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모터쇼를 앞두고 국내 수입차 업체들이 비공식 티저영상, 스파이샷 등으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일부 수입차업체들은 언론매체를 등을 통한 공개일정을 잡고도 인터넷을 통해 이미 신차 외관, 제원 등과 관련한 내용이 퍼져 마케팅 계획을 변경해야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스파이샷으로 예기치 못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지만 해당기업들 대부분 비공식 티저영상과 스파이샷을 이용한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기대,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쓰면서도 적극적인 대응방침을 내놓지 않는 실정이다.
2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일부 국내외 완성차기업들이 제네마모터쇼 출품예정 신차 정보가 인터넷에 유출돼 홍보와 마케팅부서 차원의 대안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모터쇼에 출품하는 차량을 이르면 일주일 전에 공개하는 것이 관례지만 인터넷 및 SNS통해 차량정보가 퍼져 홍보효과가 떨어진다고 판단, 공식일정을 모터쇼 행사 하루전으로 미루거나 보류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비공식 티저영상과 스파이샷이 보안을 강조하는 자동차 기업에게 직간접적인 손실을 입힐 수 있어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무분별한 비공식 티저영상과 스파이샷을 방치할 경우 예기치 못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 신차개발담당 한 연구원은 "출시를 1~2년 앞둔 신차는 외관과 제원에서 상당부분 확정된 경우가 많아 노출될 경우 국내외 경쟁사와 후발업체에게 활용될 우려가 있는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신차 공개를 앞두고 구형 모델의 재고를 소진해야하는 영업부서의 고민은 더 깊다. 신차에 대한 정보가 계획보다 먼저 비공식적으로 유출되면 구형 차량에 대한 재고소진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 수입차 딜러사 한 영업담당 직원은 "소비자들이 구형 모델을 선택하고도 신차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차 구입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며 "당초 계획했던 구형차량에 대한 프로모션 일정을 앞당길 수밖에 없어 손해가 상당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일부 수입차는 외관 변경은 최소화하면서 가격 및 제원을 개선하는데 주력해 이에 맞는 영업 및 마케팅 전략을 세웠으나 이미 유출된 외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때문에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회사측이 무분별한 티저영상과 스파이샷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성능시험 등을 위해 화물차와 선박에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 촬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제지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탓이다.
일본계 수입차 업계 마케팅담당 관계자는 "신차 외관의 경우 이동과정에서 외부에 주로 노출되기 때문에 불가항력적인 부분이 많다"며 "스파이샷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각인돼 실제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출시 직전 신차의 '노이즈 마케팅' 효과도 상당해 무분별한 티저영상과 스파이샷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BMW 홍보담당 관계자는 "스파이샷이 주로 해외에서 촬영돼 유포돼 제지할 방법이 없는게 사실"이라면서도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유포되면서 홍보효과가 커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들의 반응을 미리 살필수 있다는 점도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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