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직장인 1억만들기 ‘플랜I’
월급이 통장으로 안착하는 듯싶더니, ‘스치듯 안녕’을 고한다. 이번 달도 영락없이 신용카드생활이다. 신용카드가 구세주인 듯싶다. 하지만 결혼도 해야 하고, 곧 아이도 키워야 할 나이에 무작정 카드에 기대어 살 수는 없다. 33살이 되기 전까지 1억을 모으겠다는 마음을 먹어본다. 그런데, 가능할까?
수입이 뻔한 직장인들이 ‘1억 모으기’는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 월급 250만원인 직장인 A(26)씨가 있다. A씨는 50만원짜리 월세방에 살며, 학자금대출 5건으로 매달 30만원가량의 원리금을 은행에 낸다. 여기에 식비와 공과금 30만원을 빼면 남은 돈은 140만원. 성인용돈으로는 부족해 보이는 40만원을 ‘여윳돈’으로 빼 놓고 허리띠를 졸라매 매달 100만원을 적금한다고 치자. ‘이자계산기’에 100만원을 넣고 이자율 3.5%(단리)를 넣으면 90개월을 적금해야 비로소 1억10만4412원이 된다. 총 7.5년이 걸리지만, ‘우직하게’ 모아보겠다면 이 방법을 추천한다. 대신, 뼈를 깎는 노력 없이는 도로아미타불이 될 공산이 크다.
1억원은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기본수단
누구나 부자를 꿈꾼다. 지난해 국내 로또(LOTTO) 판매금액 2조8119억원은 그 열망을 수치화시켜 보여준다. 하지만 꿈을 실현하는 이는 많지 않다. 3년차 이내 신입 직장인 242명중 48.3%가 ‘재테크를 하지 않는다’는 통계(2011, 취업포탈 리쿠르트)가 말해주듯, 그저 신용카드에 의존하는 직장인이 절반에 육박한다.
그들에게 재테크는 여유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다. ‘돈이 있어야 투자를 하지’라는 자포자기 마인드는 그들의 경제 패턴을 악순환으로 만든다.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만들고, 종국에 경제적 여유를 만끽하기 위해선 결심과 계획이 필요하다. 1억의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재무 목표의 시작이자, 재테크의 밑천이다. 한 재무전문가는 ‘1억원은 공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생산을 위한 기초이며, 비로소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기본 수단이라는 얘기다.
철저한 재무목표 정하고 절약 생활화
천릿길도 한 걸음 부터랬다. 김종석 우리투자증권 WMC 부장은 “단계별로 철저한 재무목표를 설정한 후 ‘종잣돈 만들기’프로젝트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방법론은 세 단계로 이뤄진다. 확실한 동기, 즉 ‘목표설정’이 필요하다. ‘왜’라는 목표 없이 진행하기에 재테크는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개성과 자기애가 강하여 무엇이든 최고를 고집하는 젊은 층에게는 더욱 그렇다. 목표는 구체적일 수록 좋다. 둘째는 소비습관의 변화, 즉 ‘절약’이다.
몇 년 째 자산관리사로 살고 있는 정모(35)씨. 일찍이 금융계통에 눈을 뜬 그는 평소 ‘1억만드는 법’을 고객에게 설파하고, 재무설계를 돕는다. 하지만 그는 정작 한 번도 1억을 만진 적이 없다. ‘왜냐’라는 질문에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버는 만큼 쓰게 되니까’였다.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적게 쓰는 것은 당연하다. 수입이 뻔한 직장인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부양가족이 없는 시기이므로 저축 비중을 높이는 것은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도시가계 평균 저축률이 30%라는 점을 감안해, 최소한 40%이상은 저축할 것을 권고한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 중 하나는 신용카드를 없애는 대신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것. 소득공제율(30%)이 신용카드(20%)보다 높다는 점 이외에도 좀 더 체감적 소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추천한다. 김 부장은 “신용카드로 서명하는 몇 십만 원 보다 지갑에 구겨진 천 원짜리 한 장에 더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이라며 신용카드 소비의 폐해를 지적했다.
투자자산 비율 ‘100 - 자신 나이’ 법칙 지켜라
마지막은, 금융 상품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자신과 맞는 상품의 선택과 운용은 재무 목표 달성에 날개를 달아준다. 직장인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월급을 안정적으로 굴리는 것. 전문가들은 이 대목에서 이자율이 높은 서민금융기관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나, 급여통장을 CMA로 교체하는 것을 권한다. 특히 CMA는 은행 예금처럼 수시입출금이 가능하면서도 3.5%의 높은 금리를 보장한다는 점이 매력적인 상품. 앞서 A씨의 대출금 원리금은 CMA로 네 달치 월급을 모았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 수준과 같다.
CMA 등이 생계 자금용이라면 장단기의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투자용 상품,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는 자산 축적용 상품도 병행해야 체계적인 재테크가 완성된다. 투자는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재테크로, 적금, 채권, 주식, 펀드 등의 상품을 활용할 수 있다. 재테크를 처음 시작하는 젊은 층에게 투자가 매력적인 이유는 기간의 여유가 많고,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유일한 때이기 때문.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100-나이법칙’을 권하다.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수’를 위험자산인 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 법칙대로라면 30대는 자산의 70%가 투자권고 수치다. 물론 펀드를 할 때는 하락세에 대비해, 분산 투자하는 것이 철칙이다. 이처럼 다양한 수단으로의 투자를 감행했을 때, 매월 112만8993원으로 단 5년 만에 1억원을 얻을 수 있다.(수익률 15%기준)
노후준비도 재테크의 주요 항목이다. 젊어져만 가는 은퇴시기와 퇴직금 제도가 폐지되어 가는 최근의 경향도 이를 부추긴다. 월급쟁이에게 최고의 노후준비 상품은 역시 연금상품이다. 가입하는 기관과 성격에 따라 연금신탁, 연금보험, 연금펀드로 나누지만 모두 연말정산 소득공제 혜택(연간 납입 보험료의 400만원 한도)이 수익 외 환급도 가능하다.
복리효과 눈뜨면 6년이면 1억
이 같은 재테크의 기반이 마련되고 나면 ‘복리’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투자의 속도와 결과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길게 보고 시작한다면 ‘억’이라는 어감만큼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다. 앞서 ‘적금외길’로 갔을 경우, 최장 7.5년에서 다소나마 공격적인 투자를 병행했을 때 2.5년을 앞당길 수 있음과 같이, 목표를 향해 전진한다면 약 6년이면 1억원을 모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 하나. 어떤 재테크 활동도 ‘자신에게로의 투자’를 방해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손꼽는 진짜 부자들이 택한 것은 금융재테크가 아닌, 자신을 최고로 만드는 투자였다. 세상에 펼쳐진 수많은 투자처를 찾는 동안, 자신의 경쟁력을 잃어간다면 실로 엄청난 과오다. ‘자신의 미래’보다 수익률 높은 투자처는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이코노믹 리뷰 박지현 j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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