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시멘트 값 45% 올라..건설사도 인상분 적용 안해줘 도산 위기"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소속 중소레미콘 업체들이 대기업의 시멘트 가격인상에 반발하며 다음달 22일부터 무기한 조업중단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연합회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중소레미콘 업체 대표자 6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조업중단을 결의했다. 표결은 공개투표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회의에서 배조웅 서울경인레미콘조합연합회 이사장은 "대기업 시멘트업체들이 생산량의 80%를 구매하는 중소레미콘업계의 현실을 무시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멘트 가격 인상을 일방 통보했다"며 "시멘트 값 인상을 철회하지 않으면 기한 없이 조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배 이사장은 "지난해 6월1일에도 시멘트 가격은 30% 인상됐지만 건설업체들은 레미콘 가격의 3%만을 반영해 주는데 그쳤고 그나마도 8월1일부터 반영됐다"며 "최근 1년 새 시멘트 가격이 45% 올랐고 그로 인해 레미콘 가격 인상요인이 15%나 발생했지만 샌드위치적 입장에서 항상 희생만 강요당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쌍용양회 등 시멘트업체들은 지난해 원가 상승을 이유로 t당 5만2000원이던 시멘트 가격을 6만7500원까지 30% 가량 인상했다. 또 다시 지난 1월1일자로 레미콘업체에 t당 1만원을 추가 인상, 7만7500원에 공급하겠다고 통보했다.
최재경 강원도레미콘조합 이사장은 이에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시멘트업계가 가격인상을 철회하던지, 건설사가 시멘트 값 인상분만큼 레미콘 가격을 올려주지 않으면 조업중단이 불가피하다"면서 가격협상 여지를 남겨뒀다.
조업중단 시기가 20여일 이후인 것에 대해 연합회는 "레미콘은 기초공사에 쓰이는데 국가 조달물량이나 긴급공사 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고 고객들에게도 불가피한 입장을 알리고 이해시켜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조업중단이 현실화 될 경우 건설현장에 레미콘 공급 차질 등 혼란이 예상된다. 지난 2008년 중소레미콘업체들은 시멘트가격 등 원가 상승을 이유로 건설사에 12%의 납품 단가 인상을 요구했으며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흘간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한편 연합회는 당초 표결 처리를 계획하고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기표소와 투표함을 빌려 왔으나 공개투표를 진행하면서 사용하지 않았다. 회의 중에는 한때 고성이 오고 가기도 했으나 곧 수습됐다.
이번 조업중단에 결정에 시멘트 원료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거나 그룹 계열사로 건설사를 갖고 있는 대형 레미콘업체는 불참했으나 유진기업, 삼표, 아주산업 등 중견 레미콘업체들은 참여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진 기자 asia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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