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야권의 정수장학회 공세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이 이번 총선에서 과거와 단절하고 정수장학회도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야권은 박 위원장의 '과거'를 '현재진행형'의 총선쟁점으로 몰고 있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29일 라디오 연설에서 "국민의 것을 빼앗은 사람이 국민을 책임진다고 말하는데 이 말을 국민이 어디까지 믿을 수 있겠느냐"며"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진정 국민만 바라보겠다면 먼저 군사정권 시절 총으로 위협해 빼앗은 정수장학회를 국민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박 위원장이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 태어나겠다고 했지만 지난 4년간 국정의 총체적 실정과 실패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지난 4년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준 고통 뒤에는 박 비대위원장이 버티고 앉아 있다"고 비판했다.
노영민 수석부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태도는 남의 집 금고를 통째로 훔쳐서 50년 동안 대를 이어서 갖고 있다가 원 주인이 돌려달라고 하자 구차한 핑계로 발뺌하는 것과 같은 몰염치하고 비양심적인 행태"라면서 "박 위원장은 법의 사각지대에 숨어서 비겁하게 피해 다니지 말고 유족과 국민의 뜻대로 정수장학회를 공익재단으로 만들어 통 크게 사회에 환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앞서 문성근 최고위원은 "정수장학회가 박 위원장과 관계가 없다는 성명을 냈다"면서 "2007년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정수장학회와 부산일보는 강요에 의해 헌납했다고 판단한, 국가의 판단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일이다. 박 위원장은 이른 시일 안에 정수장학회와 부산일보를 부산 시민께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호선 통합진보당 대변인도 "정수장학회는 총칼로 강탈한 장물"이라며 "장물을 상속받고 거기서 범죄 이익을 얻은 사람이, 그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우리의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재앙"이라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정수장학회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27일 서울 중구 정수장학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 정의와 언론 공공성을 위해 최필립 이사장과 정수장학회 이사진들은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위원장은 27일 비대위 회의에서 "근거 없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남을 비방하고 또 말바꾸기를 서슴지 않는 이런 사람들은 이번에 반드시 뿌리를 뽑아야 우리 정치를 쇄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영철 대변인은 "박근혜 위원장과 정수장학회는 관련이 없다"면서 "당 차원에서 (정수장학회에 대한) 어떤 논의도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정수장학회(正修裝學會)사건은 1962년에 설립됐으며 5.16 군사정변 이후 중앙정보부가 개입해 당시 부산지역 기업인이었던 고(故) 김지태 삼화고무 사장의 부일장학회를 강제로 국가에 헌납하게 된 사건이다. 이후 명칭이 5.16장학회에서 198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과 그의 부인 육영수의 '수'를 따와 1982년에 지금의 이름이 됐다. 문화방송 지분 30%, 부산일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이사장을 지낸 적이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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