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주 예스24 종합 부문 추천도서 3
[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다가오는 봄을 맞이해 중년 작가들이 돌아왔다. 컴백 소식과 함께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들의 신간 인기가 대단하다. 김연수 작가의 실험적인 상상력을 볼 수 있는 <원더보이>, 천명관 작가의 폭발하는 이야기의 힘 <나의 삼촌 브루스리>, 참신한 주제의식 김영하 작가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김영하 작가의 <오빠가 돌아왔다>는 올 상반기에 영화로도 개봉된다고 하여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 참신한 소재와 예민한 감성, 거기에 탁월한 상상력과 재치있는 유머까지 두루 갖추어 우리들을 즐겁게 해 줄 돌아온 작가오빠들의 신작 3권을 소개한다.
『원더보이』는 이젠 중견작가 된 ‘김연수’가 펴내는 청춘 성장소설이다. 2008년 봄에 청소년문예지 『풋,』에 연재하기 시작해 끝을 비워놓은 상태로 연재를 끝냈던 『원더보이』가 연재를 중단한 지 꼭 3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우리는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일까. 『원더보이』는 성장소설이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우주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찬란한 존재인지를 온 몸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천명관이 돌아왔다. 폭발하는 이야기의 힘으로 한국 문단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작품 『고래』이후, 그만의 선 굵은 장편 서사를 기다려온 독자들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존 소설의 영역을 훌쩍 뛰어넘어 ‘마술적 리얼리즘’의 환상적인 세계를 펼쳐 보였던 그가 이번에는 한국적 현실의 공간 안에서 인생의 의미를 온몸으로 새겨낸 한 남자의 초상을 그렸다.
『나의 삼촌 브루스 리』는 천명관 서사의 장점과 대중적인 면모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를 보는 듯 선명하고 힘 있는 이야기, 촘촘하고 정교하게 다듬어진 장르적 컨벤션, 『고래』에서 보여준 예의 구성지고 날렵한 문장들은 과연 그가 왜 최고의 이야기꾼이라 불리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김영하가 5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검은 꽃』 『퀴즈쇼』를 잇는 ‘고아 트릴로지’의 마지막 작품이다. 스스로 우울 속으로 걸어들어가 쓴 고아들의 이야기, 커튼을 내린 방안에서 녹음된 빗소리를 들으며 골방에서 써내려간 이야기이다. 그래서일까?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기저에는 슬픔의 덩어리가 몸을 낮추고 한껏 웅크리고 있는 듯하다.
등단 17년차, 이제 마흔 중반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김영하의 이름 앞에는 ‘젊은’ ‘파격적인’ ‘도발적인’ 등과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아마도 그것은 ‘배반’ 때문일 것이다. 그는 새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수많은 독자의 기대를 불러일으켰지만 늘 그런 기대를 나름의 방식으로 배반해왔다.
엄숙함이 절대적인 미덕이라 여겨지던 때에는 입꼬리를 한쪽만 올리고 웃는 것밖에 모르는 반항아마냥 발칙함과 날카로운 유머를 선보였고, 그러한 작가적 이미지가 굳어질 즈음에는 정색을 한 채 엄격하고 진중한 작품을 들고 나타났다. 그것은 꼭 날렵한 펜싱 선수의 검술, 그중에서도 가장 과격하며 빠르게 진행되는 사브르 선수의 검술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역설적이지만, 독자는 그로부터 기꺼이 배반당할 것을 기대하며 그의 작품을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공수민 기자 hyu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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