발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같은 이유가 따라왔다.

그렇지만 우울이나 비장미는 그의 지향점이 아니다. 최근 자문 역할을 맡은,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위치한 영화제작사 타이거픽처스 사무실에서 만난 우 교수는 낯선 모습으로도 반갑게 기자를 맞았다. 지난 29일 출간한 그의 첫 에세이집 '1인분 인생(상상너머)' 역시 긍정의 힘이 맥박처럼 뛴다. '88만원 세대'로 2000년대 젊은이들에게 이름을 붙여 준 그가 자신과 같은 세대로 시선을 돌린 에세이집은 행복과 보람, 즐거움을 축으로 삼는다. 마흔 살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던 그가 쉽고 편한 말로 '40대 친구이자 10대의 부모들에게 건네는 이야기'다.


◆40대, "놀자!"

그의 약력은 화려하다. 프랑스 파리 제10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현대환경연구원과 에너지관리공단을 거쳐 유엔 기후변화협약 정책분과 의장과 기술이전분과 이사로 수년간 국제협상에 참가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들만의 리그'를 벗어나 보통 사람들이 사는 '저잣거리'에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꼭 10년 전인 2002년 총리실에서 파견근무를 하던 때였다. "재미있는 일을 하고 살아야죠." 우 교수는 삶의 전환을 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재미'였다고 단순하게 답했다. "재미있는 일만 하고 어떻게 사느냐고들 하지만, 의지와 사명감으로 하는 일은 오래 못 간다. 그리고 앞으로는 기존 체제를 탈피하려는 흐름이 보편화될 거다. 일본에서는 4~5년 전부터 직장을 그만두고 자기 삶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공장제 대규모 작업장이 끊임없이 돌아가는 대량생산 체제가 끝난 상황에서 어차피 더 이상 '주류' 안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으로는 그런 사람들이 더 잘 살게 돼 있다. 대량생산 중심의 경제가 창의적 경제로 바뀌면 '노는 놈'의 창의력을 따라갈 수 없다."


그래서 그는 '문화'를 강조한다. 문화산업이 지금의 두세배 성장해 젊고 창의적인 인력을 흡수하고, 향유 계층 역시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와 동년배인 40대들의 문화는 무엇일까. 안타깝지만 없다. "40대는 문화의 공백지대다. 사교육이 정점에 달하는 세대가 40대다. 아빠는 밖에서 돈 벌고 술마시고, 엄마는 사교육에 바쁘고. 아니면 아주 가난하거나 하우스푸어다." 40대를 문화로 다시 불러오는 것은 우 교수가 고민중인 문제 중의 하나다. "지금 문화산업에 뛰어드는 2~30대가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지금 4~50대의 책임이다. 거기에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부인과 함께 극장에 간다면 시장도 커질 테고." 40대 역시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환상'에서 벗어나 놀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문이다.


◆경제가 무너지고, 새 판이 시작되고


우 교수에게 지금의 경제 위기는 '로망'의 부활을 알리는 조짐이다. 특히 부동산 경기 하강이 주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 경제의 새 판이 짜이면서 삶의 양상이 달라질 거다." 지금 자본주의의 위기는 전세계적이다. 1929년의 '대공황'이 다시 도래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크다. 일본, 미국, 호주 등 주요 국가의 부동산 시장은 이미 무너졌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우 교수의 전망은 밝다.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계기 아니냐." 그가 그리는 '새 판'을 견인하는 것은 '시민의 경제'와 문화산업이다.


문화와 지식 산업이 성장하면서 젊은 노동인구를 포섭한다. 시민의 경제는 정부와 대기업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캐스팅보트'가 된다. 그렇다면 시민의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지배하지도 않고 국가를 맹목적으로 따라가지도 않는 제3의 경제적 실체가 필요하다. 일본이나 스위스, 스웨덴 등의 소비자협동조합이 그 사례다. 우리 나라에서도 최근 생협과 사회적 기업이 탄생하고 골목상권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우리 나라의 방식에 맞는 시민의 경제를 고민중이다." 그는 "시민의 경제가 전체 경제 구조의 15~20%를, 특정 지역에서는 50~60%까지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민이 '견제자'로서 힘을 갖추는 게 다음 시대의 경제"라고 말했다.


◆총선·대선, "한국 사회 바뀌는 계기 될 것"


2008년 출간한 '88만원 세대'는 40대인 그를 20대의 아이콘으로 격상시켰다. 에세이집에서도 드러나듯이 여전히 그는 20대에 관심이 많다. 희망과 낙관의 시선이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20대가 인종주의나 민족주의로 쏠리며 우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러나 사회적 논의를 지속해오며 반대로 생각하게 됐다. 지금 20대는 40대, 50대 '이상한 아저씨들이 한 일'을 바꿔놓을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전 한나라당이 위기에 처하고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는 이유다."


변화하는 20대의 힘이 가시화될 올해 선거는 우 교수에게도 큰 관심사다. "야권이 연정 경험이 없어 총선에서 완승하기는 어렵다. (야권이)과반수를 가까스로 넘기고, 어느 당도 단독으로 과반을 차지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녹색당이나 청년당이 비례대표를 내면서 다른 목소리를 지닌 국회의원을 배출하리라는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한국 사회는 역동성이 강해 대선 후보를 예측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야권이 단일후보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즐겁지 못한 삶이 언젠가 즐거울 수 있을까?"(237쪽) 그는 남다르게 낙관적이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자리를 박차고 떠나 '100만원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나날을 보내면서도 낙관의 힘은 잃지 않았다. 지금도 그를 추동하는 것은 거기서 비롯되는 호기심과 즐거움이다.


앞으로 한동안 칼럼 기고 등을 그만두고 쉬겠다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봤다. "놀아야죠, 뭐." 그는 지금 이준익 감독과 함께 타이거 픽처스에서 또 다른 '1000만 관객' 영화를 배출할 생각에 신나게 고민중이다. "모피아들의 이면을 파헤치는 영화를 구상중이다. 시나리오를 먼저 소설로 내려고 한다. 영화는 아주 재미있을 거다." 그는 "이 감독이 또 1000만 관객 영화를 찍으면 경제학자 우석훈도 기여를 했다고 해 달라"며 웃었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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