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200km 떨어진 포카라(pohkara). 인구는 19만명에 불과하지만 제2의 도시다.
풀바리 리조트에 여장을 풀고, 부속 골프장인 9홀 규모의 에티(Yeti)코스를 찾았다. 티잉그라운드와 핀 위치를 서로 바꿔가면서 두 바퀴를 돌아 18홀 라운드를 마치는 곳이다. 코스는 열악하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조악한 골프장일 것이다. 그래도 그린피는 미화로 60달러나 된다. 캐디피는 5달러다. 렌탈골프채는 말도 못할 정도로 오래됐고, 아이언도 번호마다 브랜드가 제각각이다.
코스 역시 자연 그대로의 지형을 이용했다(?). 산악지대를 트래킹하는 기분이다. 절벽을 넘어 티 샷을 날리는 파3홀은 티잉그라운드가 끝 부분에 자리 잡아 과도한 액션을 취하다가는 100m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위험한 지형이다. 코스 역시 짧고, 좁다. 페어웨이는 맨흙과 자갈밭에 잡초 투성이다. 해발 820m의 고지대에 건조해서 공은 엄청나게 멀리 나간다.
헌 공을 적어도 20개는 준비해야 안심이 된다. 조금만 샷이 빗나가면 인근 목장이나 채소밭, 또는 깊은 러프 속으로 처박힌다. 이곳에서의 골프는 그래서 더욱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한다. 공이 안 맞는다고 성질을 부려봤자 샷은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요행을 바라서도 안 된다. 어드레스를 하자 이번엔 메뚜기가 얼굴에 앉아 방해를 하기 시작한다.
그나마 전속 캐디가 열심히 거리와 방향을 알려주고 잃어버린 공을 찾아준다는 게 위안이다. 관리 상태는 수준 이하지만 연일 골퍼들로 붐빈다. 바로 코스를 감싸고 있는 히말라야산맥과 멀리 내려다보이는 세티강의 풍경 때문이다. 일몰 때 코스에서 바라보는 8000m의 거봉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 설산은 황금색을 띠고 우리 앞에 다가선다. 더 이상 아름다울 수가 없다.
18홀 내내 아름다운 히말라야의 장엄한 산세를 느낀다. 메뚜기와 풀벌레를 잡아먹으라고 풀어놓은 거위와 작은 새떼들, 야생화를 벗삼아 즐기는 골프다. 코스는 조악하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라운드가 됐다. 라운드 후 폐와호수에서 보트를 타고 시내 쇼핑을 마친 뒤 네팔의 전통 레스트랑에서 양고기와 카레로 저녁을 먹었더니 졸음이 찾아온다. 밤하늘은 온통 별천지다. 유성이 긴 꼬리를 물고 히말라야 산속으로 사라진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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