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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인생2막 50+]“인생막장 下山길에서 FTA공부 그 꽃을 찾았죠”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분 13초

신용불량자에서 억대연봉 FTA전문가된 이창우씨

[당당한 인생2막 50+]“인생막장 下山길에서 FTA공부 그 꽃을 찾았죠” [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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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드라마 같다. 이창우(59)씨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듯 감동적이다. 이야기 도중 어려운 시절에 대한 기억으로 감정이 북받치는 지 이씨가 잠시 눈시울을 붉힌다. 은퇴 후 한때 신용불량자 낙인까지 찍혔던 그는 지금 억대 연봉의 FTA(Free Trade Agreement-자유무역협정)교수로 변신했다. 이씨를 만나 인생 역전 드라마와 FTA에 얽힌 얘기들을 들어봤다.

“사람들은 상상이 안 될겁니다. 제가 어떻게 신용불량자에서 억대 연봉교수가 됐는지.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그동안 제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말입니다.” 이창우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FTA 전도사’다. 전문가를 넘어 FTA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널리 알리는 ‘전도사’로서 전국을 활보하고 있다.


그가 맡은 대학 강의만 해도 무려 28개에 이른다. 공무원 대상 강의와 경제단체 강연도 각각 9군데에 달한다. 대학, 기업, 지자체 강연 계획으로 그의 일정표는 빽빽하기만 하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FTA 관련 수업 담당 교수를 맡고 있고, 한국FTA산업협회장과 중소기업청 FTA대책위원, World FTA Forum 회장직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이씨는 무역업만 30년간 종사했다. 20여 년 간 종합상사에서 무역 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1981년부터 해외 근무를 나가 라면을 파는 일부터 시작해 전자무역까지 섭렵했을 정도로 무역 실무와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 당연히 FTA에 대한 이론도 남들보다 일찍 접했다. 이미 회사를 다닐 때부터 FTA의 중요성을 깨닫고 상부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건의했을 정도로 그는 FTA에 대해 확고한 지지 입장을 갖고 있다.


“FTA는 미래 우리 후손들의 먹을거리를 마련하는 일입니다. 지난해 전 세계 무역의 절반이상이 FTA로 넘어섰습니다. 올해는 60%가 될 전망입니다. 북한, 쿠바, 시리아 등과 같은 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참여하는데 우리만 빠진다는 것은 정말 바보 같은 짓입니다. 조국과 후손과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당당한 인생2막 50+]“인생막장 下山길에서 FTA공부 그 꽃을 찾았죠” 이창우씨는 FTA 전도사로서 대학과 각종 정부기관, 지자체 등을 다니며 강연활동을 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그는 “FTA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은 국제 교역 구조를 몰라서 생기는 무지의 소치”라며 “FTA를 안하면 시장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쫓겨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무역을 하려면 우선 시장에 진입해야 합니다. 무역은 프로세스입니다. 다양한 과정을 거쳐 이뤄지는 게 무역인데 현재로선 ‘통관’ 하나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있죠. 너무 모르는 거죠.” 이씨는 무역에서 많은 일자리가 창출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FTA의 순기능을 알려 많은 사람들이 FTA 관심을 갖고 미래 먹을거리와 일자리(특히 이 대목에서 경험이 많은 시니어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이씨는 강조했다)창출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명감을 갖고 강연에 나서고 있다.


무역의 달인서 IT 벤처사업 쓴맛 시련의 나날
이씨가 FTA 전도사가 된 데에는 은퇴 후 사업실패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2000년 무역회사 임원으로 잘 나가던 중 그는 돌연 자기만의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표를 낸다. 그때 나이 47세, 아직은 나이도 젊고 한창 관심을 갖고 있던 IT분야도 나름대로 시장 상황이 괜찮아보였다.


과감하게 직장을 그만 두고 그는 벤처 사업을 시작했다. 전자무역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IT관련 정보를 빠르게 접할 수 있었던 그는 전문가들을 모아 전자무역협회를 꾸렸고 협회장을 맡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의 인생 곡선은 상승세 말그대로 승승장구 행진이었다. 그때만 해도 젊었기 때문에 모든 일의 성과가 스스로의 능력 때문에 일군 결과물 같아 어깨에 힘도 많이 들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는 말처럼 어느 날부터인가 그에게 불운이라는 딱지가 붙은 불청객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2002년 벤처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그의 삶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회사 재정이 엉망이 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통사고까지 당하게 된다. 새벽녘 운전을 하다가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근에서 음주 운전차량이 뒤에서 추돌하는 불운이 겹친 것이다.


[당당한 인생2막 50+]“인생막장 下山길에서 FTA공부 그 꽃을 찾았죠”

이씨는 현장에서 의식을 잃었고 바로 병원으로 실려갔다. 3개월간 병원신세를 져야했다. 목 부상이 특히 심했고, 후유증이 뒤따랐다. 퇴원 후에도 목이 굳어 예전처럼 일상생활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 사이 회사 상태는 더욱 곤두박질치듯 악화됐다. 결국 그는 회사 출근을 포기하고 후배에게 회사를 통째로 맡긴채 무작정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거의 1년여간 목이 뻣뻣해 고통스런 나날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 회사를 믿고 맡겼던 후배마저 이씨를 배신하게 된다. 이씨가 건강이 여의치 않자 명의 도용을 통해 아예 회사를 가로채버린 것이다. 이씨는 이제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주저앉을 수도 없었다. 최악의 상황에 이를때 마다 사랑하는 아내와 고등학교에 다니던 두 아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수입이 전무해 뭔가 솔깃한 얘기만 들으면 쫓아가 일을 벌렸다. 하지만 별다른 준비없이 다가서다보니 실패하기 일쑤였다. 더욱이 무엇에 홀렸는지 절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마저 저질렀다. 아내 몰래 집문서에 손을 댔던 것이다. 부족한 생활비를 메우기 위해 아내 몰래 신용카드를 만들어 그것으로 돈을 마련해 집에다 가져다주는 비상식적인 일에 빠져들고 말았다. 결국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억대가 넘어서자 더이상 버틸 여력이 없게 됐다. 그의 집에는 빨간 딱지가 붙었고, 그는 신용불량자가 됐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찰나의 깨달음
망연자실했다. ‘내가 왜 이렇게 됐지?’ ‘도대체 뭘 잘못한 거야?’ 살아온 인생이 너무 허무하고 허탈했다. 잘 못 살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유를 알수 없어 더욱 답답했다. 깊은 좌절의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자신의 비참한 모습에 그냥 눈물만 났다. 그러면서도 계속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


온갖 잡념은 물론 삶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던져가면서 그는 울기도 많이 울고, 술 담배에 찌들며 살았다. ‘참으로 어리석다’며 자책하다가 그래도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부단히 원인을 찾아헤맸다. 그러다 문득 뭔가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아하, 이거구나! 맞아 바로 그거였어.’ 그는 지금까지 자신에 대해 돌아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여러가지 분석을 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은 분석하고 점검하지 않은 채 그저 내달려오는데만 집착했던 것이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비롯됐던 것이었다. ‘왜 그랬지? 내 인생인데’ 라는 자문과 함께 막심한 후회가 밀려들었다.


그는 이같은 깨달음의 순간, 곧 바로 종이 두 장에 두 개의 장표를 그렸다. 한 장의 종이엔 가로축에 수익성, 장래성, 안정성이라는 항목을 써 넣었고 세로축에는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죽 적었다. 그리고 살펴보니 자신의 현재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이것저것 안되는 일을 하다 보니 수익성, 장래성, 안정성 모두 형편없다는 것을 눈으로 보며 정확히 인식하게 됐다.


왜 실패했는지 비로소 원인이 잡힐듯 보였다. 두 번째 종이 오른쪽에는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 뭔지, 좋아하는 게 뭔지, 즐기는게 뭔지,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적었다. 왼쪽엔 할 수 있는 일들을 주욱 나열했다.


그리고 다시 분석했다. 그리고 얻은 결론은 하나였다. 공부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이씨는 분석을 통해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이 공부이며, 쓰고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그날로 모든 잡스러운 것을 단칼에 끊어버렸다. 특히 담배, 술, 운전 세가지를 끊었다. 물론 운전은 가끔 하지만 해로운 건 완전히 그만뒀다.


하루 24시간 FTA 공부에 매달렸다. 수 십여개의 신문과 잡지를 보고 비용을 아끼기 위해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면서 공부를 했다. 또한 종합상사 다닐 때부터 FTA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유비쿼터스에도 조예가 있는 만큼 두 가지를 결합하면 좋은 책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낸 첫번째 책이 <빅뱅>이란 책이었다. 책을 내고 얼마 뒤 출판사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출간된 책이 잘 팔린다는 목소리가 전화선을 통해 들려왔다. 드디어 내 인생에 변화가 시작된다는 뭉클한 감정이 치솟는게 느껴졌다. 일주일 만에 5000권의 책이 팔려 나갔다는 것이다. 통장에는 인세가 입금되기 시작했다. 마음에는 자신감이 물밀듯 차올랐다. 어느날 출판사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독자와의 만남을 주선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처음으로 강연에 나섰다. 강연은 대박이 났다. 그의 전문성과 남다른 인생 경험담이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것이다. 그후 이씨는 여러차례 강연의 기회를 거머쥐게 된다. 2005년에는 중앙대학교 HRD대학원 FTA MBA과정 교수로 초빙됐다. 그곳에서 FTA를 강의하면서 이씨는 다시 유명세를 탔다.


특히 당시 한미FTA가 국가적 쟁점으로 부각되던 시기여서 그의 전문성을 발휘할 호기이기도 했다. 그때부터 그는 전국을 돌며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게 됐다. 이제 그는 억대 연봉자가 됐다. 불과 10년 만에 이룬 성과다. 위기의 순간에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고 냉철한 분석을 한뒤 과감하게 실천에 옮긴 덕분이다.
참고 기다려준 아내 가족에 “미안하다 사랑한다”


그는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변신했다. 가장 첫 번째로 아내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은퇴한 남자에게 아내는 조상과 동격”이라고 강조한다. 어려운 순간 함께 울어주고 다독거리고 위로해준 사람이 바로 아내였다. 예전엔 이씨도 아내에게 함부로 대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이벤트로 아내 발을 씻어줄 정도로 아내를 아끼고 사랑하게 됐다. 환갑이 다됐지만 집을 나올 땐 항상 아내의 볼에 입을 맞추고 나온다. “은퇴한 사람치고 아내와 사이가 나쁜 사람은 절대로 행복할 수 없어요. 저는 이제 아내와 친구가 됐답니다. 많이 대화하고 많이 웃음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두 번째 달라진 점은 집안일을 스스로 알아서 하게 됐다는 점이다. 설거지와 빨래 등 예전엔 아내의 몫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찾아서 하고 있다. 그러자 아내는 물론 자녀들도 아빠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하루는 술 한잔 하고 집에 들어가는데 아내가 다가와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아빠를 제일 존경한다더라’고 귀엣말을 했다. 눈물이 났다. ‘아, 내가 헛살지는 않았구나!’


그는 아내와 가족 이야기를 할 때면 눈가가 촉촉해진다. “아내의 위로와 가족의 지지가 없었다면 그 어려운 시절을 어떻게 견뎠을까 싶습니다. 내 아내 김정림 여사 그리고 아들들아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


이씨는 은퇴 후엔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움, 원망, 아쉬움 다 내려놓으세요. 그 중에 제일 미련한 건 미련입니다.” 그는 지금 너무 행복하단다. 누군가에겐 ‘행복’이란 단어가 너무 식상하고 당연한 말일수도 있지만 한때 바닥까지 내려가 봤던 그에게 있어 ‘행복’은 작은 꽃 한송이에도 가슴이 떨릴 만큼의 감동으로 다가온다.


“새벽에 일산 집을 나서 차를 타고 나가다가 길 오른쪽에 흐르는 한강을 우연히 바라봤어요. 먼동이 트는데 푸른 하늘, 붉은 태양, 맑은 공기, 하늘거리는 바람, 강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 모든 게 몽환적이었어요.” 잠시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사진 한 장 찍고 아내에게 사진을 전송하고 나니 문득 ‘행복’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이야기가 거의 다 끝났는지 그가 갑자기 시 한수를 읊는다. “내려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그 꽃.” 고은 시인의 <그 꽃>이라는 시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입니다. 너무 멋있습니다.” 활짝 웃는 모습에서 ‘행복’이 반짝이는 것이 얼핏 보였다.


이코노믹 리뷰 김은경 기자 kek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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