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시청자들은 여전히 MBC <무한도전> ‘하하 vs 홍철’의 결과를 확인하지 못했고, 12일에는 8분만에 끝난 <뉴스데스크>를 봐야 했다. 오늘로 MBC 총파업은 15일째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대화를 이끌어야 할 김재철 사장은 2주가 넘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공영방송으로서의 보도 의무를 저버렸던 MBC의 이번 총파업은 이미 늦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지난 2010년 총파업과 마찬가지로 사원들과의 대화조차 거부하고 행적을 감춘 사장의 태도 또한 공영방송 수장의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급기야 MBC 노조원들이 사장을 찾는다는 전단지를 배포하고, 기자들은 인터넷의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통해 사장의 행적을 취재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다음은 여전히 감감 무소식인 김재철 사장을 찾기 위해 MBC의 간판 프로그램 <뉴스데스크>, <100분 토론>, <섹션 TV 연예통신>, <무한도전>이 동참한 가상의 이야기다. 과연 이번주에는 ‘하하 vs 홍철’의 결과를 알 수 있을까.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뉴스데스크> 첫 소식입니다. 지난 1일 방송문화진흥회 업무 보고에도 참석하지 않은 문화방송의 김재철 사장이 일주일 넘게 행방이 묘연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문화방송 노조의 총파업이 2주일을 넘긴 현재, 김 사장은 어디에 있는지 깔때기 기자가 김 사장을 찾아 나섰습니다.
◀VCR▶
김재철 사장이 나타났다는 일본의 체육관 앞입니다. 김 사장은 지난달 25일 이곳에서 열린 MBC와 후지TV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한일교류패션쇼(KISS)에 참석했습니다. 김 사장의 참석은 MBC 노조가 총파업을 두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던 시기였기에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K-POP 열풍에 맞춰 최근 여러 관련 행사를 만들던 김 사장은 혹시 일본에서 이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뉴스데스크> 취재팀은 김 사장의 행방을 쫒던 중 행사가 열렸던 일본 요요기 체육관의 한 관계자를 만났습니다.
◀INT▶ 킨다이치 (40살)
“(김 사장의 사진을 보며) 그 날 이런 사람이 참석한지는 잘 모르겠다. 난 그저 소녀시대를 보려고 패션쇼를 계속 지켜봤을 뿐이다. 난 멤버 모두의 팬인데 이번에 보게 돼서 너무 좋았다.”
“K-POP을 좋아하나보다. 소녀시대 말고 다른 K-POP 가수들도 좋아하나?”
“그럼. 요즘 동방신기, 카라, 슈퍼주니어 모두 좋아한다.”
◀VCR▶
그렇게 지켜본 킨다이치 씨의 작업실은 온통 K-POP 가수들의 사진으로 도배돼 있었습니다. 킨다이치 씨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K-POP 팬이라 소개해 주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이토록 K-POP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INT▶ 킨다이치 (40살)
“그들의 춤과 노래가 너무 좋다. 뭔가 색다르다. 나뿐만 아니라 아내, 딸, 아들 모두 K-POP 팬이다. 얼마 전 공연을 보러 한국에 가기도 했다.”
◀INT▶ 쿠도 신이치 (38살)
“소녀시대도 좋아하지만 한국 드라마, 배우들도 좋아한다. 요즘 한국 가수들이 일본에서 투어 공연을 많이 해서 콘서트를 많이 다니고 있다.”
지난 주 K-POP 가수들의 콘서트가 열화의 성원 속에 끝난 프랑스 파리처럼, 일본에서도 한류의 열풍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일본 주요 거리에 한국 음식과 K-POP 관련 상품을 파는 곳이 즐비하다는 것이 알려진 만큼, 킨다이치 씨와 같은 평범한 일본인의 K-POP 사랑은 더욱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일본에서 MBC 뉴스 깔때깁니다.
사회자: 안녕하십니까. <100분 토론>입니다. 오늘 토론 주제는 평소와 조금 다릅니다. 최근 행방이 묘연해진 문화방송의 김재철 사장이 과연 회사에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에 대해 토론해보겠는데요. ‘있다’ 패널에 신비호 국회의원 나오셨고요, ‘없다’ 패널에는 진중건 평론가 나오셨습니다. 먼저 신비호 의원님께 발언권 드리겠습니다.
신비호: 네. 안녕하십니까. 저는 우선 왜 이런 토론을 해야 하는지, 그것부터 말하고 싶습니다. 이건 전파 낭비에요. 한 방송사의 사장이 며칠 회사에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그걸 가지고 ‘사장이 어디 있냐’느니, ‘사장을 찾습니다’ 하는 것조차 코미디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한 방송사의 사장 정도면 자유롭게 좀 움직일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잠깐 보이지 않았다고 해서 이런 토론을 여는 것조차 민망합니다. 김 사장님은 당연히 회사에 있습니다. 지금 엄청난 시청률로 화제가 되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여전히 예능 1위를 지키고 있는 <무한도전>, <세바퀴> 다 누가 있어서 잘 나가는 겁니까? 다 사장님이 자리를 지키니까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겁니다. 이보다, 오히려 불법 파업을 하고 있는 노조가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진중건: 하.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아니, 그러니까 있으면 나오라는 소리입니다. 지금 사원들이 애타게 대화를 하고 싶다는데 사장실 관계자도 어디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 할 수 없다는데, 이게 말이 됩니까? 하. 무슨 숨바꼭질도 아니고. 지난달 노조는 총파업을 두고 심각하게 ‘결정을 내리네, 마네’하고 있는데 사장은 어딜 갔습니까. 일본 패션쇼입니다. 그것도 K-POP을 갖다 붙여서 열린 패션쇼입니다. 거길 도대체 왜 갑니까? 아니 김 사장의 일이라고 해도 그 때가 어떤 때 입니까. 보도국이 제작 거부를 하면서 <뉴스데스크>가 15분 만에 끝난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30일에는,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환하게 사진을 찍고 1일, 사장의 의무인 방문진 오후 회의조차 참석 안 합니다. 그게 사장입니까? 사장은 회사에 없다고 봐야 합니다.
신비호: 그럼 사장님이 아니고 뭡니까? 사모님입니까?
진중건: 그게 무슨 소립니까? 혹시 술 드시고 오신 거 아니에요?
사회자: 두 분 다 아무 말씀 하지 마세요. 잠깐만요. 잠깐만요. 한 마디도 하지 마세요. 제가 발언권 안 드렸습니다. 아... 이쯤에서 잠시, 시청자와 전화 연결을 하겠습니다. 여보세요. 어디 사는 누구신지요.
시청자: 어, 나 도지산데. 거기 누구요?
사회자: ...... 아, 여긴 MBC <100분 토론>인데요. 전화 거신 분은 어디 사는 누구 십니까?
시청자: 경기도지삽니다. 이름이 누구요?
사회자: 아... 김.. 김 도지사님 이라는 말씀이십니까?
시청자: 이름이 누구냐고. 아니 도지사가 누구냐고 묻는데 그거 대답을 안 해?
사회자: 아까 <100분 토론>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시청자: 아 그래요? 알겠어요. 끊어.
박슬기: 핫 클릭 첫 번째 뉴스입니다. MBC 김재철 사장님이 회사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저희 <섹션 TV 연예통신>이 직접! 사장님을 찾아가봤습니다. 사장님이 있을 만한 곳, 이곳저곳을 모두 모아, 모아, 모아 가봤는데요. 지금 함께 가시죠~
30일 오전, 여의도 MBC 사장실을 찾았습니다. 평일 오전인 이 시간. 어? 이상하게 사장님이 보이지 않네요. 아무리 둘러봐도 안 계십니다. 사장님~ 어디 계세요? 이 층을 관리하시는 분께 여쭤보니~ 경남 합천에서 열리는 한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고 하시네요. 그럼 저희가 얼른 따라가 봐야겠죠? 바로 경남 합천으로 향했습니다. 사장님, 왜 이렇게 멀리 가셨나요. 가는 내내 힘들고 피곤한 상황. 그래도 사장님을 찾을 희망 하나로 촬영 현장을 찾아갔지만 이미 행사는 끝난 상태였습니다. 이 행사를 지켜본 한 드라마 스태프에게 여쭤봤는데요. 사장님, 오셨었나요?
스태프 A씨: “네. 아까 오셨다가 행사에서 뭐, 한 말씀 하시고 사진 찍으시고. 왜 있잖아요. 늘 제작발표회에서 하는 거. 다 하고 가셨어요.”
사장님, 저희가 늦었던 거군요! 그럼 어디로 가셨을까요? 지난 2010년 총파업을 떠올려 혹시 근처인 고향으로 가셨을까 하는 생각에 바로 사천으로 향했습니다. 사장님, 저희 똑똑하죠? 하지만 동네로 들어가 보니 조용합니다. 마을에 계신 어르신께 혹시 사장님을 보셨는지 여쭤봤는데요. 어르신~ 사장님 혹시 보셨나요?
인근 주민: “음? 누구? 아, 아마 저기 삼거리에서 좌회전해서 우측으로 가면 집이 있을 텐데. 난 못 봤어 아무튼.”
어르신이 알려주신 대로 갔지만 사장님 댁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더 이상의 추적을 포기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 사장님, 웬만한 연예인들보다 더 만나 뵙기 어렵군요!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섹션 TV>가 아니죠. 저희의 추적은 그 다음 날도 이어졌습니다. 31일 여의도 MBC에서 신입 사원을 만나는 행사가 열리니 사장님을 뵐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갑자기 1일로 행사를 미뤘다가 다시 오후 2시에야 열린 상황이네요. 근데 또 이게 무슨 일이죠? 사장님은 없고 인사부장님이 계십니다. 답답한 마음에 회사 로비에서 만난 한 관계자에게 사장님 행방을 물었습니다.
조합원 A씨: “지금 어디 있는지 뭐 아무도 모르죠. 여의도 호텔에 또 있지 않을까요? 예전 파업 때도 거기서 업무 봤다는 소리가 있었잖아요”
바로 여의도의 한 호텔로 달려갔습니다. 제보를 받고 도착한 곳은 바로 어제, 사장님이 반나절 빌리신 곳! 저희와 길이 엇갈렸던 거군요. 오늘도 계실까요? 관계자께 여쭤봤는데요. 혹시 사장님, 오늘도 계신가요?
렉XX 호텔 관계자: “노 인폼(대외적으로 알리지 말라는 조건)으로 예약을 한 방이라서.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역시나 알 수 없네요. 이 날은 방문진 업무보고 때문에 오전에 잠깐 회사에 들렀다고 알려졌지만 오후 보고에는 또 참석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사장님 정말 어디 계신건가요? 혹시 저희 섹션 카메라를 보신다면 꼭, 꼭, 꼭, ‘섹션 TV 파이팅’ 외쳐 주시는 거 아시죠? 기대할게요~
12일 자정 여의도 MBC 앞.
유재석: 안녕하세요. 아무도 안 왔나? 근데 오늘 ‘무한상사’ 하기로 한 날 아니었어? 사장님과의 만남. 그거 하기로 했잖아. 왜 이 밤에 부른 거예요?
김태호 PD: 다들 오시면 말씀 드릴게요.
하하: 어, 뭐야. 아직 사람들 안 온 거야? 아싸! 내가 노홍철보다 일찍 왔다! 아싸! 내가 이겼지? 내가 이겼어!
노홍철: 에이 요~ 아, 부장님 계셨군요. 하하 동기. 일찍 왔네?
유재석: 근데 오늘 ‘방송국 24시’ 또 한다는데? 다들 저기 오네.
정준하: 뭐야아- 나 빼놓고 벌써 시작한 거야?
박명수: 넌 조용히 해. 빨리 빨리 하고 집에 가자.
김태호 PD: 오늘은 ‘방송국 24시 Again’ 이고요. (김재철 사장 사진을 건네주며) 저번처럼 MBC 내부 순찰을 도시되, 이 분만 찾으시면 됩니다. 2개 조로 나눠서 한 팀은 지하 주차장, 한 팀은 외곽 순찰 돌고 그 때처럼 순찰 끝나면 가스버너 가져와서 라면 드시면 돼요.
유재석: 뭐야, 이 분 사장님 아니에요? 아니, 하하. 아니, 태호야. 사장님 안 계시면 다른 아이템 하면 되지 아무리 그래도 이런 걸 어떻게 하냐.
정형돈: 근데 사장님 어디 가셨어요? 사장님을 우리가 왜 찾아요?
정준하: 이 무식한 놈아. 사장님 요즘 회사 안 나오신다잖아. 한 일주일 넘었대.
길: 근데 ‘방송국 24시’가 뭐에요? 난 그때 없었던 거 같은데.
박명수: 넌 조용히 해! 이 태생적으로 재미없는 놈아. 야, 뭐든 빨리 해! 추워!!!! 근데 사장님 찾으면 바로 퇴근하는 거야?
유재석: 하하, 무슨 말씀이세요. 어쨌든 시작한 거 빨리 사장님 찾고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사장님을 찾아서 ‘방송국 24시 Again’, 무한~도전!
13일 새벽 3시 20분. 유재석, 하하, 길, 노홍철 MBC 지하 주차장.
노홍철: 근데 여기 으슥하긴 하다.
하하: 여기 너무 무서워요. 미추어버리겠네! 우리 왜 여기 있어야 돼요? 왜! 왜! 왜!
유재석: 사실 사장님이 다른 데 어디 갔는지 전혀 몰라요. 만약에 사장님이 회사 들어오거나 나가면 여기를 거치실 테니까 잘 봐야 해요. 이게 사장님 차번호니까 잘 보고 혹시 움직이는 차 있으면 그것도 잘 봐요.
같은 시각.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MBC 외곽.
정준하: 아, 근데, 난 벌써 배 고프다아.
박명수: 야! 조용히 해! 사장님 못 찾으면 퇴근 못 한다잖아. 빨리 돌아보란 말이야.
정형돈: 근데 뭐, 돌면 찾을 수 있나? 이거 그냥 밤만 새는 거 아니에요?
박명수: 넌 그래서 안 돼. 뭐, 사장실에는 안 계셔도 설마 아예 업무를 안 보시는 건 아닐 거 아냐. 이 바보 같은 놈아! 분명히 오고 가실 테니까 빨리 찾아.
13일 새벽 5시 20분. 유재석, 하하, 길, 노홍철 MBC 지하 주차장.
길: 어!!! 저거 뭐야!!!
유재석: 뭐, 뭐, 뭐야? 사람이야?
하하: 에이. 고양이잖아!!! 아, 형 저리가!!! 형, 싫어!!!
유재석: 하아... 지금 순찰이라기 보단 잠복을 오래 하니까 너무 배도 고프고 추워요. 아, 여기는 주차장 팀. 외곽 순찰은 잘 되고 있나? (박명수: 야 되긴 뭘 돼. 우리 그냥 철수하자. 추워 죽겠어.) 하하하. 형이 일단 태호한테 말해봐. (박명수: 그런 건 니가 말해야지. 우리가 되겠냐? 빨리 말해봐.) 형. 일단 연락할 테니까 잘 돌고 있어. 태호야. 야. 오늘은 못 찾겠다. 다음에 다시 하는 게 낫지 오늘은 너무 춥다. 사장님, 새벽에 오시는 것도 아닌가봐.
노홍철: 정말이지, 웬만하면 잠복하겠는데 왠지 오늘도 안 오실 거 같아요. 이건 가만히 앉아서 기다린다고 되는 일이 아니에요!!!
김태호 PD: 그럼 일단 오늘은 철수 할게요.
13일 새벽 6시 여의도 MBC 앞.
일동: 무한~도전!
유재석: 시청자 여러분, 저희가 갑자기 그, 사장님을 찾기 위해서 여기에서 잠복을 해봤지만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노홍철: 쉽지 않아! 쉽지 않아! 사장님, 도대체 어디가신 거야!!!
박명수: 사장님, 어디 계셉쎄여?
유재석: 자, 시청자 여러분 어쨌든 오늘 도전은 실패했습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다음을 기약하겠습니다. 다음에는 반드시, 반드시 사장님을 찾을 것을 약속드리면서 저희는 이만 인사드리겠습니다.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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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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